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엄마가 상담실로 찾아왔다. 그 엄마는 아이가 학교에서 아이들을 때리고 좋지 않은 동영상을 보는 것 때문에 상담실을 찾게 되었다. 그렇게 상담실을 찾은 엄마는 아들의 얘기보다는 자신의 얘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최근에 남편과의 갈등 중에 남편이 자신을 때린 것에 대해 분노한 얘기를 시작으로 친정 엄마, 친정 아버지, 동생 얘기들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남편의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해서도 얘기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남편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고, 자신이 남편에게 원했던 것은 남편이나 아이의 부모가 아닌 아버지 같이 관심을 가져주고 보호해주기를 바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안 이후로 아내는 남편을 대하는 태도가 너그러워지고 부드러워졌다. 그리고 남편을 나무라는 대신 남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줄 알게 되었다.
아내의 행동이 달라지면서 아내의 변화된 모습을 본 남편이 상담실을 같이 찾게 되었다. 그러면서 부부 상담이 이루어졌다. 부부 상담을 통해 이 남편도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하게 되었다. 자신의 이야기 속에서 남편은 어렸을 적 일찍 집을 나가버렸던 무책임하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아버지의 모습을 현재 자신이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아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것을 표현하고 해결방법을 찾기 보다는 그냥 집을 나가서 혼자 시간을 보내고 오고, 아내와 의견이 맞지 않으면 쉽게 아내에게 이혼하자고 하는 자신의 모습이 아버지의 무책임했던 모습과 같았음을 알게 되었다. 그것을 알게 되는 순간 이 남편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아내의 의견을 묻고, 아이들의 의견을 묻고 서로가 기분 좋게 만족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았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도 함께 얘기하였다. 아내 또한 남편의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남편의 모습에 대해 인정하고 칭찬하는 부드럽고 너그러운 아내로 변화하였다.
이 가정의 남편은 어릴 적 집을 나간 아버지를 보며 나는 자기가 선택해 놓고 자기가 싫다고 처자식을 저버리는 무책임한 아버지가 되지 말아야 되겠다고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성향임에도 불구하고, 출퇴근 시간이 규칙적이고, 위계질서가 엄격하며, 정년이 보장된 직업을 선택했다. 그리고 아내 또한 자신의 같이 정년이 보장된 직업을 가진 사람을 선택하였다. 이 남편이 원했던 가정은 서로가 흩어지지 않는, 서로가 떠나지 않고 함께 하는 가정이었다. 또한 서로가 흩어지지 않기 위해서 서로가 칭찬해주고 인정해주고 인정받기를 원했다. 즉 관계에서의 따뜻함과 인정, 그리고 그 속에서의 의미를 통해 가족을 유지하기를 바랬던 사람이었다.
반면 아내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상황에 동생만을 편애했던 엄마에게서 사랑과 보호를 받지 못하고 살았다. 그러한 환경속에서 아내가 부모의 보호와 사랑을 받기 위한 방법은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아내는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다 하는 가정의 모습을 그렸으며 그것만이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이 이룬 가정 속에서 의무와 책임만을 다했다. 남편과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관계에서의 따뜻함과 인정인데 말이다.
즉 부부가 내가 내 부모에게서 원했지만 받지 못했던 것을 상대가 해주길 바랬던 것이다. 또한 서로가 마음속으로 그렸던 가정의 모습과 삶을 살아내는 방식이 반대인 부부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에게 없는 부분-남편에게 없는 것은 의무와 책임, 아내에게 없는 것은 따뜻함과 삶의 의미 추구-을 가진 사람을 통해 완전한 가족을 이루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상담을 계기로 하여 이 부부는 자신이 상대에게 원하는 것이 자기 안에 있음을 알고, 자기부터 실천하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되고, 서로에 대해 싫어했던 것들이 자신들에게 필요하며 자신들이 배워야 할 점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 이후 이 부부의 변화는 아이와의 관계에도 연결이 되었다. 아이의 욕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아이의 의견을 묻고, 함께 의논하며,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이 부부상담은 끝이 났다. 이 부부 상담이 끝날 때 쯔음 이 부부의 아이가 지은 시가 있다. 시 속에 표현된 아이의 마음이 이 아이의 부모들처럼 자신의 행동과 마음을 인식하고 있어서 상담자로서 매우 기뻤던 것 같다.
이렇듯 부부 상담을 하다 보면 3대까지의 가족을 살펴보게 된다. 3대란 상담실을 찾아온 내담자의 현재 가족과 그의 부모, 그의 할머니, 할아버지대 까지를 말한다.
3대의 역사를 탐색하다 보면 부부는 각자가 서로에게 자신의 부모님들에게 받지 못했던 욕구를 보상받고자 하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보상받고자 하는 행위를 통해 서로를 무의식적으로 선택하게 되며, 그 무의식과 관련된 욕구를 알게 순간 부부는 진짜 부부로서의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것을 인식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용기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내 가족의 단점을 드러내는 것은 곧 나의 부족한 부분을 드러내는 것이며 또한 이는 나의 미성숙함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부상담은 상담을 하는 동안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상대에게 드러내는 것만큼 상담과정 동안 갈등이 최고조가 되기도 하고, 서로를 방어하느라 진을 빼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거쳐나가고 그 과정 자체가 함께 더 잘 살기 위함임을 믿고, 그러한 믿음의 끈을 놓지만 않으면,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되고 더 성숙한 서로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어 서로가 더 자유로우면서도 조화로운 부부 그리고 부모가 될 수 있게 된다.
또한 자신들이 상담실까지 오게 한 상황과 대상(주로 문제를 제공하는 것은 자녀이다. 자녀들은 부모가 싸워야 할 때 안 싸우면 사고를 쳐줘서 부모님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표현한다)에 대해 감사하게 되며, 그 감사는 자신의 삶과 부부, 부모로서의 삶을 더 기쁘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