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용헌 Mar 31. 2023

조지 버나드 쇼의 <피그말리온>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My Fair Lady> 1964년

영화 <피그말리온>(Pygmalion)(1938)은 영국에서 제작된 레슬리 하워드 감독의 1938년 코미디, 멜로/로맨스 영화이다. 조지 버나드 쇼의 동명의 희극 <피그말리온>에 기반을 둔다. 레슬리 하워드 등이 주연으로 출연하였고, 가브리엘 파스칼 등이 제작에 참여하였다.     

키프로스의 왕 피그말리온은 현실의 여성을 불신한 나머지 오랫동안 독신을 고집하게 되었다. 이에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모델로 한 이상적인 여성을 스스로 조각한 피그말리온은 급기야 조각과 함께 자고, 먹고, 입맞춤하는 이상 행동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한편으로 그녀는 차고 단단한 조각일 뿐이라는 현실로 인해 슬픔에 잠겼다. 이 모습을 지켜본 아프로디테는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으며 집에 돌아와 인간의 육체로 변한 조각에 놀란 피그말리온은 그녀에게 갈라테이아라는 이름을 붙이고 결혼했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의 피그말리온의 일화는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하여 ‘사람은 칭찬과 기대를 받으면 기대만큼 성장한다.’는 교육심리학 이론의 유래가 되었다.     

‘192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이 신화를 바탕으로 <피그말리온>(1912)이라는 희곡을 발표했고, 이 희곡을 기초로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1964)가 만들어졌다. 감독은 조지 쿠커, 각본은 앨런 제이 러너가 맡았고, 원작은 조지 버나드 쇼의 희곡 〈피그말리온 Pygmalion〉(1912)에 기초한 앨런 제이 러너의 동명 희곡(1956)이다. 많은 비평가들이 최고의 무대 뮤지컬로 꼽는 〈마이 페어 레이디〉는 영화로도 흥행과 비평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이 뮤지컬은 성미 급한 언어학자 헨리 히긴스(렉스 해리슨)가 동료와 내기를 걸고, 런던 출신의 꽃 파는 소녀 엘리자 둘리틀(오드리 헵번, 노래는 마니 닉슨이 더빙)을 품위 있는 숙녀로 바꾸는 이야기이다. 〈마이 페어 레이디〉에는 〈I Could Have Danced All Night〉, 〈On the Street Where You Live〉, 〈Get Me to the Church on Time〉 등 앨런 제이 러너와 프레더릭 로웨의 고전적인 노래들이 등장한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상 12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8개 부문에서 상을 탔다.   

  

메모를 하던 사람  천박한 영어를 하는 저 아이를 보십시오. 저 영어는 죽는 날까지 저 아이를 빈민굴에 처박혀 있게 할 겁니다. 자, 선생, 저는 석 달 안에 저 아이가 대사의 가든파티에서 공작 부인 행세를 하게 할 수 있어요. 저 애가 보다 수준 있는 영어를 요구하는 귀부인의 하녀나 가게 점원 자리를 얻게 할 수도 있습니다.

꽃 파는 소녀  뭐라고 하셨어요?

메모를 하던 사람   그래, 이 으깨진 배추 잎 같은 아이야. 너는 이 멋진 기둥이 있는 고귀한 건축물에 대한 수치고, 영어에 대한 모욕 그 자체야. 나는 네가 시바의 여왕 행세를 하게 할 수 있다. (신사에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     (P36)     

히긴스   우리는 대부분 다소 야만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교양을 갖추고 문명화되어야 하죠. 시, 철학, 예술, 과학 같은 것들을 통달하고 말이죠. 하지만 우리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단어들의 의미를 알고 있죠? (힐 양에게) 시에 대해서 당신은 뭘 알죠? (힐 부인에게) 과학에 대해서 무엇을 아시죠? (프레디를 가리키면서) 저 친구가 예술이든 과학이든 뭐든지 간에 무엇을 알고 있죠? 내가 철학에 대해서 도대체 무엇을 안다고 생각하시나요?   (P111)     


히긴스   마치 내가 그 애와 그 아이의 뒤죽박죽인 모음과 자음에 대한 생각을 멈추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에요. 난 그 애에 대해서 생각하고, 그 애의 입술과 치아와 혀를 관찰하느라 기진맥진해 있다고요. 가장 특이한 그 애의 영혼은 말할 것도 없고요.

