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조약돌 셋 01화

걸어다니는 해골

수 水

by 하이디 준

삶은 항상 별 것 아닌 일들로 버겁게 느껴지곤 한다. 그렇게 기운 빠져봐야 될 일도 안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낙담하고, 절망하고, 분노하며 끊임없이 스스로를 고문한다. 왜 늘 다른 삶을 꿈꾸는가. 정작 주어진 제 몫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하면서. 늘 새로 태어나고 싶다고, 다른 이가 되고 싶다고, 그렇게 한없이 자신을 죽여간다. 그리곤 자신을 죽이는 그 힘을 타자화해 ‘죽음’이라는 환영으로 둔갑시키고 모든 죄를 그에게 돌린다.


죽음은 억울하다. 죽음은 불평한다. 인간들은 아주 잘못 알고 있다고. 마치 삶이 생명과 영혼을 다루고 있는 듯 착각한다고. 사실 삶이 정말 주인인 것은 육체뿐인데. 그 안의 혼은 사실 자신의 영역이지만 삶에게 빌려주는 것뿐인데. 인간들은 마치 죽음이 모든 것을 도둑질해가는 것처럼 자신을 싫어하기만 한다고. 실제로 따지면 아주 공평하기만 하고, 자연스럽기만 한 것인데. 자신이 낡아버린 그 껍데기를 이제 버리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하는 것에 그저 기겁을 한다고. 자기를 자꾸 해골바가지로 그리는 것도 신물이 난다고 중얼댄다. 그건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 오히려 삶의 모습이라고. 남겨진 육체의 모습이라고. 자신보다 삶이 좋다니 인간은 고통을 좋아하는 것으로 밖엔 생각되지 않는다고.


언제나 모든 것을 미룬다. 하기 싫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하기 싫은 것은 결국 마감일이 정해져 있곤 하지만, 그래서 어떻게든 해내긴 하지만, 문제는 하고 싶은 것들엔 마감일이 없다는 것. 그래서 마치 얼마든지 미루고, 또 미룰 수 있는 것처럼 착각을 한다. 미루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하고싶지 않은 일들만 계속하는 것에 환멸을 느끼면서. 열정은 서서히 식어 굳어가고, 대충 처리해버리는 모든 일들 때문에 스스로에 대한 믿음,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은 차츰 깎여 나간다. 그런데도 여전히 죽음이 기다려줄 거라고 믿고 있는 걸까? 스스로도 지키지 않는 영혼을 죽음이 돌려받고 싶어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거울에 비치는 해골이 정말 죽음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나에게 정말 자유의지란 것이 존재하긴 하는지 의문이 들며 또 그렇게 하루가 지나간다.

나는 아주 많이 늙어버렸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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