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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딱히 바라는 게 없다는 것

by 뇽쌤


몇 년 동안 숨 가쁘게 살아오면서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들었던 말이 있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게 뭐야?"

"뭘 하고 싶은 거야?"



원하는 게 있어서

그렇게 빽빽하게 사는 게 아니냐는 물음이었다.



막상 그런 말을 들으면

얼버무린 채로 별달리 대답을 못했다.




어... 그러니까.
딱히 뭘 하고 싶은 게 아닌데.




정말 똑부러지게 내놓을 대답이 없었다.



그리고 그때에는

굳이 원하는 게 있어야 하나 싶기도 했다.



"그냥 하는 거지." 라는 말 정도로

얼버무릴 뿐이었다.



내가 열심히 사는데도

불안에 떨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나서야

그 질문을 다시 생각했었다.



나는 뭘 하고 싶은 거지?




사실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고

하나씩 채워가는 걸 좋아했지

뭐가 되고 싶은 것이 구체적으로 없었다.



그걸 그대로 말하자면

열심히 사는 내 모습에 취해 있었던 거다.



자세하게 뭘 이루고 싶지도 않았다.



굳이 생각하자면

좋은 엄마, 배우자가 되고 싶었고

내 업계에서 이것저것 다 잘하는

멋진 커리어 우먼이 되고 싶었고

자산으로는 그냥 부자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적고 나니

이런 목표는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 듯한 목표였다.



목표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였다.



이런 '좋은', '멋진', '그냥 부자'의 실체는

희미했고 한계도 없었으며,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목적지가 없을 때는

가장 빠른 걸음도 방황이 되는 법이었다.



조금만 유행을 타며 다들 좋다고 하는

'부동산', '주식', '임장', '경매',

'미라클 모닝', '필사', '확언', '글쓰기',

'로고 디자인', '이모티콘 만들기', '전자책 만들기' 등

유행이 찾아올 때마다 쫓아다녔다.



이 하나하나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때마다 이것저것 바꿔가며

여러 가지에 발을 담갔다가

뭐 하나 빼지를 못하는 게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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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는 수면 위에서는 고요해 보이지만

우아한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수면 아래에서는 쉴 새 없이

발장구를 치고 있다.



나는 백조처럼

괜찮고, 멋지고, 부유하다는

마치 신선 같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물도 없는 곳에서 발장구를 치고 있었다.



그게 어느새

나를 병들게 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잔뜩 먹겠다고 사 온 과자랑 아이스크림, 초콜릿을

모두 쓰레기통에 버렸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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