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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찌니 Jan 27. 2024

나와는 다름을 인정하는 것

현란한 싸이키 조명아래, 후회를 쌓다

20년 만의 나이트클럽 구경 가기.

귀는 먹먹하고 정신은 아득하고 도대체 여긴 어디고 난 왜 이곳에..?


우연한 계기로 술을 마시지 않기로 다짐 아닌 다짐을 하고 절주를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술자리.

녹차로 건배를 하고 이해하지 못했던 빈 잔으로 두 시간 건배만 하기를 시전 했다. 술자리에 가면 술이 마시고 싶을 줄 알았으나  전혀 그렇지 않은 마음과 몸이 어색하면서도 기특하다.


마지막 가 본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나이트클럽이라는 이름의 어색한 놀이문화장소.

누군가의 입에서 장난스레 나온 한 단어, 나이트클럽.

누군가는 제지할 것이라 생각하며 장난스레 나온 단어에 모두가 우스갯소리처럼 호응한다. 그렇게 어느 누구 하나 긍정도 부정도 아닌 헛헛한 웃음과 함께 내키지 않은 발걸음을 옮겼다.

매캐한 담배연기와 고막이 터져나갈 듯한 음악소리.

이곳이 진정 2024년인지 의심스러울만한 지경의 위생상태와 눈을 제대로 뜨기조차 어려운 어지러운 조명의

그곳에서 풍류를 즐기는 또 다른 결의 사람들을 본다.

한편으로 자유롭게 즐기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 빨리 벗어나고팠다. 이 시간에 못다 한 일들이나 처리하고픈 마음이 들어 서둘러 자리를 뜨고 싶었다. 그렇게 얼떨결에 하릴없이 무대 위 좀비처럼 움직이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그 속에 함께 좀비처럼 까딱거릴 내 모습은 그다지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술을 마시지 않아도 그저 술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길 바랐다. 내심 그 자리가 빨리 파하기를 빌며 애먼 휴대전화만 들여다봤다.

그들과 같은 방식으로 즐길 줄 모르는 나를 억지로 구겨 넣어 어떻게든 즐겨보려 끊임없이 웃었다.


그러다 보니 나와 함께 한 이들의 얼굴이 보이고 그들의 들썩들썩 움직임이 더 좋아 보였다. 음향이 어쩌고 노래가 어쩌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과의 시간을 이렇게 버리지는 말아야 했다. 손사래 치며 거절했던 손을 거두고 함께 스테이지로 가 몸치 박치 둠칫둠칫 박수를 쳐댔다.

까딱거리는 무릎이 관절꺾기처럼 느껴져 목석같이 그저 열심히 손목만 냅다 꺾어 박수를 쳤다. 그렇게 마지막 스테이지를 뒤로하고 자리를 정리했다.


귀는 먹먹하고 코는 담배냄새로 마비가 된 상태였다.

뭐라 하는지 알 새 없이 가방을 챙겨 들고 집에 갈 채비를 했다.

해방이다~!


분명 쉼을 위한 만남이었으나 헤어짐을 뒤로하는 순간 크나큰 해방감에 90도 인사를 하며  엘리베이터를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방금 비라도 왔던 건지 젖어있는 땅을 보며 더운 열기로 빨갛게 달아오른 뺨이 같이 식는다.

시원하다. 바람이 살랑 머리카락을 날리자 어느새 배인 담배냄새가 역하다.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곤히 잠든 집에 담배냄새를 끌고 들어온 것이 미안해 서둘러 샤워를 했다.


이렇게 평소의 나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짓 리스트를 하나 더 적어 내려간다. 이번 리스트는 아마  앞으로도 내게 유익한 경험으로 다시 이어나갈 목록에는 들지 않을 것 같다.

이번 한 번으로 족한 경험이 또 하나 늘었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 또 하나의 후회할 경험들을 남긴다.

아마도 앞으로 남은 시간 수많은 후회의 선택들을 하며 하나씩 지워나가겠지. 그렇게 차곡차곡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들만 남겨 내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에 한 발 한 발  다가가 본다.


이렇게 이 겨울도 끝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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