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학교 2학년입니다.
흔히 어른들이 말하는 문제적 인간,
중2병의 사춘기 학생입니다.
나는 원래 우주를 자유롭게 유영하며 떠돌고 있었어요.
우주라는 넓은 공간에서 시간의 지배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먼지처럼 떠돌았죠.
그때 저는 존재했던 존재였어요.
존재만으로 자유롭고 빛나던 시절이었죠.
어느 날 엄마 아빠의 초대로 영문도 모른 채 지구로 쏟아져 들어왔어요.
초대받고 보니 이 지구는 참 볼품없는 세상이에요.
이런 곳에 나를 초대한 엄마 아빠가 가끔 원망스러워
나를 왜 이런 곳에 초대했냐고 따지고 싶지만
내가 사랑하는 두 사람이라 그냥 입 다물고 살고 있어요.
가장 싫은 것은 나를 옭아매는 중력이에요.
이 중력이라는 것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땅바닥에 딱 붙어서 치욕스럽게 살고 있습니다.
자유와 초월을 느꼈던 그때가, 어디에 매이지 않고 유영하던 그때가 꿈결 속에서 가끔 기억나는 것 같아요.
내가 초대된 이 땅은
모두가 한 곳만 쳐다보고 가야 하는 이상한 곳이에요.
그곳이 어딘지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어른들만 아는 곳인가 봐요.
그들은 우리가, 아니 내가 가야 할 그곳을 아주 잘 알고 있나 봅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것은 어른들이 잘 알고 있는 그곳을 그들은 가 있는가 하는 것이에요.
엄마 아빠는 그곳에 간 걸까요?
지금 두 사람이 있는 곳이 그곳인가요?
나도 그럼 그곳으로 가야 하는데
그곳이 이곳인가요????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내가 가야 할 곳이 엄마 아빠가 지금 있는 곳이라면
내가 이렇게 미친 듯이, 끊임없이 뭔가를 해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거든요.
아니면 아직은 내가 모르는 다른 곳이라는 건데,
그렇다고 해도 이상해요.
엄마 아빠는 가보지 못한 곳을 그럼 저더러 가라는 건가요??
저도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요즘 내 머릿속이 이렇게 혼란스럽고 횡설수설해요.
그냥 마음속에 떠오르는 의문들이에요.
한 번도 입 밖에 내지는 않았지만
정말 묻고 싶은 말이 있어요.
나는 이 지구에 오고 싶지도 않았는데
엄마 아빠가 초대한 이 땅에서
무엇 때문에 나는 이렇게 살아야 해요?
나는 학교를 가야 하고
학교를 가지 않는 날은 온라인 수업을 하고
학원도 가야 하고 과외도 받아야 해요.
나의 하루는 날 위한 시간은 없습니다.
태어나서 줄곧 이렇게 살아왔어요.
물론 배워야 할 최소한의 것들을 위해
학교에 다녀야 하는 것임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과외를 하는 중에도
내가 원하고 알고 싶은 것은 없습니다.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억지로 하려니 정말 죽을 맛이에요.
가끔 어른들은 묻습니다.
너는 하고 싶은 게 뭐냐고?
그 말을 들으면 어이가 없고 화가 나요.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에요.
하루 중에 내가 운용할 수 있는 나의 시간은 없습니다.
학습과 학습으로 이어지는 사이사이 파편처럼 흩어지는 시간들인데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나도 생각을 해봐야 알 거 아녜요?
내가 뭘 다른 것을 해 봐야 그게 내가 좋아하는 건지 알게 아녜요?
어른들은 내게 공부하라고 마구 다그치다가
한숨을 쉬며 "대체 네가 하고 싶은 게 뭐니?"라고 퍼붓습니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내 존재가 무엇을 할 때 빛나는지
전적으로 내가 알아가야 하는 거라면
제발 날 좀 내버려 두라고 나도 같이 소리 지르고 싶은
심정이지만 그 말이 그들의 심장에 닿을 리는 없고
저는 다만 문을 쾅 닫고 내 방으로 들어갈 뿐이죠.
어젯밤에도
엄마랑 안 좋았습니다.
엄마는 느닷없이 내방으로 들어왔어요.
나는 친구와 카톡으로 시시껄렁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네, 물론 시시껄렁한 얘기이고
공부와는 상관없는 얘기들이었어요.
하지만 그런 것들이 죄는 아니잖아요.
엄마가 숙제 안 하고 뭐하냐며 소리 질렀어요.
정말 화가 나요.
엄마는 카톡 안 해요?
엄마는 종일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그런 것만 해요?
엄마는 한숨 안 돌려요?
나는 왜 안돼요?
어른들에게는 허락된 것이
왜 내겐 금지예요?
꿈이 뭐냐고요?
뭘하고 싶냐고요?
그래요,
저도 좀 물어볼게요.
엄마는 꿈이 뭐예요?
엄마는 대체 꿈이 뭔데요?
대답을 듣기 전에 미리 말해두지만
꿈이 있었는데 너 때문에 포기했다는 말은 하지 마세요.
정말 화가 치밀어 올라서 소리지를지도 모르니까요.
대답해봐요.
매일 꿈이 뭐냐고, 뭘 하고 싶냐고 내게 묻는데
그러는 엄마의 꿈은 뭐냐고요.
엄마는 뭐가 하고 싶은 거냐고요.
그래요. 엄마
엄마가 화가 날까 봐
엄마가 곤란할까 봐
엄마가 얼굴 빨개질까 봐
이런 질문은 하지 않을게요.
엄마가 느닷없이 한숨 쉬며 다그칠 때마다
나는 목구멍으로 꾸역꾸역 이런 말을 집어넣는다는 것만 알아주세요.
엄마 미안해요.
모르겠어요. 나도
언제까지 이런 생활이 이어질지는.
오늘 울었지만 내일 다시 열심히 공부한다고는 장담 못 하겠어요.
다만 분명한 것은 나도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는 않아요.
예전처럼 내 존재의 자유로움을 느끼며 살고 싶어요.
좀 시간이 필요할 뿐이에요. 그걸 이해받고 싶어요.
그리고 제발 어른들은 그들도 그들의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겨우 15살, 이 지겨운 중2병, 사춘기 , 이 시간도 지나가겠지요.
나는 반드시 언젠간 나의 꽃을 피우고 예전에 자유로웠던 그 시절의 내가 될 거예요.
어른들이 나를 믿지 못하니 나도 그들에게 믿고 기다려 달라는 말은 못 하겠어요.
아니 믿고 기다리는 것은 그들이 할 일이 아닌가요?
이런 생각을 하면 정말 서럽고 힘이 빠지지만
그래도 나는 기어이 내 길은 갈 거예요.
내 인생이니까요.
지금은 너무 힘든 시간,
사실 내가 제일 아프답니다.
그것만 좀 알아주세요.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