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주말 농장 서비스
Intro
파랑새 프로젝트는 회사를 수 차례 창업해보고 말아먹어본 30대 청년이 '창업이 행복한 삶의 한 선택지'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사람들을 선발해 창업을 도와주는 재능기부 프로젝트(2020년 1월 ~ 9월) 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저를 창업의 세계로 인도해준 M 형에게서 영감을 받아 시작되었습니다. 이 포스팅을 빌어 제게 행복하고 여유로운 삶을 선물해준 M 형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 목차 -
4. 밥먹다 생각 난 아이디어가 사업으로 커가는 과정 1편
5. 밥먹다 생각 난 아이디어가 사업으로 커가는 과정 2편
6. 밥먹다 생각 난 아이디어가 사업으로 커가는 과정 3편
7. 밥먹다 생각 난 아이디어가 사업으로 커가는 과정 4편
* 4편으로 나뉘어 작성된 글입니다. 먼저 1편 부터 읽고 와주세요.
수요자 측의 문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는 공급자 측의 문제를 해결해보자
<공급자>
1. 전화 인터뷰라는 형식이 잘 못 되었을 가능성은?
2. 어짜피 한 곳만 뚫으면 되니 더 많은 영업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3. 이 공급자가 꼭 필요한 것인가? 내가 직접하면 어떤가?
전화 몇 통 돌려봤다고 안된다고 결론을 내리기는 이르다.
전화라는 수단 자체가 누구나 쉽게 걸고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받는 사람 역시 전화 한통 한통에 관심을 쏟 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화훼농장 업계들은 사람인 이상 실제 얼굴을 보고 이야기할 경우전화 보다 한 마디 더 해주려고 할 것이다. 우리에게 많은 화훼 농장들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서비스 모델을 납득해주는 단 하나의 업체만 뚫어 내면 된다. 이 문제를 우리는 다시 한 번 돌파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이 과정에서 P군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 하고 있는 이 서비스로 성공할 지는 모르겠지만, P군이 결국에는 성공한 창업가가 될 수 있을거라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P군과 나는 보통 일요일에 미팅을 한다. '좀 더 많은 화훼농장과 오프라인에서 미팅을 가져보자.' 라고 결론이 내려진 일요일 그 날, P군은 미팅이 끝나자 마자 저녁 바로 양재 꽃시장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아뿔사, 꽃시장은 생각보다 정말 빨리 문을 닫았다. 일반적으로 꽃시장은 새벽 시장 중심으로 운영 되어, 저녁에는 대개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날 P군은 편도 1시간 반 거리의 양재 꽃시장을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하고 돌아와야만 했다.
그러나 P군은 멈추지 않았다. 월요일 출근하기 전에 새벽 3~4시에 나와 다시 양재 꽃시장으로 향했다. (나였으면 그럴 수 있었을까 싶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P군은 모르는 사장님들에게 말 붙이기가 너무 쑥스러웠다고 한다. 잡상인 취급 당할까 걱정되기도 하고 (잡상인이 맞긴 하지 뭐...), 평소에 남들에게 부탁을 잘 못 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떻게든 처음 말을 붙여보니 생각보다 사장님들은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 하셨다. 화훼농장의 매커니즘과 P군의 아이디어(리틀팜)가 기존 화훼농장들은 하기 힘든 이유 들을 정말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한 사장님과 라뽀가 형성되어 성공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니 그 다음부터는 자신감이 생겨 더 적극적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새벽 4시, 화훼시장이랑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청년 하나가 백팩을 매고 돌아다니니 어떻게 안 도와주고 싶을까? 우리가 원하던 결론(화훼업계와의 협업, 영업)은 얻지 못했지만 P군은 성공적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그리고 P군은 곧장 회사에 출근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장면이 파랑새 프로젝트 P군 편에서 결정적이었던 장면이라고 본다. 그리고 나는 이 장면에서 P군이 곧 성공적인 창업가가 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얻었다. 나도 대학생 시절 팀원과 자존감 높은 대치동 학원 원장들 대상으로 영업을 다녀본 적이 있기 때문에 이 일이 얼마나 괴롭고 귀찮은 일인 지 안다. 하지만 나의 창업 스피릿은 모두 쭈뼛거리며 겨우 겨우 해냈던 대치동 학원 원장, 아이들, 학부모와의 인터뷰에서 만들어졌다. P군과 나는 매주 반성 일지를 작성하고 있는데 다음은 그 때의 이야기다.
P군이 내적으로 성장을 이뤄냈지만, 결과적으로 해결 된 것은 없었다. 땅이 있고 꽃을 키울 수 있는 전문가의 도움이 있어야 큰 비용없이 이 서비스를 해낼 수 있을텐데 도무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에라모르겠다. 라는 심정으로 단골 부동산 사장님께 연락을 드려봤다.
"사장님 잘 지내셨어요? 이러쿵 저러쿵 이래서 밭이 필요한데 혹시 저렴하게 3~40 평 정도 땅 좀 알아봐주실 수 있으세요?"
사장님께서는 알아보겠다 하고 끊으신 후 다시 전화를 주셨다.
"내가 주위에 알아보니까 그 정도 평수면 주말 농장이 낫겠다던데? 5평에 아마 1년에 3만원이면 빌릴거야 한번 알아봐봐"
5평에 3만원이라니 40평을 운영해도 1년에 24만원 밖에 들지 않는다. 배경지식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땅 임대료에 대한 감이 전혀 없었는데 밭을 운영하는 비용이 이렇게 저렴할 줄은 몰랐다. 그래서 이 소식을 듣자마자 P군에게 알렸다.
"P군아, 사정이 이러 이러 한데, 화훼 농장 끼지 말고 혹시 너가 직접 운영해 볼 수 있겠어?"
P군은 듣더니 밭 운영을 본인이 직접 할 수 있을 지 조금 찾아보겠다고 했다. 그때부터 P군은 가능한 수단을 총 동원해 자료조사에 들어갔다. 이 서비스 운영에 적합할 작물, 재배 방법, 운영에 들어갈 리소스는 얼마나 들어갈 지 등을 스스로 공부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D day, 랜딩페이지를 통해 얻은 데이터(얼리버드 신청 비율, 광고 클릭 비율, 지인들 대상으로한 인터뷰)와 P군의 사전조사 내용(이 서비스를 P군이 직접 운영하는 것이 가능할까?) 을 바탕으로 P군이 이 서비스로 사업을 해볼 지 말 지 결정하는 D day 날이였다.
그렇게 P군은 온라인 주말농장 서비스로 자신의 사업을 시작해보기로 결정했다. 지금까지 총 4편으로 P군의 아이디어가 실제로 사업이 되는 과정을 정리해 보았다. 다양한 메세지들을 공유하고 싶지만 가장 핵심을 꼽으라면 이게 아닐까 싶다. 그 당시 작성했던 8주차 반성 일지를 첨부한다.
오늘도 좌절하는 많은 창업가/예비 창업가들에게 이 메세지를 나누고 싶다
어디에든 방법은 있다. 다만 창업가 나의 역량이 부족한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