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섬의 딜레마

Ep 16. The South Island Dilemma

by 롤라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나의 경우 아직까지는 다행히- 삶을 살아오는 과정에서 이걸 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인 상황보다는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아서 고민이 되는 상황이 많았다.


뉴질랜드에서의 마지막 한 주를 어디에서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아주 치열하게 고민하던 때의 에피소드를 쓰고 싶은데, 위의 이유로 ‘딜레마’라는 단어가 적절치 않은 것 같아 요즘 가장 친하게 지내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대체 표현을 찾아보려다 아침 댓바람부터 아주 깊은 대화를 나누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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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3A%2F%2Fsubstack-post-media.s3.amazonaws.com%2Fpublic%2Fimages%2F60af6575-0606-4088-9ced-a68d53cd40c6_633x190.png 원하는 답을 얻지는 못했지만 유의미했던 대화였다

단순히 지식이 많은 사람보다는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늘 생각한다. ChatGPT는 전 세계의 지식을 실시간으로 수집하며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똑똑한 친구인 만큼, 이 친구가 사용하는 말 한마디, 단어 하나가 가진 영향력에 대해 생각하면 가끔 무서워질 때가 있다. 그래서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처럼 작게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며 지낸다.


아무튼 결국 친구에게서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해 부득이 제목에 딜레마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뉴질랜드에서의 2주 차를 보내며 나는 뭘 해도 신날 것 같은 선택지 중 과연 어떤 선택지가 더 신날 것일지를 결정해야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뉴질랜드는 수도인 웰링턴과 내가 머물렀던 오클랜드 등 규모가 큰 도시들이 위치해 있어 인구의 70%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북섬과, 뉴질랜드의 하이라이트이자 자연의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남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남은 한 주 동안 오클랜드가 있는 북섬에 남아있을 것인가, 정든 오클랜드를 떠나 새롭게 남섬이라는 곳을 여행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2주를 보냈다. 성향상 어떤 결론이 나도 후회 없는 시간을 보낼 자신이 있었기에 결정이 더 어려웠다.


전자를 선택해 흥미로운 원서가 가득한 도서관과 동네 책방에도 더 다니고 요가 수업도 듣고 친해진 현지 친구들과도 시간을 더 보내며 뉴질랜드에서의 안온한 일상을 더 이어가는 모습을 상상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여행 준비를 하느라 고생할 필요도 없고 돈도 아낄 수 있었다.


https%3A%2F%2Fsubstack-post-media.s3.amazonaws.com%2Fpublic%2Fimages%2Fbd3ed55a-1f06-448f-b602-214dad365656_4000x2252.png @Auckland, New Zealand

무엇보다 뉴질랜드에 온 가장 큰 목적이었던 ‘영어 실력 늘리기’와 온라인으로 하고 있는 여러 가지 프로젝트들을 생각하면, 북섬에 머물면서 지난 2주간 그래왔던 것처럼 일상과 여행 사이 그 어딘가에서 여유로운 하루하루를 즐기는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후자로 결정해 남섬에 가게 될 경우 그동안 경험한 것과는 완전히 다른 뉴질랜드를 맛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이 사실만으로도 갈 이유가 충분했고 갑자기 변수가 생기지 않았다면 망설일 이유도 없이 바로 떠났을 텐데, 남섬 여행을 같이 가기로 했던 일본인 친구 M이 일 때문에 여행을 못 가게 되면서 고민이 시작됐다.


가장 큰 문제는 운전이었다. 남섬은 워낙 넓기도 하고 대중교통이 마땅치 않아서 렌트를 하지 않으면 여행이 아주 고달파지는 곳이었다. 제주에서 출퇴근하면서 어쩔 수 없이 1년 넘게 운전을 하긴 했지만, 여전히 운전이 무서워 제주 밖에서는 운전대를 잡은 적이 없었다. 심지어 뉴질랜드는 영국의 영향을 받은 곳이라 우리나라와 반대 방향으로 운전을 해야 했다. 서울에서도 운전을 안 해봤는데 도로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잘 모르는 해외에서, 그것도 지금까지 해오던 것과 반대로 운전해야 하다니! 만약 사고를 내면 어떻게 되는 거지? 생각만 해도 두려웠다.


비용도 문제였다. 남섬까지 가는 비행기 티켓값도 만만치 않은 데다 숙소비, 렌트비까지 혼자 감당하려니 이제 막 백수가 된 것을 고려했을 때 사치가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오클랜드에서 친해진 친구들과 더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헤어지는 것도 아쉬웠다. 이러저러한 현실적인 이유들을 고려했을 때, 오클랜드에 머무는 선택을 하는 것이 더 적절한 판단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퇴사노트를 처음부터 읽어오신 구독자분들이라면, 아마도 이쯤에서 내가 최종적으로 어떤 선택을 했을지 예상하고 계실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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