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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 Apr 01. 2024

먼지


작업실은 어둡다.

그래도 해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스탠드를 켜지 않으려 버틴다.


스탠드를 켜는 순간

수많은 먼지들이 모습을 드러내니까.


키보드 위에

모니터 위에

스마트폰 액정 위에

책상 위에

마우스 위에

만년필 위에

내려앉아있다.


스탠드를 켜기 전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다.


가만히 있지도 않다.

스탠드 주변을 맴돌며

둥둥 떠다닌다.


결국 나는 책을 보다가

키보드를 두드리다가

일어서서 휴대용 청소기를 가지고 온다.


위이이이이이이이이잉.


먼지가 사라진 곳에 길이 생긴다.

그 길마저 없애버리고

뿌듯한 마음이 되어 청소기를 제자리에 놓고 돌아와 자리에 앉는다.


풀썩.


그 순간


어디에 숨어있었는지 모를 먼지들이

공중으로 떠오른다.

그리곤 다시 사뿐히 키보드 위에

모니터 위에

스마트폰 액정 위에

책상 위에

마우스 위에

만년필 위에

내려앉는다.


에라 모르겠다....


스탠드를 끄고 이제 그만 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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