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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리피언 Aug 29. 2022

아, 그 맛이 안 난다니까.

닭도리탕과 닭볶음탕

아니, 어쩌다 사진을 하나도 안 찍었지. 픽사베이

한여름, 아이들 학원 때문에 멀리는 못가고 근처 계곡 식당에 방문했다. 닭백숙도 좋지만 요즘 아이들이 자극적인 걸 좋아해 닭볶음탕을 시킨다.

오래된 식당이어서 그런지 차림표에는 여전히 '닭도리탕'으로 표기돼 있다. 어릴 때 내가 먹던 닭도리탕. 정겹지만 이제는 사라져가는 표현이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아이가 "근데 엄마, 난 닭볶음탕이 잘 안 와닿는 것 같아. 일단 볶은 게 아니지 않아?음이랑 탕은 왜 같이 쓰는거야?"

둘째가 끼어든다

"사실 난 떡볶이도 좀 그래. 떡볶이도 볶은 건 아니지 않아?"

"사전 의미 상으로 완전히 틀린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럼 뭐가 어울려?느 부분에서 불만인건데?"


큰 아이가 말한다. "글쎄, 조림이 좀 나은 것 같아.

난 그 짭짜름함이 좋은데 닭볶음탕에선 그 짭짤함이 안 느껴진다고. 너무 건강한 맛일 것 같단 말야. 그나마 조리면 그 짭짤함이 느껴질 것 같아."


요놈, 요즘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더니 말에서까지 그 맛을 찾는거구나. 그런데 닭조림, 그 표현도 제법 괜찮구나. 우리끼린 닭조림이라고 부르지 뭐.


그러고보니 닭볶음탕이라는 말을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 어른들 사이에서도 저런 불만 아닌 불만이 나왔던 기억이 있다.


일본어가 섞인 조어를 바꾸겠다는 의도는 좋지만 한번 박힌 언어를 새로 바꾸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라는 걸 새삼 느낀다. 그래서 애초에 잘 써야하는 것이 말과 글이라는 사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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