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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해인 Jun 11. 2022

사랑, 사랑, 사랑

우리는 그래야만 해.

 인간은 이기적이야. 왜냐구? 사람에게는 아름다운 것을 자신의 곁에 두고 싶어 하는 욕심이 있기 때문이지. 꽃 한 송이 한아름 피어난 화단의 꽃을 꺾어 굳이 화분에 심고, 드넓은 바다를 누볐던 물고기를 작은 어항에 가둬. 울타리, 폴라로이드, 동화책…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어쩌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담기 위해 존재할지도 몰라.


 하지만 웃긴  이렇게 간직한 행복이 얼마 가지 못한다는 거고, 그걸 본인들도 알고 있다는 거야. 더구나 그들을 소유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스스로 성장하는 법을 시나브로 잃어버려. 식물원의 피스타치오 나무는 정원사에 익숙해져 빗물을 기다리는 법을 잊어버리고, 인간에게 길들여진 동물은  이상 혼자 사냥감을 구할  없게 되는 거지. 이렇듯 아름다움은 시상의 자주성을 짓밟으면서 설계되는 거야. 여기서 인간의 이기심이 드러나지. 세상엔 아름다운 것들이 너무 많아서, 시든 추억은 색다른 대상으로 곧바로 대체해버리면 그만이거든.

 그런데 그건… 어쩔 수 없는 거라구. 그렇게 태어난 걸 어떻게 해. 심장은 애석하게도 상실을 상실하였고, 쉴 새 없이 새로운 감정을 갈구하였으며, 계절은 저마다의 특징으로 인간을 만족시킬 줄 알지. 만약 이 중 하나라도 어긋났다면 인간이라는 종은 진작에 멸종했을 거야.


 아름다움에 귀속된 경험이 있는 인간은 이전까지 혼자서 잘만 견뎠던 시간을 결코 버틸 수 없어. 추억은 허망함과 쌍방을 이루고, 의초로운 눈빛엔 어느새 두려움이 끼는 거지. 완벽한 짝을 만나리라 두 손 모아 빌었던 로망과 달리 어느새 현실에 맞춰서 사랑을 하게 돼. 이게 잘못된 거냐고? 아니, 전혀. 동화책에나 나올 법한 무드로 사랑하는 이들이 몇이나 되겠어. 장담하건대, 공주와 왕자라고 불리는 이들도 그렇게 로맨틱하지는 않을걸? 양말 좀 뒤집어서 벗지 마라, 분리수거 좀 해라, 전기세 좀 아껴라, 치약 좀 끝까지 짜서 써라, 이런 사소한 걸로 핏대 세워가며 온종일 다툴 거야. 피곤하지. 사랑은 피곤한 거야. 그렇지만 그 모든 걸 감수할 수 있는 이유는...


 왕자가 유리구두를 신겨줬던 그날을 기억하기 때문이야. 깊은 잠에 든 자신을 키스로 구해준 그 촉감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지.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 사랑했던 기억을 떠올려 대입해봐. 감정을 타인이 형용한다는 건 참 멍청한 짓이거든. 가본 적 없던 장소를 가고, 먹어본 적 없는 요리를 하고, 해본 적 없는 말들을 뱉고… 이 모든 게 사랑이라는 단어로 통용되는 거야. 서로가 아름다운 감정을 주고받는 건 인간의 본능이라구. 뻔한 사랑 노래다, 클리셰다 뭐니 해도 사랑이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이유가 뭐겠어. 흔한 주제라고 한들 흔한 사랑은 없기 때문이지. 누가 사랑은 의무가 아니래. 사랑은 인간에게 있어 반드시 필요한 거야. 그 아름다움을 겪어본 이와 그렇지 못한 이는 정말 천지차이라구.


 그러니까 우리는 그래야만 해. 아무리 아픈 이별을 겪어도 다시 누군가를 사랑해야만 해. 서로가 서로를 아름다워하고 서로를 위해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야만 해. 잃으면 뭐 어때. 그만큼 아파하고 또다시 사랑하고, 적당히 간직하면서 배워가는 거지. 서로를 간직하는 동안은 세상의 그 어떤 것보다 찬란하잖아.

 그러니까 우리는 한평생 모든 것들을 사랑해야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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