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를 사랑하지 마
사춘기, 그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는 이 전쟁의 최전선에는 아이와 엄마가 있다.
아빠들은 대체로(전부는 아니지만) 방관자이거나 방관하는 것보다 못한 자들이다.
나도 두 아이의 사춘기를 지나왔다.
내경우는 운이 좋았다고나 할까? 그리 엄청난 전쟁은 아니었다. 돌이킬 수 있는 전쟁이었다.
두 아이 모두 성인이 되고 가끔 가슴을 쓸어내리며 아무 곳에라도 절을 하고픈 때가 있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누구라도 감사합니다.
우리 가정이 이렇게 온전하게 지켜질 수 있는 것은 모두 제 자식들 덕분입니다.
이런 아이들을 만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운이 좋았지만 간혹 운이 없는 가정들이 있다.
본의 아니게 다른 가정의 전쟁을 당사자를 통해서 듣게 됐었다.
정말 비참하고 슬픈 전쟁이었다.
엄마는 딸을 공격하고 딸은 엄마의 무지막지한 공격에 저항하다가 엄마의 굳건한 성에 절망하고
결국 자기 자신을 공격했다.
어떤 전쟁은 돌이키기도 하지만 어떤 전쟁은 돌이킬 수 없다.
강을 건너고야 만다.
출구 없는 이 전쟁
돌이킬 수 없는 이 전쟁
그 엄마는 아이를 사랑한 죄밖에 없다고 했다.
그게 사랑이라면 나를 사랑하지 마!!!라고 그 아이는 말한다.
엄마의 사랑은 틀렸어
그것은 내가 원하는 사랑이 아니야
나를 사랑하지 마!!
하지만 엄마가 어떻게 딸을 사랑하지 않을 재간이 있는가?
딸이 엄마에게 원하는 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달리 뭐가 있단 말인가?
다닥다닥 굳건하게 붙어있는 아파트 단지에 저녁불이 들어오면 어느 집에서 또 한차례 아이와 엄마가 전쟁을 치르고 있을지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한다.
세상의 모든 엄마와 아이가 행복할 수는 없는건지 생각한다.
사춘기 전쟁에서 운이 좋았던 사람들은 그들의 전쟁 앞에서 조용히 침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