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otin Oct 02. 2023

문화연구, 합니다

방향, 의미를 위해

사람은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삶을 닮아 있는 작품에 이끌린다. 

접점, 공감대, 자신과 세상을 돌아볼 수 있는 소재에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좋은 것은 사람을 불러 모은다. 

걸출한 작품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바라보는지, 그 마음이 중요하다.

좋은 작가에게 기대하는 것은 평소에 채워지지 않는 삶의 빈 구석을 풍족시켜주는 단단한 마음이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눈과 귀를 사로잡는 작가가 많아졌다. 

아니, 모두가 작가가 된 듯하다.

그럴수록 개인의 문화적 배경과 소통하는 능력은 이전보다 중요해졌다.

정보의 양은 늘어났지만 관심이 집중되는 방식은 변하지 않았다. 

관심의 사각지대에서 천천히, 차분하게, 분노하지 않은 상호작용은 쉽지 않다.


기술, 매체에 종사자가 잘못했다고 괴롭힐 수는 없다. 

여론이 단단하고 강력했다면 다양하고 섬세한 작품과 표현이 오고 갔을 것이다. 

늦지는 않았다. 

지금이 바로 서로와 각자의 삶에 도움이 되고 윤택해질 지식을 축적할 때다. 

온라인, 공론장, 커뮤니티, 어디서든 집을 잘 지을 용단이 없으면 성숙해질 수 없다. 


근본적 해결은 새로운 세계가 새로운 기술과 비슷한 깊이와 구조적 접근 방법으로 대처하는 것이다. 

미술은 미디어의 혼합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역사는 기록하고 기억하면서 의미를 부여한다.

인문학을 놓지 않음으로써 답에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고 제안할 아이디어를 기대한다.

지혜와 덕을 발휘하여 자신과 사회에게 더 나은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다. 


하지만, 맞다.

그냥 쉽고 편하게, 효율적으로 뒤처지지 않게 살아가도 좋다.

인간이 늘 선택한 길이고 옳은 방법이다. 

그런데 방향은 그 안에서 가능한 기회와 의미를 모색한다.

자유롭게 상상하고 해보고 싶은 것에 도달하는 시간 속에서 희망은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은 내 재능을 썩히지 않으면서 현실의 이야기를 듣고 담고 나누는 것뿐이다.

좋은 작품은 특정 시간과 공간에 따라 역사적 문화적 맥락에 따라 바뀐다. 

좋아 보이지 않는 싸구려도 어떠한 맥락에서는 귀중품이 되고, 사회적 기능은 하게 되어 있다. 

사유와 통찰로 좋은 작품이 만들어지는 환경은 관리하고 가꾸어 나갈 수 있다. 

문화는 어떤 표준으로 향해 가는 고급 취향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가치 있는 것으로 채워나가는 행위다.


대중과 현대인은 축적된 문화와 지식을 연결해 주는 다리를 필요로 한다. 

패배와 거부를 경험한 사람은 세상의 버려진 존재를 구원한다. 

진짜 서사에는 역사가 존재한다. 

오랜 시간을 걸쳐 밑바닥을 성실하게 움직여 온 스스로 빛을 내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내가 지향하는 것은 듣고 싶은 뉴스거리가 아니라, 용기의 여지를 함께 만드는 글이다. 


통렬한 메시지는 실화에서 비롯된다. 

해당 내용을 지금 해야만 하는 이유, 발제해서 그물을 던지는 목적은 분명해야 한다.

새롭게 투사하는 행동이 없다면 어렸을 적에 들은 영웅적이거나 감동적인 것만 머리에 남는다.

시대의 호흡에 맞게 숨을 쉬고 내뱉듯이 그것을 해석하고 공개하고 소통하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대항하기 위한 무기가 아니라 각자의 작은 비밀정원이 필요할 뿐이다.


겪고 있는 현실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세상은 어떤 언어와 합의들로 이뤄져 있을까.

진실을 호기롭게 마주할 수 있는 화두는 대화를 낳는다. 

정말로 사랑한다는 표현은 진실될 때만 할 수 있다. 

모두가 그렇게 말할 수 있고 두려워할 당위는 없다. 


나 자신도 마음을 드러내놓기를 두려워했다. 

작가로서, 사람으로서, 동료로서 마침표를 찍은 글을 떨리는 심정으로 건네 보았다.

사랑은 보답했다.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글이 있다. 

쓰고 나면 바뀌어 있는 미래를 맞을 다짐만 있다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