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국가 덴마크에서 배운 것들

Ep 30. Lessons from Denmark

by 롤라

덴마크 IPC(International People’s College)의 여름 학기 졸업식에서는 반마다 공연을 준비해 선보이는 시간이 있다. 우리는 졸업식 준비를 위해 음악에 진심인 담임 선생님과 함께, 각자 잘할 수 있는 악기를 들고 교실에서 다 같이 노래를 불렀다. 행복이라는 단어를 그림으로 그려보면 어쩌면 이런 장면과 닮아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IPC에서의 여름을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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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C 프로그램에 지원할 때, 나는 정해진 교육을 받고 서비스를 이용하며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가려 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나는 단순히 학생이나 수혜자가 아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존재가 되는 법을 배웠다.


이곳에서는 매일 밥을 먹고 나면 식당 청소와 설거지를 학생들이 팀을 나누어 당번을 돌아가며 직접 해야 했다. 한국에서 학교에 다니면서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경험이라 처음에는 귀찮고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 일들이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내가 점심때 설거지를 깨끗이 하면 저녁에 모두가 기분 좋게 식사를 할 수 있다. 내가 오늘 청소를 소홀히 하면 다음 당번이 그만큼 더 힘들어진다. 공동체를 유지하는 일에는 누구 한 사람의 헌신이 아니라 모두의 작은 책임이 필요하다는 걸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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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교육 철학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 이전 글 <대화하는 교실>에도 적었듯 선생님들은 정답을 가르쳐주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고 함께 고민하는 동반자였다. 서로 질문하고 답하고 그 이야기가 또 다른 이야기로 이어지며 하루하루의 수업이 채워졌다.


마지막 수업 날, 우리 담임선생님은 학생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담은 하이쿠(일본에서 유래한 짧은 시)를 직접 써서 선물해 주었다. 그 안에는 3주 동안 선생님이 우리를 얼마나 세심하게 관찰하고 이해하려 했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바라보며 그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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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IPC에서는 학생들이 팀을 나누어 글로벌 뉴스를 선정하여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다. 한일 식민지사, 한국의 계엄령과 탄핵 사태 등 쉽지 않은 이슈들도 우리는 과거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용기 있게 다뤘다. 어느 날은 ‘평화’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그것이 어떤 향과 맛, 느낌과 소리를 갖고 있을지 상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 뒤에 앉은 친구는 보랏빛 라벤더 향을, 나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흰 밥의 맛을 떠올렸다. IPC에서 매일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소식들을 접하며, 평화로운 일상이라는 것이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새삼 깨달았던 것 같다.


더 빠르게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영상이나 책들이 이제는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질 만큼, 개인의 성공보다는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을 고민하는 사람들과- 매일 함께 노래하고 공부하고 밥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귀한 경험을 했다. 전 세계에서 온 다양한 배경의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언어와 문화는 달라도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마음은 모두 같다는 것을 느꼈다. 수업과 식당, 여행에서 나눈 소소한 대화들, 함께 준비하고 참여한 행사, 산책하며 나눈 깊은 이야기들은 모두 소중한 배움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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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후 한국을 떠나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단순히 새로운 풍경이나 경험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고, 경험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 속에서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떤 세상을 만들어가고 싶은지를 발견해 나간다. 성공과 부, 더 높은 위치를 목표로 공부하고 일하고 달려오던 나에게 덴마크 사람들은 “그 누구도 부자가 될 필요는 없다”라고 말한다. 이곳에서 나는 왜 돈을 많이 벌고 싶은지, 내가 원하는 삶과 사회는 어떤 모양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됐다.


덴마크 IPC에서의 시간은 ‘이 사회에서 나는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야심 차고 멋지고 구체적인 목표는 아닐지라도, 더 민주적이고 포용적인 관계를 만들어가며 지속적으로 질문하고 성찰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느낀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 역시 누군가에게 좋은 질문을 던져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IPC에서의 3주는 끝났지만, 이곳에서 시작된 배움은 계속될 것이라 생각한다. 내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 덴마크 선생님들, 함께 웃고 울고 고민을 나눈 전 세계의 친구들, 그리고 이 모든 경험을 가능하게 해준 IPC라는 공간에 깊은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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