히긴스 부인   당신들은 살아 있는 인형을 가지고 노는 한 쌍의 어린아이 같군요.

히긴스    논다고요! 여태까지 내가 달려들었던 것 중 가장 힘든 일이에요. 그 점을 간과하지 마세요, 어머니. 어머니는 한 사람을 데려다 그에게 새로운 언어를 창조해 줌으로써 완전히 다른 인간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얼마나 흥미진진한 일인지 모르실 거예요. 그건 계급과 계급, 영혼과 영혼의 간극을 메우는 일이기도 해요.    (P123)     

리자   선생님이 기도하는 걸 들었어요. <신이여, 끝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했잖아요.

히긴스   (짜증을 내며) 너는 끝난 것을 신에게 감사하지 않니? 이제 너는 자유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해도 되잖아.

리자   (절망 중에서도 자신을 추스르며) 난 무엇에 어울리는 사람이죠? 나를 무엇에 어울리는 사람으로 만드신 거예요? 나는 어디로 가야 해요? 난 뭘 해야 하죠? 나는 어떻게 될까요?

히긴스   (알아차렸지만, 흔들리지는 않고) 아, 그것 때문에 걱정인 거니? 그래? (손을 주머니에 넣고 원래 하던 대로 주머니 속의 내용물을 쩔렁거리면서 걸어다닌다. 마치 순전히 친절하기 때문에 시시한 문제를 상대해 준다는 듯한 태도다) 내가 너라면 신경 안 쓰겠다. 어디가 되든지 간에 자리 잡는 건 어려울 게 없을 거야. 네가 떠날 거라는 생각은 미처 못했지만 말이다. (그녀가 재빨리 그를 바라본다. 히긴스는 그녀를 보지 않고 피아노 위의 디저트 접시를 살펴보고는 사과를 먹기로 결정한다) 너는 결혼할 수도 있단다. (사과를 크게 베어 물더니 요란하게 씹는다) 있잖니, 일라이자, 모든 남자가 나나 대령처럼 확고한 독신주의 노총각은 아니란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결혼을 하지 (불쌍한 것들!). 그리고 너는 못생긴 편이 아니야. 어떤 때는 너를 쳐다보는 게 즐겁기도 하단다. 물론 지금은 아니야. 울고 나서는 귀신같이 흉해 보이니 말이다. 하지만 정상일 때는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어. 그게 말이지, 결혼할 생각이 있는 자들에게 말이지. 이제 침대로 가서 푹 쉬어라. 그런 다음 일어나서 거울을 보렴. 그러면 너 자신이 그렇게 가치 없는 사람이라고 느껴지지는 않을 거야.     (P149-150)     

리자   토트넘 코트 거리에 살았을 때도 그것보다는 나았어요.

히긴스   (정신을 차리면서) 무슨 말이니?

리자   나는 꽃을 팔았지 나를 팔지는 않았어요. 당신이 나를 숙녀로 만들어 버려서 나는 이제 어떤 것을 팔아도 어울리지 않아요. 나를 발견했던 그곳에 그대로 놔두지 그랬어요.

히긴스   (사과 속을 확실하게 벽난로 망 안으로 던져 넣으면서) 쓸데없는 소리야, 일라이자. 파는 게 어떻고 사는 게 어떻고 하는 헛소리로 인간관계를 모욕하지 마. 네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면 결혼하지 않아도 돼.     (P151)       


리자   (계속하면서) 그건 그냥 멋지게 춤추는 것을 배우는 것과 같아요. 거기에 그 이상은 없어요. 그런데 제게 진정한 교육을 시작한 게 뭔지 아세요?

피커링   뭔데?

리자    (잠깐 하던 일을 멈추고) 제가 윔폴 거리에 처음 온 날 저를 둘리틀 양이라고 불러 주신 거요. 그게 제게는 자기 존중의 시작이었어요. (바느질을 다시 시작한다) 그리고 대령님에게는 자연스러운 거라서 알아차리지도 못할 자잘한 행동들이 몇 백 개나 있었어요. 일어나신다든지, 모자를 벗으신다든지, 문을 열어 주신다든지.....

피커링   아, 그건 아무것도 아니란다.

