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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헌 Jan 10. 2020

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11. 인물사진과 풍경사진

사진을 하다보면 피사체라는 말을 많이 하곤 한다. 피사체[subject, 被寫體]를 두고 사진을 분류하면 인물사진과 풍경사진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을 찍는 주체와 그 주체가 사진으로 표현하는 대상은 주제subject이자, 소재object이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서 바라보는 대상이 인물이냐, 풍경이냐에 따라서 사진가는 대상을 선택한다. 사진가는 대상을 선택함으로써 자신의 생각을 드러낸다.


1. 인물사진

Portrait를 번역하면 초상(肖像)사진 또는 인물사진으로 말할 수 있다. 이 두 용어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정확하게 말해서, 광의의 개념인 인물사진은 특정인의 얼굴을 증명하기 위해서 사진관에서 찍는 초상사진뿐만 아니라,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사진이 인물사진이 될 것이다. 예를 들면 대통령이나 유명인사들의 기록한 뉴스사진, 광고를 위해서 촬영되는 패션사진 등이 포함된다. 인물사진은 사회적 풍경을 다루는 다큐멘터리에서 기본이 되기도 하며, 순수사진에서 내면세계를 묘사하거나 광고사진의 패션에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각기 다른 용도로, 다른 의미로 파악되고 있다.


이러한 인물사진의 출발은 아마 미술의 초상화로부터 출발할 것이다. 사진이 발명되기 전 고대의 어진이나 영정그림에서 중세 귀족의 초상화까지, 계속되어왔던 초상화의 전통에서 사진의 발명은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당시 중산층 시민계급이 형성되면서 발명된 사진은 시민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한 매체이고, 기록이며, 소유하고 싶은 것이었다. 또한 봉건 귀족사회에서 평민들의 포츄레이트는 사회적 신분의 상승욕구도 반영하고 있다. 여기서 포츄레이트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사람의 얼굴을 그려내는, 재현해내는 초상화는 사진만큼 확실하게 보여주는 매체는 없을 것이다.     


사람의 얼굴을 정확히 보여주는 사진은 마치 사실처럼 인식되었고 사진이 허구일지도 모른다는 사실(마치 광고이미지에서 왜곡된 얼굴의 모습)은 믿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이란 아마도 심리적인 결정이다. 재현의 문제는 지시성의 문제이다. 주민등록증이 내 자신을 1대 1로 재현한다는 믿음, 지시성의 문제는 아마도 사진사 발명 이래 여전히 믿고 있는 지식일 것이다. 1대1의 지시성이라는 것, 이것은 모든 현상이 한 점으로 수렴하여 재현한다는 1점 원근법에 근거하고 있다.


             Representation(재현)=Knowledge


인물사진의 경우 움직임이 없는 풍경사진과는 달리 그 인물의 표정에서 느낌을 표현한다. 사진 역사적으로 나다르와 카메론의 전통은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현재까지도 그 논란은 진행되고 있다. 연출된 사진/비연출된 사진, 작가의 내면성/피사체의 내면성의 차이는 인물사진의 접근을 말해준다. 인물의 표정을 생생하게 담기 위해 스냅사진으로 비연출된 사진을 찍는다든지, 망원렌즈나 개방조리개로 배경과 형상이 분리된 아웃포커스(out of focus)를 한다든지 이 모든 것들이 피사체의 내면성을 잘 드러내기 위한 수단이 될 것이다.        


Nadar

Sarah Bernhardt

1865

Julia Margaret Cameron

Mariana

"She said I am aweary, aweary,

I would that I were dead"

1875


"사진이론은 단 한시간이면 배울 수 있고 기술적 기술은 단 하루면 익힐 수 있다. 그렇지만 가르쳐서 될 수 없는 것은 빛을 읽는 감각이다. 누구도 사진 찍히는 사람의 개성을 어떻게 포착할 수 있는지를 가르쳐 주지는 않는다. 한 인간의 보다 내면적이고 심오한 차원에서 담은 사진을 제작하려면 즉시 그의 정신세계로 뛰어 들어가 그의 기질을 파악해야 한다."   

    

이 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나다르는 감각을 중요시 여기고 이를 포착할 수 있는 능력을 중요시 했다. 이처럼 초상사진에서 자신의 작품성을 담기 위해 예술적 심미감, 작가의 의도된 예술성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당시의 사진관들과 경쟁하면서 자신의 예술성을 돋보이기 위해 중점을 두고 발전시키려 했다.   

  

나다르와 달리 카메론의 특징은 모델이 되는 인물들이 그녀의 가족이나 주변의 친구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친근하게 그들의 개성과 특성을 살려 촬영하였다. 그들에게 깊은 애정과 이해, 통찰등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사진 속에 그들의 특성이 묻어나올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이다. 따라서 그녀가 찍은 인물사진은 인물들의 내면세계를 잘 보여준다.     

