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ware the barrenness of a busy life.
바쁜 삶의 황량함을 조심하라.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소크라테스의 말 중 하나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
마치 미덕처럼 여겨지고 있다.
소크라테스는 "바쁘다, 바빠"를 외치는 사람들이
실제로는 의미 없는 일에 치여
진정한 삶과 인간관계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을 전하고 있다.
그 시절의 나를 들여다보니
딱 나같은 사람을 꼬집고 있는 말이 아닐 수 없었다.
원하는 게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뭐 하고 싶은 거야?"라는 지인의 물음에도 미적거렸고,
스스로 묻는 질문에도 딱히 건넬 말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저 숨 돌릴 틈 없이 움직이며
열심히 사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갓생 살기에 만족하며
열심히 사는 나에 취해 있었다는 말이다.
그러니 더, 더, 더를 외치며
해야 하는 것들 사이에 끼어서 불안해했던 것이다.
사람은 조금씩 성장하는 자신을 보며
가장 안정감 있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성장하는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도달점이 있거나 방향이 일정해야 한다.
방향이 있어야
열심히 한 뒤 얼마나 왔는지
내 스스로도 가늠할 수 있다.
그런데 원하는 대상이나, 가고자 하는 방향을
이루거나 익숙해지기 전에도 바꿔 버렸다.
열심히 뛰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동안 최선을 다해서
제자리 뛰기를 하고 있었다.
시간이 정해지지 않은
러닝머신에 위에서
쉼 없이 뛰고 있는 것 같았다.
이 문제상황을 알아차리고 나니
사실은 읽어왔던 책들에서 이런 문제 상황을
계속해서 경고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당신이 정말로 원하는 진정한 목표를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리고 당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하라.
레이 달리오 <원칙>
내가 정말 원하는 목표가 뭘까.
괜히 읽어왔던 책들도 뒤적이고,
자기 계발이나 재테크 계의 유명 유튜버들 영상도 찾아봤다.
애썼다가 지친 사람들을 위한
법륜스님이나 김창옥 교수님 같은
마음을 달래주는 힐링 영상들도 찾아봤다.
한참을 보며
"그래, 그래. 맞아." 이러고 있는데
문득 내가 또 누군가를 쫓아가려고 한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진짜 원하는 걸 찾고 싶은데,
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나.
사실 이미 볼 만큼 봐왔다.
그동안 익숙해진 것에
좀처럼 벗어나기가 힘들었다.
답은 언제나 내 안에 있다는
불경의 구절을 생각하며
책이며 핸드폰이며 내려놓고
빈 공책을 펼쳤다.
뭘 하고 싶은지,
또는 하고 싶은 걸 위한 것들을 쓰려고 했다.
갑자기 원하는 것을 쓰려니 막막해져서
10년 뒤의 나에 대해 적었다.
혼자서 이것저것 쓰고 싶은 것들을 잔뜩 적었다.
정리해 보니 다음과 같았다.
1. 닮고 싶은 엄마와 사랑을 주고 사랑받는 아내
2. 글 쓰는 직장인
3. 노후가 걱정되지 않는 적당한 자산가
4. 건강한 몸
잃을 수 없는 것과
진짜로 도달하고 싶은 것만 적었다.
가족이나 내 노후나 글쓰기나 건강한 몸이나
하나도 내려놓을 수 없는
가장 소중한 것들이었다.
특히나 가족과 관련된 건
제일 중요한 것이었다.
꼬마의 말이 늦고
꼬마의 발달이 늦어지면서,
잠 못 드는, 수많은 밤을 보냈었다.
날 힘들게 했던 것은
꼬마가 단순히 늦다는 사실이 아니었다.
내가 가족이랑 함께 하는 것이 부족했다는걸,
같이 있어도 계속해야 하는 일들을 쫓아 살았다는 걸
나 자신이 제일 잘 알았기 때문이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을 각오를 해야 한다.
포기한 것도 있었는데,
대부분 남의 목표를 훔쳐서 쓰던 것이었다.
자청님의 역행자 책을 보고 배웠던 로고 디자이너,
멋진 인스타툰을 보면서 시도했던 그림, 이모티콘 제작
럭키 드로우나 부아c님을 보면서 꿈꿨던
자기계발계의 획을 긋는 인플루언서,
내가 있는 업계의 인플루언서 등은 내려놨다.
그와 함께
네이버 블로그 인플루언서 도전하는 것도
그만두기로 했다.
애초에 내가 블로그를 하는 이유가
뭐였는지 다시금 되새겼다.
재테크에 대해서 뭘 대단하게 아는 것도 아니지만
유료 강의로 듣던 여러 주식 방법 중
주식 그래프를 계속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 방법에도 관심을 껐다.
출판 쪽에서 필요한 게 아니라면
영상을 제작하거나
인스타 카드 뉴스 등으로 뭘 만드는 것도
지금 당장은 그만두기로 했다.
포기하는 게 사실 쉽지 않았다.
내려놓는 것을 선택할 때 우석 님의 이야기가
큰 도움이 되었다.
사람에게는 하루 24시간, 정해진 양의 시간과 열정이 있다. 모든 것에 시간과 열정을 쏟아부을 수는 없다. 인생에서 성공하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사실 일상의 자잘한 일을 제대로 해보겠다고 마음먹으면 잘할 자신은 있다. 그러나 나는 결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선택과 집중이 성공 전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완벽한 자유와 부를 만드는 인생투자>, 브라운스톤(우석)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보다
포기하는 것이 더 어렵다.
포기한다는 것은
나에게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남기고
덜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안 그러면 소중한 것들이
자기 손안에서 바스라지고 있는 것도 모르는 채로
결국 해야 하는 일들 속에 치여서 살기 쉽다.
몇 년을 정신없이 일에 치여 살고 나서 알게 된 건
바쁨은 성실의 증거가 아니라
때로는 불안을 가리는 가면일 뿐이라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