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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다리아저씨 Jul 15. 2020

남자 화장실과 여자 화장실

암묵적인 벽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참 재미있는 곳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는 아주 심미학적으로 생긴 Eye Film Museum이라는 곳이 있다.   건물의 생김새만큼이나 내부에도 재미난 전시가 많이 이루어진다.

내가 네덜란드를 여행하며 느낀 점은 사람들이 꽤나 개방적이고 자유분방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의식에 비해서 스페인이나 남미 친구들처럼 항상 열정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런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서 생활을 하다 보면 종종 발견할 수 있는 재미있는 화장실 문화가 있다. 

그중 하나는 노상 공중화장실 일 것이다. 저녁시간 흥건히 취한 취객들이 흘러가는 강물에 소변을 보면서 실족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만들어진 노상 화장실이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신체의 중요부위만을 가린 채 눈이 마주치며 볼일을 보아야 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정서로써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특히, 암스테르담의 노상 공중화장실은 남자들을 위해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매우 독특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말 그대로 중요한 부위만 가릴 수 있고, 머리와 다리는 외부로 그대로 드러난 채 소변만 볼 수 있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https://brunch.co.kr/@sterdam/571 (암스테르담의 노상 화장실에 대한 이야기가 잘 설명되어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많은 공공 화장실에서 남녀를 구분하지 않는 화장실 문화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이상하게 들릴 수 있으나, 이곳에서는 남자 화장실 그리고 여자화장실 중성(남자도 여자도 아닌) 화장실이라는 표시를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일리가 있었다.


최근 성전환을 통해 군대에서 이슈를 일으키는 한 병사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의 사회는 많은 것들이 변하고 있고, 그중 하나도 성의 정체성에 관한 막연한 고정관념과 그에 대한 역할론이다.


여성과 남성을 구분 짓는 가장 큰 성의 차이점은 염색체로 인한 육체적인 차이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육체적으로 발현되는 성 정체성보다 정신적 성 정체성을 더 중요시하는 사람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또한 특정 직업들을 제외하고는 어떤 한 종류의 성 정체성이 뛰어난 역할을 수행해 낸다는 막연한 고정관념은 민주사회와 공정한 기회에 대한 사회적 가치 실현에 많은 걸림돌로 작용한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작은 곳에서부터 성을 통해 구분 짓는 많은 가림막들이 존재하기에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마음속에서의 가림막들도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휴가철이나 명절 때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휴게소에서는 특이하다 못해 안쓰러운 장면들이 연출되곤 한다.

바로 남자 화장실에서는 볼 수 없는 여자 화장실의 긴 줄이다. 


일반적인 화장실의 구조상 여자들은 빠른 시간 안에 일을 보고 빠져나올 수 없고, 남자 화장실처럼 밀집해서 소변기들을 배치할 수도 없다. 나름 배려를 한다고, 남자 화장실의 칸막이 공간들의 일부를 여성분들께 할애하지만 턱도 없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것에 비하면 남자 화장실은 아무리 줄이 길다고 한들 소변을 보기 위해 수십 분씩 기다릴 만한 사건은 발생하지 않는다.


성으로 화장실을 분리하는 것 자체가 이런 비효율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Annalise Batista님의 이미지입니다.


성으로 구분 짓는 사회의 여러 가지 제도와 관습이 존재하는 한 양성평등 단체나 성을 주제로 하는 각종 갈등은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최근 여러 과학자들과 미래를 예측하는 미래학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멀지 않은 미래에 염색체 기반의 성 정체성은 완전히 무의미해지거나 남성 여성의 이분법적 성 구분으로는 정의하기 힘든 성 정체성이 여러 가지로 분파된다는 예측이다. 


이미 지금의 과학기술로도 외형적으로 구분이 불가능한 성전환 수술이 가능하며, 태어났을 때와 정 반대의 성 정체성을 가지고 한평생을 살아가는 인구는 점점 늘어가는 추세이다.


여러 가지 성적 이슈들이 최근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아직도 과거에 묶여있는 우리의 인식 속에서 성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는 모순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내가 속한 무리를 대변하거나 반대편을 응원하다는 태도라기보다는 편견이 가득했던 시대에 받은 고정관념을 인정하고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내 주변의 벽을 걷어내는 노력이 필요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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