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얼마든지 그 웃음의 꽃말을 지어볼게요.
꽃 한 송이를 사다 줘요.
하지만 이 근처에는 꽃을 파는 곳이 없는걸요.
그러면 저만치에 보이는 저 장미를 꺾어줘요.
그렇다면 향기를 잃어 시들 텐데요. 그리고 손가락이 찔려 다치고 말 거예요.
그렇지만 꽃이 너무 갖고 싶어요.
꽃을 갖고 싶다면 꽃이 핀 곳을 찾아가면 되죠.
하지만 전 벌레를 무서워해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그렇지만 나비를 좋아하지 않으면 꽃을 좋아할 수 없어요.
그러면 제가 곤충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까지 조금만 시간을 줘요.
그럴게요. 하지만 그 즈음이면 꽃은 다 시들어버리고 말 거예요.
그것 참 까다롭네요.
그러게요. 하지만 사람들이 말하길 모든 건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아름다운 거래요.
전 잘 모르겠어요. 쭈글쭈글 할머니가 되는 건 상상하기 싫은걸요.
할미꽃의 꽃말이 뭔지 아세요?
아니요.
‘영원함’ 이래요. 허리가 굽더라도 아름다움은 영원히 지속되는 법이니까요.
… 거짓말이죠?
네 사실 저도 잘 몰라요.
그러면 우리가 한번 지어볼래요?
음... 사랑 어때요?
그건 너무 흔하잖아요.
흔하다고 해서 사랑이 아닌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왜 하필 사랑이에요?
저도 몰라요.
저는 코스모스처럼 밝은 꽃이 좋아요. 다채로운 만큼 꽃말도 다양하거든요.
하지만 코스모스도 훗날 할미꽃이 되고 말 거예요.
그것 참 슬프네요.
아, 갑자기 근사한 생각이 났어요.
어떤 생각이요?
할미꽃의 꽃말이요! 그건 바로 별이에요. 모든 이는 결국 늙기 마련이잖아요. 하지만 늙어서도 꾸준히 빛을 낼 수 있는 사람은 시들기 전까지 꽃으로 남을 수 있어요. 비록 화려하진 않더라도 화사한, 그런 꽃 말이에요. 멋지지 않아요? 먼 훗날 시들더라도 사람들에게 그 잔향은 지워지지 않는 거예요!
음… 별로예요.
정말요?
네.
그런데 심장은 왜 뛰어요?
심장은 원래 뛰어요.
거짓말.
진짠데.
저는 당신이 자신에게 조금만 더 솔직했으면 좋겠어요. 울고 싶을 땐 울고, 웃고 싶은 순간에는 마음껏 웃어줘요. 그러면 제가 얼마든지 그 웃음의 꽃말을 지어볼게요. 후에 사랑이 꺾여도 괜찮아요. 다만 그 사랑을 꺾는 이가 순수히 우리기를 바라요. 훗날 꽃말을 되새기며, 언제라도 아파할 수 있도록. 원래 그런 건 시큰거릴수록 아름답다고 하잖아요. 그리고 다른 누구 때문에 사랑이 저물면 그건 너무 마음이 아프잖아요. 나는 조화가 된 채 향기를 흉내내기만 하는 우리를 버틸 자신이 없어요.
그러면 조화의 꽃말은 아픔이겠네요.
아무래도 그렇죠.
갑자기 당신이 미워졌어요.
왜죠?
할미꽃을 볼 때마다 당신이 생각날 것만 같아요. 전 시든 사랑을 잊을 자신이 없어요.
우리의 꽃말은 미련인가요?
아직은 사랑이죠.
그렇다면 미련은 사랑을 증명하겠네요.
그러게요.
손 잡을래요?
안아줘요.
좋아요.
아니면 차라리 우리 지금... 이대로 서로에게 꺾여버릴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