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본 요람에서 무덤까지 18
종이책 <삶의 미술관> 출간으로 이 브런치 북에는 도슨트 설명만 남겨둡니다.
https://americanart.si.edu/artwork/cup-death-25624
Elihu Vedder < A cup of Death > 1911. oil on canvas. 113.9 x 57.0 cm.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
도슨트 설명
엘리후 베더의 <죽음의 잔>입니다. 한 잔의 술, 누군가는 달콤한 과일주처럼 향긋한 맛을 생각할테고, 또 누군가는 피하고싶은 쓰디쓴 맛이 연상되겠지요. 술 한잔이 앞에 있으니 시를 한 편 읊어보겠습니다.
살아나는 풀잎이 뒤엎은 강둑,
그 위에서 노닐 때에는 조심을 하오.
그 옛날 귀한 이의 입술 위에서
몰래 핀 풀인지 누가 알리요
시집 한 권, 빵 한 덩이, 포도주 한 병,
나무 그늘 아래서 벗 삼으리
그대 또한 내 곁에서 노래를 하니
오, 황야도 천국이나 다름없어라
한번 쯤 들어보셨나요?
페르시아 시인 오마르 하이얌의 시를 서울대 이상옥 명예교수가 번역한 것입니다.
11세기 페르시아의 시인들은 벗들과 흥겹게 어울리며 즉흥적으로 4행시를 지었어요. 마치 우리 옛 선비들이 시서화를 즐기듯이 말이죠. 4행시를 “루바이(Rubai)”라고 해요.
페르시아의 시인이자 천문학자인 오마르 하이얌은 수백 편의 루바이를 남겼어요. 지금 보시는 이 그림 <죽음의 잔>은 오마르 하이얌의 시집에 있는 삽화에요.
1170년대에 처음으로 아랍어로 쓴 시 네 편이 그의 이름으로 한 시화집에 수록되었고, 13세기로 접어들면서 몇몇 저자들이 상당수의 페르시아어 시편들을 그가 지은 것으로 언급했습니다. 이후 시간이 갈수록 그의 이름이 적힌 페르시아어 시편 필사본들은 점점 늘어나게 되었지요.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현재 옥스퍼드대학교 보들리언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아우즐리 필사본’입니다.
엘리후 베더는 HMH(Houghton Mifflin Harcourt 휴튼 미플린 하코트))에서 발행한 <오마르 하이얌의 루바이야트Rubaiyat of Omar Khayyám>의 디럭스 에디션을 위해 55개의 삽화를 제작했어요. 이 그림은 삶과 죽음의 신비를 명상하는 페르시아 서정시에서 파생된 그림입니다.
<오마르 하이얌의 루바이야트>는 에드워드 피츠제럴드(Edward FitzGerald)가 1859년 페르시아어에서 영어로 번역했어요. 그 후로 지금까지 많은 판본들이 나왔습니다.
한국어 번역판에는 영국의 삽화가 조지프 설리번(Edmund Joseph Sullivan)이 1913년 출간한 판본에 그린 삽화가 함께 실려 있어요. 엘리후 베더의 삽화를 기대했는데 조금 아쉬었어요. 그러나 설리번의 삽화도 시를 빛내줍니다.
이 그림을 보면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두렵지가 않아요. 오히려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잔과 포도주는 이 시의 지배적인 은유입니다. 가장 대중적인 해석에 따르면 컵은 생명 또는 생활 행위를 나타냅니다. 포도주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는데요, 포도주는 삶의 쾌락을 대표한다는 것과 종교를 대표한다는 두 가지 해석이 있습니다. 종교가 삶에 대한 실존적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면 포도주의 역할도 그와 비슷한 것 아닐까요?
시집 전체에 흐르는 큰 주제는 삶의 덧없음을 슬퍼하면서 동시에 감각적 쾌락을 즐기자는 거에요.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끊임없이 읽히고 갖가지 형태로 변주되고 있습니다.
Illustration for Rubáiyát of Omar Khayyám, The Cup of Death. 1883-1884. 49.1 x 37.7 cm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
So when the Angel of the Darker Drink
At last shall find you by the river-brink,
And, offering his cup, invite your soul
Forth to your lips to quaff—you shall not shr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