  

나다르는 형이상학적 입장이 아니라 사람들을 절대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하고 또 존중하고자 하였다. 그의 모델은 그의 친구이자 유명한 공인들이었다. 그는 그들의 모습 그대로 사진에 담고자 하였다. 반면 카메론은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으로 직접 모델들에게 포즈를 취하라고 지시했고 자신만의 방식만을 고집했다. 그녀의 강한 개성은 첫눈에 그녀의 작품임을 알 수 있도록 사진작품에 모두 진하게 배어있다.     

 

위의 두 작가의 접근방법처럼 인물사진은 사진을 찍는 사진가와 사진에 찍히는 대상(피사체)과의 합작으로 만들어지게 된다. 이러한 인물사진의 촬영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피사체인 인물이 카메라를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 촬영하는 비연출의 방법으로, 흔히 캔디드 포토(Candid Photo: 몰래 찍는 사진)라고 한다. 이것은 인물이 전혀 카메라를 의식하지 못하거나 자신이 찍히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촬영된다. 장점으로는 인물의 개성이나 감정이 자연스럽게 드러나지만 단점으로는 저널리즘의 경우 상대방의 의사를 무시한 채 도둑질하게 되는 초상권에 심각한 문제를 담고 있다. 따라서 초기 저널리즘의 에리히 잘로먼의 경우처럼 유명인사들의 초상을 캔디드 수법으로 사용하였지만, 진실을 추구하는 다큐멘터리사진에서는 고려해 보아야 할 사항이다. 캔디드 포토의 자연스러운 표정을 만들기 위해서 사진가는 그 대상과의 오랜 시간동안의 친숙한 관계를 통해 의식적인 태도에서 사진가를 의식하지 않는 상황을 만들려고 노력할 것이다. 특히 초상권의 보호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요즘의 현실에서는, 촬영 전에 양해를 구하거나 촬영 후에라도 초상권자의 동의를 반드시 구해야 한다. 두 번째는 인물이 카메라를 의식하고 있는 순간에 촬영하는 연출사진을 들 수 있다. 이것은 피사체인 인물의 자세나 표정을 사진가가 유도하면서 촬영하기 때문에 피사체의 내면을 보여주기 보다는 사진가가 미리 그려 논 프레임에 의해 작위적으로 구성된다. 광고모델이나 패션사진의 모델들은 사진가에 의해 연출된 포즈로 사각 틀 안에 조형적인 언어로 구성배치된다는 것이다.     


나다르와 카메론의 경우처럼 사진은 작가의 내면성을 보여줄 것인지, 아니면 피사체의 내면성을 보여줄 것인지를 사진가는 선택하게 될 것이다.  


 세바스티아노 살가도,  Gourma-Rharous Mali, 1985.                                                 


 ⓒ Ralph Gibson Untitled, Gelatin Silver Print, 60.9×50.8cm, 1980


세바스티앙 살가도의 사진(위)과 같이 피사체의 내면성을 극명하게 드러낼 것인지 아니면 랄프 깁슨(아래)의 사진과 같이 작가의 내면성을 드러낼 것인지는 사진가 개인이 선택해야 될 첫 번째 물음인 것이다.


2.풍경사진

사진이 19세기 초반 발명된 이래 풍경은 언제나 중요한 사진의 소재가 되어 왔다. 1871~1914년은 산업혁명이후 유럽의 제국주의는 식민지 쟁탈전의 시기였었다. 당시의 새로운 지역은 이국적 풍경(또는 여행)에 대한 동경을 자아냈다. 탈보타입에 비해 다게레오타입의 선명한 양화는 선풍적인 인기였으며, 1840년경에는 노광 시간을 1분 이내로 단축한 다게레오타입은 아프리카와 중동, 유럽과 미국 등 미지의 세계를 향한 풍경 사진 촬영에 도전했다. 그리고 코닥에 의한 대중화는 대중일반들에게 여행을 통한 풍경사진의 호황을 누리게 되었다. 사진의 대중화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험과 풍경의 기록은 인기를 끌었다. 1860년대 후반 피터 헨리 에머슨(Peter Henry Emerson)으로 꽃피운 자연주의 사진은 회화주의적 합성 사진에 반대해 자연을 주제로 목가적인 자연풍경, 으제느 앗제(Eugéne Atget)에 의한 건물과 도시의 거리 풍경 등, 현대사진에 이르러 풍경사진은 단순한 풍경의 아름다움이나 기록을 넘어 풍경에 대한 개념도 조금씩 바뀌고 나갔다.     


