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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비스 Feb 19. 2024

정신과? 그거 뭐 있는 것도 아닌데

혐오나 편견을 가질 만큼 이상한 것도 아닌데 말이지


 사람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막연하고도 비합리적인 혐오감을 갖곤 한다.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사람들 치고 성소수자에 대해 사실적이고 올바른 인식을 가진 경우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그들은 성소수자를 직접 만나보기는 커녕 성소수자와 관련된 바른 지식이나 정보를 접한 적도 없는 경우가 절대 다수다. 그래서 멋대로 성소수자는 성적으로 문란하고 에이즈와 같은 성병을 퍼트리며 죄악이고 사회악이라 생각하고 판단해버린다. 그런 모습을 보면 혐오란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시작되기에 어떻게 보면 혐오는 너무나 비합리적인 사고이지 않을까 싶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낯선 것에 대한 적폐망상이 혐오인 셈이니 말이다.


 상황이 이전보다 나아진 것은 맞다. 스스로 정신과에 간다는 사실을 밝히는 사람들도 전보다 많아졌고 대형 서점에 가면 그와 관련된 책들이 넘쳐나고 인터넷에는 정신과와 관련된 컨텐츠가 차고 넘치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으니 확실히 이전보다, 내가 처음 정신과를 갈 때보다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종종 마주하는 멍청하고 무식한 혐오에 정신과를 7년째 다니고 있는 나도 가끔 당황하곤 한다.


 정신과 약을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한다, 중독된다, 바보된다, 정신병원에 입원하면 평생 나올 수 없다 이런 말들은 과거에는 해당되었을지 몰라도 현재에는 맞지 않는 말이다.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경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정신과 약을 먹는다고 반드시 평생 먹게 되는 것은 아니다. 부작용 때문에 멍해지거나 하는 경우는 있지만 부작용은 담당 의사와 상의해서 약을 바꾸거나 용량을 변경하는 식으로 조절할 수 있다. 정신병원에 입원하면 평생 나올 수 없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대학병원의 정신과 병동은 아주 길어야 두 달을 넘게 있을 수 없다. 외곽지의 낙후된 정신병원은 장기 입원 환자들이 대부분이지만 제대로 치료를 하는 병원에서 사회로부터의 격리 식의 장기간 입원은 있을 수 없다. 그런 곳은 급성기가 지나서 안정이 되고 외래를 올 수 있게 되면 환자를 퇴원시키려 하기에 장기 입원으로 이어지지 않는게 보통이다. 


 잘 알지 못하기에 두려움을 가질 수는 있지만 당사자로서 무지의 혐오 섞인 말을 접하면 상처를 받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다. 알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람들이 생각 없이 내뱉는 소리라 애써 생각하며 그저 넘기려고 노력을 하지만 나 역시 일개의 나약한 인간에 지나지 않기에 쉽지 않을 때가 훨씬 많다.


 사회적 소수자성을 갖고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외롭고 씁쓸하다. 아무리 세상이 이전보다는 바뀌었다고 한들 여전히 나는 벽을 보고 개소리만 메아리처럼 돌아오는 곳에 떨어진 기분이다. 정신과가 뭐 그렇게 특별하고 이상하고 대단한 곳이라 생각하길래 그러는 것일까 싶기도 하다. 정신과 그거 정말 별 것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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