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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보내는 응원

질투는 곧 인정이었다

by 글린더

아이를 재우기 위해 책을 집어 들었다.
잠든 아이의 코 고는 소리를 배경음 삼아, 마지막 장까지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한 페이지에 한 줄씩, 몇 마디 안 되는 짧은 글이었지만
내가 그동안 눌러 적었던 수많은 마음들이 그 안에 담겨 있었다.

‘내 마음에 들어갔다 온 걸까?’
어쩜 이렇게 정확히, 이렇게 다정하게.
질투가 일었다.
‘어떻게 이렇게 써낼 수 있을까?’
하지만 곧 생각했다.

질투는 곧 인정이다.
그래서 그 감정은 잠시 내려두기로 했다.


언제나처럼 나는 나에게 가장 가혹한 사람이다.
제일 먼저 비난하고, 가장 날카롭게 실망하는 사람.

그래서 오늘도 스스로를 향해 말한다.


“충분히, 열심히 노력한 적도 없잖아.”


늘 그랬다.
내 안의 가장 독한 목소리는 내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그 질투를 눌러버리고
몇 달째 마무리하지 못했던 창작 소설의 마지막화를 써내려갔다.

처음엔 16부작으로 생각했던 짧은 이야기.
첫 소설이었던 탓에 장르도 서사도 제대로 모르고 시작했다.
예정에 없던 인물, 꼬인 전개, 흔들리는 흐름.
그러다 결국 19부작까지 이어졌다.

마무리는 여전히 불안했다.
열린 결말이었다.
“이렇게 끝내도 될까?” 싶었지만, 그래도 마무리했다.
내 안에선 이미 수백 번의 이별 연습을 마친 끝,
혼자만의 결론에 도달한 셈이었다.


그렇게 나의 첫 창작소설은 세상에 조용히, 수줍게 인사를 남긴다.
어쩌면 언젠가 이불킥의 불씨가 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나는 꿈을 썼다.
짧지만, 진짜로.


어린 시절부터 간직해온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마음.
이제는 ‘썼다’고 말할 수 있어서 조금은 홀가분하다.
혼자만의 부채 같은 감정이, 아주 조금 덜어졌다.


지나고 보면,
나는 늘 숙제하듯 무심하게 어린 나를 챙겨왔다.
투덜거리면서도 결국은 챙겨주고, 남겨주고, 달래왔다.


그게 싫기도 하고,
마냥 싫지만은 않기도 하다.


지하동굴처럼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던 적도 있었고,
버틸 수 있는 에너지를 다 소진해 번아웃에 빠진 적도 있었다.
이제는 “이래도 되나?” 싶은 일조차
룰렛 돌리듯 해보다 보니 어느새 중년이 되어 있었다.


답을 찾아야 할 시점에,
답이 더 없는 상황이 쏟아진다.
그러다 보니 이중적인 마음도, 그냥 받아들여진다.


“이해하려 들면, 이해 안 될 것도 없다.”
이 말이 내겐 위로이자, 핑계가 되어왔다.
모든 사람의 선택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믿으며
화낼 일도, 탓할 일도 줄어들었다.


이렇게 적어보니
나는 내 숙원사업을 하나씩 꺼내
버킷리스트 지우듯 해내는 중이다.


지금도 어쩌면,
정리와 마무리를 한다는 건
곧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는 뜻 아닐까.


이번에도 부디,
지치지 않고 끝까지 걸어가기를 —
오늘의 나에게 진심으로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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