동부인Easterners들은 미국의 서부 국경 지방의 장관과 광막함에 대해 들었었다, 그러나 1860년대 말 이전에 그들은 그것을 보지 못했었다. "탐험가와 예술가들은 이 시기 전 오랫동안 (서부) 지역에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이야기했던 그 이야기들은 그려졌고 그들은 종종 과장해서 만들었다", 사진에서 John Upton과 Barbara가 쓴다.     


그러나 보는 것이 믿는 것이었다. 그리고 동부 신문에 나왔었던 사진은 증거물이 되었다. 게다가 드로잉은 "예술가의 개인적인 시각vision이었다", Uptons은 쓴다, "카메라는 그 사람 자신의 시각의 연장과 같았다; 사진은 기계의 과정에 의해 만들어지는 사실적이고, 정확한 이미지로서 받아들여졌다."      


이 사진들을 찍은 사람들은 -- Carleton E. Watkins,  Timotei O'Sullivan,  F. Jay Haynes, 그리고 David Barry, 그중에서도 특히 -- 많은 이유들을 위해 서부를 여행했었다: 지질 조사의 사진을 위해,  철도 확장과 영토의 경계를 기록하기 위해, 그리고 그들의 운명을 만들기 위해. 그러나 이 "소수의 그림자를 쫓는 사람들", 그 인디언들이 그들을 불렀던 것처럼, 두 가지 이유를 위해 머물렀다: 사진에 대한 그들의 애정, 그리고 "야생의" 서부에 대한 흥분. 1)


1) Four Western Photographers

Ingersoll-Rand Company: Compressed Air Magazine


칼턴 E 왓킨즈,<요세미티 계곡의 성당 바위>, 1866

티모시 오설리반,<피라밋 호수의 석회바위들>,1867


여기서, 풍경사진의 경우 그 대상(풍경)의 특성, 즉 문명과 사회, 그리고 자연에 이르는 표현의미가 넓다. 자연풍경, 심상풍경, 사회적 풍경, 지리학적인 풍경, 환경등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림에서 풍경화는 영어로 ‘Landscape Painting’인데 이것은 원래 네덜란드와 벨기에 지방에서 사용되었던 프라만어의 Landskap에서 온 것이다. 풍경화는 서양 회화의 중심적인 장르이고, 이러한 풍경화의 맥락은 사진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즉 풍경이란 자연과 대상에 대한 인간의 인식을 보여주고 풍경사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풍경화의 전통과 기원을 살펴보고 자연에 대한 접근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가는 카메라를 통해서 세상(풍경)을 바라본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point of view)은 원근법에 기초하고 있다. 미술의 역사 이래 수많은 화가들은 원근감을 표현해왔고, 원근법은 카메라의 발명 이후 인상파 화가들의 공기원근법, 선원근법적인 화면구성, 수평의 소실점과 더불어 수직선에 의한 3점투시 원근법등 많은 영향을 미쳤다. 우리가 존재하는 세계는 평면이 아닌 3차원의 입체적이고, 2차원의 평면위에 찍혀진 사진은 3차원의 공간으로 인식하게 된다. 풍경(대상)을 바라보는 일은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활짝 만개한 아름다운 꽃을 발견하고, 울창한 숲과 나무를 보고, 구름과 아름다운 일몰에 사진가는 주의를 끄는 대상인 것이다. 프레임을 정하고, 렌즈의 초점을 맞추고, 노출을 측정하여 풍경사진을 찍는 행위는 대상(object)을 발견하고 이해하는 시각적인 과정의 시작이다. 인간이라는 주체와 자연이라는 대상과의 인식과정의 방법, 사진의 원근법적인 체계가 갖는 서구의 인간중심적인 세계관에서 자연과 대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풍경은 달라질 것이다.

    

스티글리프의 스트레이트 사진에서 시작된 미국 서부 풍경사진의 전통은 1930년대 안셀 아담스와, 웨드워드 웨스턴의 F64 그룹에 의해서 발전되었으며,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새로운 지형학적 사진(New Topographics), 뉴 컬러 사진(New Color)에 이르기까지 사진가들의 표현의 방법은 다양해지게 된다. 현대 사진에서의 심상적(心象的)풍경은 소재가 무엇이든 사진가의 내면과 만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 종래의 의미에서의 아름다운 풍경에서 벗어나, 보잘 것 없는 풍경이든 그것이 문제가 아니고, 사진가의 표현수단으로서의 풍경이다.     


로버트 아담스는 산업화, 도시화로 인하여 변모한 도시의 외곽풍경을 지형학적으로 표현하고 개인의 주관과 감정을 절대적으로 배제하려 했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풍경으로 지극히 객관적이고 설명적인 기록을 하려 했으며, 자연 풍경을 문화적인 풍경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변화하는 미국풍경은 1970년대 조엘 메이어로위츠(Joel Meyerowitz)의 컬러사진을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전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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