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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늘 놀라게 한다

개별과 조합

by F와 T 공생하기

세종 문화회관에서 매월 열리는 '누구나 클래식'은 말 그대로 누구에게나 접근하기 쉬운 클래식 연주를 추첨으로 저렴하게 제공한다.


내게는 심지어 호주에서 조차 기대하는 프로그램일 정도다.


오늘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에 매년 앞자리를 차지하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이 연주되었다.


공연일정 | 공연 | 프로그램 | https://share.google/7EZQA165dAwtl9peX


우연히도 학창 시절 소개받은 뒤 30여 년 동안 나의 마음을 안아주던 곡을 현장에서 듣는 감동은 가슴 벅차다.


세종문화회관에 오면 많은 들을 거리, 볼거리, 할 거리가 있는데 오늘 나의 시선을 끈 것은 옛 그림으로 본 서울이었다. 선인들이 바라본 서울의 모습, 특히 도봉산, 삼귀산(현재의 북한산), 백악산, 남산, 강과 하천 등, 지명 등을 볼 때 참으로 흥미진진하다.


수백 년 이상의 삶의 흔적들을 보는 마음은 복잡다. 특히나 짧은 인생에 대해...


읽다 보니 사대문 안의 오래된 팍팍한 삶에 대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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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는 문물과 인걸이 끝없이 모이고 또 모여 더욱 잘난 이들만 살아남는 경쟁의 도시라 이중환이 말한 대로 예로부터 네 개의 당파인 사색이 모여 살고 있어 풍속이 고르지 못했다. 한양을 소중화라 자랑스러워했던 이중환이 쓴 택리지의 인심 항목에 나오는 다음 구절은 그 시절 이야기이긴 하나 오늘날 서울 이야기와 다를 것도 없다.


대개 사대부가 사는 곳은 인심이 고약하지 않은 곳이 없다. 당파를 만들어서 일 없는 자를 거두어들이고 권세를 부려서 영세민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이미 스스로의 행실은 단속하지 못하면서 또 남이 자기를 논의함을 미워하고 한 지방의 패권을 잡기를 좋아한다. 다른 당파와는 같은 마을에 함께 살지 못하며 동리와 골목에는 서로 나무라고 헐뜯어 뭐가 뭔지 측량할 수조 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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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럽, 강연 등 참으로 다양한 기회들이 제공되고 있기도 하다.


공연을 관람하러 가는 길은 이미 기대로 흥분상태이지만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조형물이 내 발걸음을 더욱 즐겁고 가볍게 만들어준다.


미디어에 무기력하게 길들여진 인간을 유머러스하게 그렸다니 작가의 의도를 '느낌'적으로는 와닿은 모양이다.



연주는 매 초 짧은 순간순간 정확한 음과 느낌을 전달하고, 동료들과 조화롭기까지 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선 악보를 통째로 외워 연주와 물아일체를 이루기까지 한다.


아름다움은 물론 보이지 않는 노력과 열정에 찬사와 박수를 보낸다.



철학자의 지혜와

예술가의 정열,

성직자의 신념.


오늘은 정열을 느끼며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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