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면, 습관대로 폰을 열어 확진자 수를 확인한다. 수도권으로의 확산이 심해진 후로는 더 집착적이 되었다. 이 날 아침은 내 눈을 의심했다. 잠이 확 깼다.
400명을 넘었다니.
대구에서 그렇게 퍼져나갈 때도 이런 숫자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지금 나는 현실을 살고 있는건가.
이것이 현실인가.
과연 우리에게, 아니 그냥 나에게 미래가 있을까 싶은 그런 아득한 마음도 들었다. 그저 언젠가, 그렇게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의 상황은 나아지겠지, 이전보다 좋은 날들이 올 거야, 세상은 좋은 쪽으로 흘러가고 있으니까, 이런 생각으로 붙잡았던 마음이 그냥 이렇게 끝날 지도 모른다는, 생각보다 우울하고 어두운 중에 종말이 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또 하나.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긴 하지만 그렇게 사회적 동물은 아니라서 고립 생활을 버티며 살 수도 있는 변화된 개체로 진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백신이 개발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의학도 과학도 발전하고 있으니. 오히려 개발이 안되는 게 신기한 일이겠지. 하지만상용화가 가능할지 상용화된다고 내가 그걸 맞을지, 맞는다고 얼마나 우린 안전하게 살지. 이전에 없었던 불확실성 속에 살고 있는 기분이다. 늘 불확실하긴 했지만 이렇게 깊은 불확실은 처음인듯 하다.
정말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수 있겠구나
내가 작년에 파리에 안 갔다면, 말레이시아도 나고야도 안 갔다면, 그래서 비행기로부터 나오는 공해와 쓰레기를 조금이라도 줄였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까.
여행 가자고 가방 사자고 놀러 가자고 길바닥에 기름 뿌리고 플라스틱컵 쓰고 하지 않았다면 이 날이 오지 않았을까.
굳이 인테리어 한다고 집 다 부수고 뜯고 버리고 하지 않았다면... 내가 뭐라도 하지 않았다면 지금... 하는 바보 같지만 그렇게 틀리지도 않은 생각을 하다가, 슬펐다. 새로운 세계가 오는 것이 끝으로 치닫는 일이라면 우리 인간은 참 치욕적으로 끝을 맞는다는 느낌.
살아있는 게 무섭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 지구에 도망갈 곳이 없다. 있다면 우리 집구석일 뿐.
앞으로 차례 지키기, 양보하기, 인사하기 등 인간관계의 많은 것들을 아이들은 온라인으로 배우게 되겠지. 가상의 공간에서 '나'는 없는 채로. 사회적 동물이지만 그렇게 사회적일 필요는 없는, 온라인에 최적화된 인간이라는 동물로 생명체로 우리는 남은 여생을, 아이들은 자신의 생애를 그렇게 보내게 되는 것일까. 더 이상 밝은 미래 즉, 코로나 이전의 과거를 떠올리는 것이 까마득하고 한편으론 어이없다는 생각도 든다. 과연 있었던 과거인가. 올 수 있는 미래인가. 새로운 세계는 내가 그리는 세계가 아닐 것 같은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