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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찌니 Jan 13. 2024

내가 나를 사랑하기로 한 결정적 계기는

모든 곳에 있는데 어디에도 없다

심코 내뱉은 한마디에서 시작되었다.


'내가 없다....'


모든 순간에 내가 빠져있었다. 매 순간 있었지만 내가 있었다는 증거를 찾을 수가 없었다.

분명 누구보다 열심히 존재했으나 찾을 수 없었던 한 가지.

크고 작은 선택에서 어느 순간 사라진 단어, '나'.

먹고 싶은 것도, 좋아하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것도  심지어 입고 싶은 것도 없었다.


가족이 좋아하는 것, 친구가 좋아하는 것, 대표가 좋아하는 것 심지어 동료가 좋아하는 것도 알고 아이의 학교 친구의 취향까지도 아는데 참 대답이 나오지 않는 것이 있다.


"너한테 이게 어울려, 난 이게 먹고 싶은데 넌? 난 여기 가고 싶은데 넌 어디가 좋아? 난 이게하고 싶은데 넌 뭐 할래?"

간단한 질문에 어려운 대답.

흰 종이를 펼쳐 들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적어내려 갔다.

아니, 적어 내려가려 했다. 그렇게 한 시간여를 고민하다 한 줄을 적고는 노트를 덮었다.

"타인을 돕는 것"


한 시간을 고민하고 적은 것이 내가 좋아하는 다른 것은 단하나도 적어내지 못한 채 유일하게 적어낸 한 줄이었다.

난 그렇게 내 삶에 나를 위한 공간이 없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공허함에 시작된 글쓰기.

어릴 때부터 혼자 있을 때면 일기를 적었다. 외국어를 잘하지 못할 때도 누가 볼세라 안 되는 외국어로 나만 알아볼 수 있는 콩글리쉬로 일기를 적어 내려 가며 내 생각과 감정을 기록하곤 했다. 그 시절의 모든 시간들은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나에게 오롯이 집중된 것들이 많았다. 세상 무엇보다 스스로가 중심인 시절.

지금은  무엇이 그리 억울하고 속상한 일이 천지였는지 드문드문 발견되는 기록에는 위로와 다독임만이 가득하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에 내가 살아온 지난 시절의 나를 기록할 일이 생겼다.

그렇게 시작된 기록 속 존재 하지 않는 나와 나의 흔적들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내가 빠진 가족사진을 발견한 기분이랄까. 분명 존재하지만 나의 존재를 부정당한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그리고 그런 기분과 감정들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스스로가 내게 씌운 프레임에 의한 것임을 곧 알 수 있었다.


'난 나를 제외한 모든 것을 사랑한다.'

타인의 칭찬도 인정도 부정하고 스스로를 질책하고 자책한다. 그것이 당연한 듯 자연스레 우선순위에서 스스로는 배제한다. 미덕이고 옳은 거라 자위한다.


세상 가장 멍청하고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스스로를 돌보지 않는 사람은 타인의  사랑을 받을 수없다. 

어떻게 사랑받는지 모르기 때문에 그게 사랑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타인의 호의도 의심하고 오해하곤 한다. 또 이런 사람들은 되려 자신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의 말은 의심 없이 곧이곧대로 들어 홀랑 이용당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스스로를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그렇게 자신의 가치를 타인을 통해 인정받고 존재를 인식하려는 경향이 강해 쉽게 흔들리고 부서지기도 한다.

그게 나였다.


그렇게 부서진 스스로를 찾는 과정은 생각보다 단순한 작업들로 가능했다.

- 억지로 잘한 점 찾아보기
- 매일 한 줄 칭찬 적어보기
-  매일 아침저녁 거울 속 자신의 눈을 보며 반짝이는 눈빛이 얼마나 예쁜지 상기시켜 주기
-(가장중요) 작은 성공을 반복 연습하기

지금도 매일아침 자꾸만 잊히는 스스로를 끄집어내고 칭찬하고 격려하는 매일의 반복이다.

30년 넘게 살아온 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지만 앞으로의 30년을, 30년 후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을 모습들을 지금부터 연습해 간다면 조금은 어제보다 나은 모습이 가까워질 거다.


나의 아침은 세상 누구보다 나를 사랑할 '나'로 채워간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타인을 돕기'위한 삶을 위해 나의 능력을 만들어 가본다.

내가 사랑하는 '나'는 타인이 흔들어도 오뚝이처럼 중심이 단단해 늘 제자리로 돌아온다. 가끔 흔들리는 상황도 즐기며

오늘을 살아가는 나를 귀여워하고 응원해 준다.


아프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신나기도 하고 즐겁기도 한 것이 섞여있는 삶을 잘 살아내는 나를 기특해하며 내일도 잘 해낼 거라 스스로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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