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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리피언 Sep 03. 2022

의지의 차이

저출생과 저출산

"저출생이라고 할게요, 기자님."

저출생이라는 말을 처음 직접 들은 것은 지난 해 어느 인터뷰에서였다. 집값이 폭등한 것이 최근 저출산 문제와 연관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하던 참이었는데 인터뷰이가 "저출산 말고, 저출생이라고 써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픽사베이

아, 저출생.

최근 많은 매체에서 저출산이 아니라 저출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매체가 아니라 개별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저출생 : 낳는 일, 출산出産이 아니라, 출생出生, 즉 사람이 태어나는 일,이 적은 것. 이를 저출생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이 단어는 제법 인상적이었다. 그렇지, 사람은 엄마가 낳는 것이긴 하지만, 한 인간이 태어나는 것이기도 하지. 인간이 태어나는 일에  해 능동적인 면을 부여하는 단어를 쓰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언어는 생각의 틀이 되기도 하니까.


자신의 의지가 있다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참 많은 차이가 난다. 의지가 있다고 믿는 것과 그를 모르는 것도 많은 차이가 난다.


마 전 많은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일가족 사망사건이 있었다.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린 부모가 아이를 죽게 하고 본인들도 세상을 떠났다. 오죽했으면 그런 선택을 했을까 싶으면서도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의 인생까지 부모가 결정했다는 면에서 많은 분들이 분노를 표했다. 그런 면에서 그동안 신중함 없이 써왔던 '동반자살'이라는 표현도 이제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아이를 키워보니 아이의 의지를 존중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이 길로 가면 쉬운데, 꼭 그 길을 가봐야겠니? 엄마가 가봐서 알아..꾸만 아이를 내 뜻대로 이끌고 싶어진다.

내가 알려주는 길이 더 쉬울 수도 있지만 너는 너의 길이 있겠지. 픽사베이

그럼에도 아이가 스스로 겪어봐야하는 것들이 있다. 지켜봐주는 것이 쉽지 않지만, 겪어야 자라는 일들. 아이들이 그걸 겪어나가고, 해결해보게 지켜봐주는 것도 어쩌면 부모가 된 사람의 의무다.


그런 면에서 출산이 아니라 출생, 왜 이 말을 쓰는지 생각해볼만한 일인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출생이 줄어드는 최근의 문제는 아이를 낳고 싶다는 의지, 부모가 될 사람들의 의지가 없어지고 있다는데 문제의 점이 있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저출산을 혼용해도 틀리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낳고자 하는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본질이니까 말이다. 국립국어원에서도 둘 모두를 인정하고 있다.

어떤 분이 남녀문제를 들어 어느 게 맞는지 질문하시기도 했는데, 중립적인 답변이 달렸다. 나는 맞고 틀리고를 다투기는 쉽지 않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시 아름답고 어렵고 넓고도 깊은 우리말을 잘 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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