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사람이 말했다. 아무 생각 없이 아내 얘기를 하던 이의 얼굴이 붉어진다.
아니, 뭐 아내가 왜.
요즘 말 자체에 편견을 담은 언어를 쓰지 말자는 사람들이 많다. 아내도 그 중 하나다. 안사람보다는 덜 직접적인 표현이지만, 어원 상 안사람과 유사하다는 설이 많아서 차별적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안해에서 아내로 변하면서 사전적 의미가 '남편의 반대말'이다보니 그다지 문제 없이 쓸 수 있는 말로 보는 경우도 있다.
남편의 반대말로는 여편도 있었는데 이건 낮춰말하는 여편네만 남고 죽은 말이 돼버려서 쓸수가 없다.
그럼 뭐가 남지.
요즘은 추세상 여의사, 여대생, 여기자 등 여자라는 것을 특정하는 단어를 가급적 삼가자는 분위기니 나는 배우자가 제일 적당한 표현이 아닐까 생각한다.
검색해보니 우리말나들이에서 이 문제를 짚은 적이 있는데, 여기서는 안사람 대신 아내나 배우자를 쓰자고 소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식당에서 아가씨라고 불렀다가 언쟁이 있었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결혼하지 않은 여자를 이르는 이 말을 역시 편견을 담은 말이란 문제로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말은 참 살아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어제는 아무렇지 않은 말이 오늘은 쓰면 안되는 말이 되기도 한다.
편견이 담긴 말을 쓰지 않으면 좋겠다는 지인의 의도는 알겠지만,나는 아내나 와이프, 배우자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보다 이를 지적한 지인의 태도에 아쉬움이 남았다. 아내건 와이프건 배우자이건 어떤 말을 쓰는지도 중요하지만, 듣는 사람 기분을 좀 배려해서 지적하면 어땠을까.
내가 지적당한 사람이었다면, 의도 없이 쓴 말을 저렇게 민망하게 지적하면 내 말을 돌아보기보다 화나는 마음이 커질 것 같다.
담백하게 하고 싶은 말만 했으면 다음부터 더 신경쓰지 않았을까. 민망함이 담긴 지인 얼굴이 떠올라 내가 더 민망해진다. 이보게, 단어 하나가 뭣이 그리 중헌가. 우리 함께 사는 세상인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