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1. Living by a Different Clock
세계 곳곳을 다녀봤지만, 시차 개념은 여전히 신기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누군가는 어제를, 누군가는 오늘을 살고 있다. 결국 귀국하면 조삼모사이긴 하지만 우리나라보다 하루가 늦게 시작되는 나라에 가면 왠지 모르게 시간을 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뉴질랜드의 시간은 한국보다 4시간 빠르게 흐른다. 비행기를 타고 열두 시간을 날아 뉴질랜드의 옛 수도이자 최대 도시인 오클랜드에 도착했을 때 이곳은 이미 오전 10시, 한국은 오전 6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공항에 발을 내딛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입국 심사도, 공항 인증샷 찍기도 아닌 <리추얼클럽> 챌린저들과 온라인으로 만나는 일이었다.
<리추얼클럽>은 내가 2022년부터 4년째 운영해 오고 있는 커뮤니티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온라인으로 모여서 각자 하고 싶은 일들로 하루를 시작하는 [모닝리추얼], 매일 영어로 생각하고 쓰고 말하는 연습을 하는 [영어리추얼], 꾸준히 글을 쓰거나 콘텐츠를 만드는 [기록리추얼], 운동 습관이 몸에 배게끔 만드는 [운동리추얼], 자기 전에 책 읽고 인사이트를 남기는 루틴을 만드는 [나이트리추얼] 등 다양한 리추얼챌린지 프로그램이 있고, 지금까지 챌린저들이 반복적으로 참여한 것까지 포함하면 누적 참가자 수는 400명에 달한다. 건강한 습관을 만들고 싶지만 혼자서는 지속하기 힘든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 움직일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만들어 매일 함께 변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한국 시각 기준 오전 6시는 모닝리추얼챌린지(a.k.a 모리챌린지) 멤버들과 아침을 여는 시간이다. 사실 시차도 다르고 여러모로 신경 써야 할 게 많으니 뉴질랜드에서는 잠시 모임을 쉬어갈까도 생각했으나, 오랫동안 참여하고 계신 챌린저분들을 생각하면 차마 안 할 수가 없었다. 2~3년 이상 보아온 마음의 고향 같은 분들과 온라인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내가 있는 곳이 낯선 나라라는 것도 잠시 잊을 정도로 편안함을 느꼈다.
그렇게 뉴질랜드에서의 첫 모닝리추얼과 입국 수속을 무사히 마치고 공항 밖으로 나섰다. 극 P 답게 출국 전날 급히 예약해 둔 우버보다 저렴하다는 공항 셔틀 밴을 타고 40분을 달려 앞으로 당분간 친구 M과 함께 지낼 에어비앤비에 도착했다. 그녀는 필리핀 세부에서 만난 일본인 친구이자 나를 뉴질랜드에 오게 만든 장본인이다. M이 워킹홀리데이로 뉴질랜드에 간다는 말을 듣자마자, 지금 놀러 가면 친구도 볼 수 있고 뉴질랜드도 여행할 수 있고 무엇보다 하루 종일 영어를 쓸 수 있겠다는 생각에 곧바로 비행기 티켓을 끊어버렸다.
일하러 간 M이 퇴근하길 기다리며 공용 거실에 앉아 일상의 리추얼을 이어갔다. 영어리추얼도 하고 책도 읽고 최근 시작한 AI 봉사프로젝트 관련 작업까지 하다 보니 여기가 한국인지 뉴질랜드인지 잘 분간되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잠시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면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돈을 조금 더 내서라도 작업하기 좋은 숙소를 잡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뉴질랜드에 오기 전 친구와 같이 지낼 괜찮은 숙소를 찾느라 고생을 좀 했는데, 이 에어비앤비가 디자인도 깔끔하고 층고도 높고 일할 수 있는 공간도 넓어서 마음에 쏙 들었다. (하지만 추후 이 에어비앤비 주인 때문에 아주 고생을 하게 된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별도 에피소드로 다뤄보도록 하겠다)
어느새 오후 3시가 됐고, M이 일을 마치고 숙소에 도착했다. 필리핀에서 헤어지고 2주 만에 상봉한 그녀와 감격스러운 포옹을 나누고 설레는 마음으로 동네 구경을 나섰다. 오클랜드는 항구도시라 숙소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바다를 볼 수 있었고, 곳곳에 감탄이 절로 나오는 아름다운 공원들이 많았다.
이제야 이 나라에 온 게 제대로 실감이 났다. 한국은 지금 미세먼지도 심하고 날씨도 추워서 패딩을 입고 다녀야 하는데, 이렇게 따뜻하고 푸르른 도시에서 완전히 다른 시간을 보낼 수 있다니 이보다 행복할 수가 없었다.
앞으로 3주간 뉴질랜드에서 같이 어떤 재미난 일들을 해볼지 친구와 신나게 수다를 떨며 마트에서 장을 보고, 저녁을 해 먹고, 설레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밤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본 게 얼마 만인지, 그런 마음이 들 수 있는 지금이 얼마나 감사한지 새삼 느끼며 뉴질랜드에서의 첫날을 마음 한켠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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