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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진우 Aug 21. 2022

19. 취업 정말 안 하니?

네 번째 회사 : 소기업 D사(2)

 D사에는 특이한 사람들이 많았다.


나만 겸업을 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D사 직원들 대부분이 여러 일을 동시에 겸하고 있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쓰리잡이 아니라 식스잡을 뛰고 있었다. 그는 가수, 강사, 유튜버 등의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하도 직업이 많아서 기억이 다 안 난다.)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서 일하면 가능하다고, 그는 식스잡의 비결을 알려주었다.


특이한 건 그만이 아니었다. 관련 전공자가 아닌데 연기가 좋아 배우를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도 있었고, 문화예술 분야에 뒤늦게 관심이 생겨 안정적으로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D사에 온 사람도 있었다. D사는 작은 회사였지만 개성 넘치는 직원들이 많았다.


대학을 나오고, 인턴이나 계약직을 하며 스펙을 쌓고, 결국 좋은 곳에 성공적으로 취업하는, 이 루트가 정석이라고 생각했던 내게 그들의 삶은 새롭게 다가왔다. 주변 사람들(특히 엄마)은 제대로 취업하지 않는 나를 특이하게 보곤 했는데 D사의 직원들과 비교하자니 내 행보는 평범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돈을 벌고 살아가는 방식은 각자 이렇게나 다르구나.


 D사를 다니면서 이런 생각이 점점 뿌리를 잡았다. 그래서 엄마가 “취업 준비는 어떻게 돼가니?”라고 물어보면, “그건 모르겠고 이번 달에 n원 벌었어요! 난 이제 벼락부자야!”라는 답으로 시원시원하게 받아칠 수 있었다.


말만 그런 게 아니라 정말 수입이 쏠쏠했다. 외주 비와 D사 월급을 합치니, 통장 잔고는 넉넉하다 못해 풍족해졌다. 어떤 달에는 인턴 했을 때의 월급의 2~3배를 벌 때도 있었다. 이 정도면 D사 계약이 끝나고 몇 달간은 괜찮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외주와 D사는 내 생계를 든든하게 견인하고 있었다.


반면, 글 작업은 전혀 견인해주지 않고 있었다. 몇 달간 준비한 공모전에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진척은 있었다. 공모전 당선이나 계약은 아직 못했지만 그 전초 단계를 착실히 밟고 있었다. 웹소설 사이트에서 무료 연재를 시작한 것이다.


무료 연재는 아마추어 작가들이 데뷔하기 전에 대체로 거치는 절차였다. 모두가 볼 수 있는 사이트에 연재하며 자신의 작품을 꾸준히 독자들에게 알리고 출판사에 어필하기 위함이었다.


나는 어느 정도 편수가 모였을 때 연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말 놀랍게도 반응은 전혀 없었다! ‘이 전개는 찢었다’라고 생각하며 쓴 글에 달린 댓글은 없었다. ‘이 문장은 미쳤다’라며 쓴 글에도 달린 댓글은 없었다. 내가 일부러 구렁텅이에 빠트려놓았으면서 주인공에 대한 연민을 가득 안고 쓴 글에도 역시나 달린 댓글은 없었다. 도리어 조회 수가 더 떨어지기만 했다. 역시나 인생, 만만치가 않다.


하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니 독자가 한두 명씩 천천히 붙기 시작했다. 꾸준히 댓글을 달아주는 분도 새로 생겼다. 너무 재밌다고, 다음 편은 언제 나오느냐고, 독자 한 분이 그리 댓글을 달아주었을 때 느꼈던 전율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 날은 종일 방정맞게 웃고 다녔다. 혼자 살아서 다행이었다. 아무에게도 이 꼴을 보여주지 않을 수 있으니.


 나쁘지 않은, 실은 꽤 괜찮은 나날을 보냈다.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날씨가 점점 더워지기 시작했다. 전보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D사 사무실에 앉아 있을 때였다. 전화가 왔다. 화면 위로 떠오른 이름을 보자마자 반가움이 일었다. 오랜만이었다. 선배님 ‘라’의 연락은. 



-여기까지 미리보기입니다-
 혹시 나머지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책<과로사 할래? 퇴사 할래?>에서 감상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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