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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료 Oct 11. 2021

팬데믹 세상에서 아기를 갖는다는 것

인류의 사명.. 이라고 하면 거창할까 


<총,균,쇠>를 읽고 있다. 인류가 식량을 생산하고 저장하게 되면서 삶의 질이 과연 더 나아졌냐는 문제제기가 흥미로웠다.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몇 시간 후 밀키트가 집 앞까지 배송되는 편리한 세상에서 수렵 채집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문명화되지 못한 민족 취급을 받는다. 저자 제레미 다이아몬드는 바로 이 문제를 지적하면서, 식량 생산의 편의성이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빈곤 국가의 사람들은 선진국에 조달할 식량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 헐값의 노동력을 제공한다. 이 노동력에 비하면 오히려 수렵 채집에 들어가는 노동력이 훨씬 적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편의'란 오직 가진 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인 것이다. 


정치인과 기업인이 코로나 19나 기후 변화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이유도 이런 역사적 사실과 비슷한 맥락에서 것이다. 어떤 바이러스가 인류를 위협하든, 지구 온도가 1도가 오르든, 2도가 오르든,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자본과 기술력, 가난한 사람의 노동력을 바탕으로 어떻게든 그 위기를 탈출할 게 분명하다. 사람이 살 만한 미지의 섬에 가든지 우주선을 타고 화성으로 가든지, 부를 얻기까지 싸지른 폐해는 모른 척 하고 편안하게 도망갈 것이다. 이런 현실 때문인지, 어떤 사람은 지구의 안녕을 위해서는 인구 감소가 필수라고 주장한다. 인간만 없으면 지구는 멸망할 일이 없을 거라고. 



 그들이 말하는 혼란의 팬데믹 세상에서 나는 아이를 가졌다. 최고의 전성기와 암흑기를 동시에 누리고 있는 지구에 사람 하나를 더 세상에 나게 하는 게 맞는 일인지 고민이 됐다. 영문도 모른채 태어난 아기도 고달픈 인생을 꾸역꾸역 살아야 하는 건 아닐까.


그 와중에 '우리는 별의 자손이다' 라는 <코스모스>의 낭만적인 한 문장이 나를 움직였다. 우리는 흔히 지구와 인간이 별개의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하나였다. 인간은 거대한 우주 안에서 일어난 무한한 운동의 결과물이자 별들의 잔해이기 때문이다. 지구를 망치는 건 인류 그 자체가 아니라 인류의 탐욕이었다. 그리고 탐욕을 정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유일한 개체는 인류였다. 


그렇게 생각하면 팬데믹 세상에서 아이를 낳는 게 꼭 부정적이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우리는 대대손손 별의 자손을 만들어야 할 사명이 있었다. 지구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 더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 그런 아이를 길러내려면 우선 나부터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혼란스러운 세상의 질서를 위해, 나는 지금 무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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