리자    아니에요, 그런 행동들은 대령님이 저를 그릇 닦는 하녀보다 나은 존재로 생각하시고 느낀다는 걸 보여 주었어요. 물론 대령님은 그릇 닦는 하녀가 거실에 들어왔더라도 똑같이 행동하셨을 걸 알아요. 대령님은 제가 있을 때면 식당에서 부츠를 벗으신 적이 없잖아요.   (P180-181)    

 

히긴스   (웃으면서, 약간 누그러져서) 모든 면에서 그 비교를 받아들이는 건 아니지만, 일라이자, 네 아버지가 속물이 아닌 것은 맞는다. 그리고 그 친구는 자신의 특이한 운명이 인도하는 대로 인생의 어떤 상태에서도 편안함을 느낄 거다. (진지하게) 중요한 비법은 나쁜 매너, 훌륭한 매너 또는 어떤 특별한 매너를 지닌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모든 인간에게 똑같은 매너를 보여준다는 데 있다. 마치 3등칸이 없는, 한 영혼이 다른 영혼과 똑같이 소중한 천국에 와 있는 것처럼 말이지.     (P188)     


하지만 그것이 사업의 문제가 되고 꿈과 환상 속에서의 삶과 구별되는, 자신이 실제로 이끌고 있는 생활이 된다면, 그녀는 프레디를 좋아하고 대령을 좋아한다. 히긴스와 둘리틀 씨는 좋아하지 않는다. 갈라테이아는 결코 피그말리온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녀와 그의 관계는 너무 신성해서, 전적으로 좋기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P226)     

<피그말리온>은 먼저 꽃 파는 소녀의 신분 상승을 통해서 영국의 신분 제도의 문제점과 모순을 파헤친다. 20세기 초까지도 영국의 신분 제도는 유효했다......  이 극의 또 다른 주제는 영국 사회의 신분을 고착화시키는 <언어>의 문제다. 일라이자가 길거리에서 꽃을 팔아 연명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녀의 <하류층 영어> 때문이다.     (P230-231)     

이 작품은 1938년 영화화되어, 쇼에게 아카데미 각본상을 안겨 주었다. 1938년에 상영된 영화의 대본에 쇼는 직접 참여했다. 볼거리를 풍성하게 하는 새로운 장면들과 새로운 인물들이 추가되었다. 일라이자가 공주로 인정받게 되는 파티 장면은 화려하게 연출되었다. 하지만 영화 프로듀서인 게이브리얼 파스칼(Gabriel Pascal)은 프레디와 일라이자가 꽃집에 있는 것으로 영화를 마무리하라는 쇼의 대본을 무시하고, 일라이자가 히긴스에게 돌아가 슬리퍼를 집어 주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그 사실을 알지 못했던 쇼는 당연히 놀랐겠지만, 아카데미 각본상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쇼는 1941년, <영화판The Screen Version> 이란 이름으로 작품의 개정판을 출판하면서, 히긴스가 일라이자와 프레디의 결합을 언급하는 것으로 작품의 끝을 맺었다. 이 <영화판>은 영화 시나리오와는 많은 차이를 보였지만, 초판과는 지문과 설명을 추가하는 정도밖에는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후 <영화판>이 <피그말리온>의 공식 판본이 된다. 

쇼의 사후인 1956년에 <마이 페어 레이디My Fair Lady>란 제목으로 만들어진 브로드웨이 뮤지컬(렉스 해리슨, 줄리 앤드류스 주연) 또한 히긴스와 일라이자의 결합을 강하게 암시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히긴스는 <나는 그녀의 얼굴에 익숙해졌어I've Grown Accustomed to Her Face>라는 노래로 일라이자에 대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비록 쇼의 의도와는 동떨어져 있지만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비평가들로부터 <완전한 뮤지컬>이라는 평을 들으며 뮤지컬의 장기 공연 기록을 경신했다.

뮤지컬은 1964년에 오드리 헵번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돼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줄리 앤드류스 대신 주연을 차지한 오드리 헵번은 노래를 잘하지 못해 더빙을 해야 했지만, 전 세계의 관객은 그녀의 매력에 매료되었다. 영화는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최우수 영화상, 남우주연상, 감독상 등 8개의 상을 수상했다. 뮤지컬은 꾸준히 리바이벌되었다. 2001년에는 런던의 웨스트엔드에서 재상연되어 올리비에 연극상에서 남녀 주연상,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다.    (P235-236)            

이전 03화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