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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에서

by 단아한 숲길


유년의 기억이 액자처럼 걸려 있는

오솔길에 서 본다

할 일 많아 미리 바쁘고

해 놓은 게 없어 한풀 꺾이다가

한 숨 쉬어 가는 길


덜컹하면 와르르 먼지 이는

투박한 황톳길

길섶에 삐죽빼죽 늘어선 풀들

올망졸망 피어 있다가

잔바람에도 포르르 떨며 웃어대는 들꽃무리

걸음 멈춰 가만히 눈 감으니

머리 질끈 동여맨 작은 아이가

까르르 웃으며 뛰어 간다

강렬한 햇살 아래

거뭇하게 익어가든 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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