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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급 만 원짜리입니다. (2)

by 김모음





시급 만원에 청소와 사무보조부터 시작했다. 일은 단순했다. 그렇게 1~2달이 지나자 점차 나에게 수업을 맡기기 시작했다. 저학년부터 시작했는데, 수업을 하게 되면 수업하는 시간만은 시간당 11,000원을 준다고 했다. 그렇게 수업이 하나씩 늘어나면서 원래 하루 3시간씩 일하던 근무시간이 5시간, 6시간, 방학 땐 8시간으로 늘어났다. 생활비를 벌러 나왔으니 근무시간이 늘어나면서 받는 돈이 늘어나니 기분은 좋았다. 그리고 근무시간이 늘어나면서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겠단 생각에 들떠 있었다. 하루에 3시간, 4일을 근무하면 일주일에 12시간을 일하는 것이라 주휴수당 받는 기준인 15시간에 미치질 못한다. 하지만 근무시간이 늘어나며 15시간이 넘어가자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그렇게 월급을 받을 생각에 들떴던 달에 찍힌 월급은 주휴수당이 포함되지 않은 액수였다.

‘혹시 주휴수당 주는 걸 모르는 걸까?’

학원의 실무는 대부분 부원장이 하므로 시급계산도 부원장이 할 것이다. 그 똑 부러지는 사람이 절대 모르지 않을 것이다. 말을 해야 할까. 하아... 돈 얘기 하기 너무 껄끄러운데.

주휴수당을 계산해 보니 10만 원 남짓한 돈이었다. 원장과 부원장에겐 미비해 보일 수 있겠으나 만원이 아쉬운 나에겐 10만 원 남짓은 너무 큰돈이었다. 문제는 돈 문제를 입밖에 내는 게 너무 어려웠다는 것이다. 주휴수당은 당연한 권리라는 걸 머리로는 잘 알고 있는데 그걸 달라고 말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나에겐 큰돈이지만) 그들이 봤을 때 얼마 되지 않는 돈을 달라고 요구하는 게 좀스러워 보이기도 했고 민감하고 얼굴 붉힐만한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는 건 나의 큰 단점이었다. 그렇게 1년 가까이를 말 못 하고 있었다. 결국 등신 같은 나의 계획은 “계약 갱신할 때 주휴수당 달라고 말하자.”였다. 그렇게 주휴수당 하나 받자고 1년을 기다렸다. 그렇게 1년이 다 되어갈 때 즈음 계약갱신 하자라는 말이 나오길 기다렸지만 원장에게서 그럴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계약 갱신 얘기도 못하면 난 진짜 병신이다.’ 생각하며 주먹 꽉 쥐며 이야기했다.


“원장님, 저.... 1년 다 되었는데 1년마다 계약 갱신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데요.”

“네, 뭐라고요?”

“아르바이트도 1년마다 계약 갱신해야 한다고 알고 있어요.”

“어머, 그래요? 계약 갱신이요? 아.... 그렇군요. 알겠어요.”


그렇게 며칠 후 새로운 계약서가 내 눈앞에 왔다.

“자.... 선생님 1년 동안 잘해주셨으니까 시급 1000원 올렸어요.”

“아... 감사합니다. 근데, 원장님. 저... 이제 주휴수당 받을 기준이 되어서요. 이미 그 기준 지난 지 오래 됐지만요...”

“아, 주휴수당요. 그거 시급에 다 포함된 거예요.”


부원장의 인터셉트가 들어왔다.


“저희가 수업시간에 해당하는 시급에는 1000원 더 드렸잖아요. 거기에 주휴수당이 다 포함되어 있는 거예요. 수업시간 외에 학원 사무 보는 시간에는 기본급 드리는데, 그 기본급 기준으로 주휴수당 드리는 것보다 수업 시간 시급에 1000원 더 드리는 게 주휴수당 드리는 것보다 월급이 더 많더라고요. 더 많이 드리는 쪽으로 계산해서 그렇게 책정한 거니까 선생님한테 더 좋은 쪽으로 드리는 거예요.”


계산이 느리고 물정에 둔한 편인 나도 저 말이 이상하다는 건 들으면서도 느꼈지만 거기에서 반문할 순 없었다.

“의도는 잘 알겠는데요, 그래도 법은 지켜주셔야죠. 주휴수당은 근로자가 당연히 받아야 할 권리예요. 시급에 그걸 녹여서 준다는 말 자체가 이상한데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내일도 얼굴을 봐야 하는 사이에 얼굴 붉힐 것이 껄끄러워 차마 말할 수가 없었다. ‘그래, 내가 등신이지.’ 하며 억울함을 꾹꾹 담은 채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부원장의 말처럼 주휴수당 받는 것보다 수업시간 수당을 더 받는 게 눈에 보이는 금액으로는 더 나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면을 보면 내가 들이는 노력에 비해 과연 합당한 액수인지 아직도 의문이다. 시급이란 내가 사업장에 도착해서 시키는 일을 수행했을 때 받는 돈이다. 학원에서 한 반과 한 달 동안 수업하는 시간은 6시간, 방학 특강일 경우 8시간이다. 기본 수당 시간당 1만 원이라고 치면 수업 수당은 11,000원, 6시간이면 66,000원이고 방학 특강일 경우 88,000원이다. 하지만 이 6시간과 8시간에 내가 집에서 책을 읽고 공부하는 시간은 포함되지 않는다. 당연한 말이지만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내가 그 주제에 대해 완전히 알고 있어야 한다. 비록 그 대상이 성인이 아닌 초 중등 학생이라도 말이다. 그들이 어떤 질문을 하더라도 답이 튀어나올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특히 나는 방학 때는 한국사와 세계사 특강까지도 도맡아 했기 때문에 그 방대한 역사를 모두 공부하고 아이들에게 가르치려면 1시간 30분 수업을 위해 반나절을 투자해서 공부해야 했다.


이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관리하는 일도 시급에 포함되어 있다. 나름 아이들에게 ‘선생님’으로 불리고 있기에 아이의 수준이 어떻고 상태가 어떤지, 어떤 부분이 부족하고 어떤 부분을 잘하는지 파악해서 부모님께 꾸준히 업데이트를 해야 한다. 최소 3개월에 한 번씩은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제가 아이를 이렇게 잘 파악하고 관리하고 있습니다.’를 보여줘야 한다. 나는 평균 30명 정도의 아이들과 수업을 하는데, 방학 때는 40명이 넘어간다. 신입생이 올 경우 수업 진행 사항과 아이의 반응을 좀 더 면밀하게 봐야 해서 첫 달에만 학부모와 상담을 두 번 해야 한다. 그리고 결석하는 아이들의 경우 스케줄을 잡아서 보강도 따로 해줘야 한다. 이 모든 것이 1만 1천 원에 포함된다. 물론 경력이 쌓이면서 수업 수당도 1천 원 올라 1만 2천 원이 되었지만 내가 수업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과 신경 써서 학생 관리하는 비용을 합한다면 최저시급보다 더 일하고 있단 사실이 웃프다. 사실, 이 모든 걸 마음에 담아두며 피할 수 없다면 즐기지 못하는 내 모습이 웃프다.




'나는 시급 만 원짜리입니다.' 연재는 여기까지입니다. 브런치 입성글이고 첫 연재다 보니 제대로 된 글이라기보단 일기에 가깝고 낙서라 불릴 수도 있겠네요. 이런 미흡한 글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죄송하고, 또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앞으로의 글도 획기적으로 나아지겠단 보장은 못하겠지만 부지런히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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