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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웃는 연습도 필요해

소리에게

by 나길 조경희 Mar 22. 2025
브런치 글 이미지 1

며칠 전 엄마가 '흑백요리사'계급 전쟁에서의 우승자 나폴리 마피아와 심사 위원이었던 안성재 세프가 한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만나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 나누는 영상을 보았어. 엄마가 경험하지 못한 요리 이야기에 빠져들었어. 그러고 보니 엄마가 직접 음식 만드는 것도 좋아하고 다른 사람이 요리하는 것을 보는 것도 좋아하는 것 같아. 컴퓨터로 지도를 그리던 네가 궁금해하며 다가오더니 옆에 앉아 잠깐 같이 보는가 했는데 훌쩍훌쩍 울어서 깜짝 놀았어.


"왜 우는 거야?"

"엄마가 나하고 있을 때는 웃지 않는데 영상을 보면서 활짝 웃어서 너무 속상해요. 나를 보고 활짝 웃어주면 좋겠는데 엄마는 나를 보고는 잘 웃지 않잖아요."

.....


네가 눈도 뜨지 않은 갓난아기였을 때 형들에게 소리가 눈을 뜨면  눈 맞추기를 하고 무조건 웃어주라고 했어. 그래서일까. 형들은 너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활짝 웃어주었고 너는 방긋방긋 웃는 것으로 반응했어. 그 덕분에 우리 가족 모두는 자주 웃게 되었고 네가 웃을 때마다 우리 집 전체가 환해지는 것 같았어. 그런데 요즘 들어 네 얼굴에서 그 웃음을 보기가 힘들어졌어. 엄마는 네가 자라면서 겪는 어려움과 스트레스를 이해해. 하지만 불평과 불만을 쏟아내고 화를 낼 때면 엄마도 웃음을 잃어버리게 돼.


나는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했을 뿐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 말을 듣는 엄마는 무심히 듣고 흘려버릴 수가 없어.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될까 걱정되어 자꾸 잔소리를 하게 되는 것 같아


오래전 '웃음치료' 강의를 듣는 과정에서 억지로 웃어보라는 강사의 말에 따라 억지로 웃는데 평소 사용하지 않던 얼굴 근육이 파르르 떨리는 것을 느끼며 깜짝 놀랐어. 얼마나 웃지 않았으면 웃을 때 필요한 근육이 놀라서 떨리는 것일까 싶어 슬퍼졌어. 집에 돌아와 거울을 보고 웃는 표정을 지어 보았는데 얼마나 어색하던지 지금도 그 순간을 기억하고 있어


'웃는 연습이 필요하다고?'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웃음도 연습이 필요해. 특히 요즘처럼 힘든 시기에는 더욱 그래. 우리가 운동을 해서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처럼, 웃음도 연습을 통해 더 자주, 더 쉽게 웃을 수 있게 되는 것 같아. 어쩌면 엄마에게 가장 필요한 연습인지도 몰라.

웃음 연습의 방법으로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활짝 웃어보는 방법이 있고 편안한 자세로 앉아 눈을 감고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살포시 미소 지어보는 방법과 재미있는 영화를 보며 함께 웃어보는 방법이 있다고 해

엄마는 아침마다 거울을 보며 활짝 웃는 연습을 하기로 했어 그 방법이 엄마에게 가장 맞을 것 같기 때문이야


소리 덕분에 엄마가 한동안 웃음을 잊고 살았다는 것을 알았어. 우리 불평과 불만 대신 웃어보는 것은 어떨까? 웃음은 네 주변 사람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든. 네가 웃으면, 엄마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고 함께 웃게 되잖아. 뿐만 아니라 웃음은 우리에게 힘을 주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만들어내기도 해. 때로는 웃음 속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아들아, 엄마는 네가 항상 밝고 행복한 모습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야. 그게 늘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엄마도 알아. 그래서 가끔은 의식적으로라도 웃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아. 그 작은 노력이 네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들어줄지 너도 놀랄 거야. 엄마는 항상 네 편이고, 네가 웃을 때 가장 행복해. 우리 함께 웃음 가득한 하루하루를 만들어가자. 


샬롬

소리를 사랑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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