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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돌

by 단아한 숲길

녹아내립니다

눈물인 듯

촛농인 듯

드르륵 돌이 마주 돌 때마다

오래 묵은 아픔

녹아내립니다


무엇 때문에 아파했는지

기억나지 않을 만큼

걸쭉하게

녹아내립니다


다시

숨을 고르며

응어리진 설움 한 줌

가만히 넣어줍니다.





오래전에 가만히 맷돌을 바라보다가 지은 시입니다. 맷돌에 콩이나 곡물만 갈 것이 아니라 아픔과 설움도 갈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너무 지쳐서 쓰러질 것만 같은 날, 그냥 가만히 앉아서 맷돌 구멍에 설움과 눈물을 넣고 드르륵드르륵 갈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속이 한결 시원해지겠지요?


<글. 사진: 숲길 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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