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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리날개 Jun 21. 2022

베짱이는 좋겠다. 쫄보가 아니라서

비행기와 서명에 관련된 이야기

하노이에서 음식을 먹었을 때 이야기다. 

맛있게 음식을 먹고 계산서를 받았다. 음식 값이 적혀 있고 그 아래 팁이라는 항목이 있었다. 내 손으로 직접 팁 가격을 적으라는 이야기다. 나는 속으로 엄청 고민되었고, 종업원은 왠지 나를 너무 뻔히 쳐다보는 느낌이었다.(부담스럽게 ㅠ_ㅠ)




비행기가 출발하기까지 기장은 많은 서명을 한다. 조종대 보다, 오히려 펜을 쥐고 있는 시간이 길지도 모르겠다. 가장 첫 번째로 설명하자면, 운항관리사의 비행계획에 대해서 서명을 한다. 오늘 비행은 어느 항로로 가는지 어떤 비행기를 가지고 갈지 날씨는 어떤지, 연료는 돌아오기에 충분한지 확인하고 서명한다. 이것이 첫 번째 서명이다. (아 출근 도장 찍는 게 맨 먼저이긴 하다!)


비행계획의 검토를 마쳤다면, 목적지와 현지 공항 상황을 검토한다. 가끔 활주로가 폐쇄되어있다거나, 해당 국가의 비상사태 선포로 인하여 공항 자체가 운영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것은 A4용지에 빼곡히 적혀서 나오는데, 일일이 검토를 해야 한다. 확인을 마쳤으면 두 번째 서명한다. 


세 번째는 항공기 상태에 관련된 서명이다. 항공기에 실제로 연료 보급은 마쳤는지, 항공기의 유압계통이나 전기 계통 및 기내 각종 시스템에 관한 점검을 확인한다. 기계적이고 물리적인 많은 부분들은 정비사님이 확인을 마치고 비행기를 이양한다. 조종사는 이를 서면상으로 검토하고 육안으로 검점하고. 최종 서명한다. 


승객들이 탑승하고 있는 곳은 캐빈 매니저님이 담당한다. 간단하게는 TV 고장 난 것과, 좌석 고장 난 것부터, 기내의 소화기, 비상탈출 도구, 확성기, 비상벨 등, 기내 안전과 관련된 항목들이 수십 가지이다. 이를 모두 검사하고 확인하였으면, 체크체크! 이 역시도 캡틴의 서명이 필요하다. 


기체 내부 외부 점검이 완료되면, 이제 승객들과 화물들의 차례다. 승객분들이 몇 명 탑승하였는지, 승객들 탑승으로 인하여, 비행기의 이륙 무게와 속도를 결정한다. 화물에는 혹시나 보조배터리나, 방사선 물질들 등이 있는지 해당 물질들이 허용 범위를 초과하지는 않았는지 확인한다. 이것은 주로 게이트 직원이 도와주는데, 이 역시도 최종 검토를 마치고 서명한다. 


이제 거의 출발할 준비가 끝났다. 마지막으로, 공항의 관제사가 출발하기 적합하다고 판단하면, 항공기의 출발을 허가받는다. 잠시 후 활주로로 이동 후 이륙한다.  출발! 부웅!


  



휴대폰의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스팸 메시지다. 언제 동의한 건지도 모르겠는데, 내가 수신을 동의했다고 한다. "이 메시지는 언젠가 과거의 당신이 동의하여 합법적으로 보내는 스팸 문자메시지입니다."라고 적혀있다. '아 나도 모르게 잘못 눌렀었나 보다. 다음번에는 문자 수신 동의함 체크하지 말아야지.'라고 마음을 먹는다.

잠시 후 휴대폰을 켜고 부동산 앱을 열었다. 화면 커다랗게 메시지가 떴다. 광고 메시지 수신 동의란이 화면의 정가운데 커다랗게 있었다. 반면에 비동의함은 버튼이 없거나, 우측 상단 위 너무나도 작게 X 표시로 있었다. 순간 손가락을 집중해서 터치하지 않으면 스팸 메시지에 내가 또 시달리겠구나 생각 들었다. 


은행에서도 매 한 가지이다. 통장 하나 만드려고 했는데, 온갖 서류와 서명을 요구한다. 그리고 개인정보 활용 동의가 필요한다고 말해준다. 나도 모르게 동의함에 체크하고 체크하고 체크했다. 그리고 어김없이 은행에서 광고 메시지와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너무 하네)


휴대폰을 가입할 때도 마찬가지이고, 자동차 보험 갱신 때도 똑같다. 작은 글자와 반복되는 문구, 그리고 나도 모르는 동의함에 체크하는 것이다.


 



이 글은 비행기와 삶에서의 서명과 관련된 이야기다.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나는 서명을 너무 섣불리 하였다. 내가 알지도 모르는 용어에 그럴듯하게 서명을 하였다. 그리고, 서류를 내민 사람에게 최대한 문서를 빨리 돌려주어, 그들이 나와 있는 시간이 불편하지 않게 최대한 배려하는 행동이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너무 성급했구나 생각 든다. 실수도 많이 하였고...


어떻게 하면, 서명을 잘할 수 있을까? 


서두르는 서명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 상대방이 빤히 쳐다보는 것, 인상을 쓰고 있는 건 차라리 넘기겠는데, 상대방이 만약 지그시 웃고 있는 것이 더 무섭다. 그 표정이 금방 이나마 바뀔 것 같은 두려움이 생기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이곳의 시스템과 이 서류의 용어가 익숙하지 않을 때다. 이 국가에서 팁을 주는 게 맞는지, 몇 프로를 주어야 하는지. 혹은 서류상에 어려운 용어가 마구 적혀 있을 때. 서명을 대충 빨리 넘긴다. 

세 번째는, 시간에 쫓길 때이다. 행여나 내가 지각이라도 한 상황이라면, 빨리 위기를 모면하고 싶어 진다. 


위 세 가지를 토대로 서명을 잘할 수 있는 법을 말해보고자 한다. 


해당 시스템에 대해서 적어도 한 번은 알아보고 가자. 음식 식당이라면 그곳의 분위기와, 서비스 비용 자동으로 추가되는지를 미리 인터넷을 통해서 알아본다. 

절대로 늦지 않는다. 늦게 가면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다. 일찍 일찍 출발하여 미리 도착하는 습관을 가진다. 

마지막으로 조금 어려울 수 있는데, 상대방에게 질문하는 기술이다. 모르거나 애매한 문자나 상목이 있을 때, 이 항목은 어떠한 항목인가요?라고 물어보면 친절히 알려 줄 것이고, 빤히 쳐다보는 상대의 마음도 슬쩍 알아볼 수 있다. 내용도 확인할 수 있고, 여유도 생긴다.



하지만 인생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는 걸... 그래도,


만약에,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해 주지 않는 장소나 사람이라면, 과감하게 그만둘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서류에 서명을 재촉하거나, 본인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항목의 서명을 요구하는 사람이 있다면, 과감하게 그 서비스는 이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당신은 충분히 그럴 만한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항상 그렇게 생각하길 바란다. 


가끔은 베짱이가 부럽다. 배짱이 두둑해서. 그렇게 당당할 수 있는 것 같다.

나도 많이 배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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