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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진우 Aug 19. 2022

17. 엄마가 카톡으로 채용 공고를 보내기 시작했다

C사 퇴사 이후의 일상(2)

C사의 제안을 거절한 뒤, 인맥이나 사이트를 통해서 외주 작업을 받았고 언제부터인가  일과는 이렇게 자리잡게 되었다.


오전 중에 취업 준비하거나 글쓰기.

점심부터 저녁까지 외주 작업 진행하기.

저녁 이후로 운동하기.

잠자기 직전까지 글쓰기.


요약하자면 두 트랙으로 나뉜 일과였다. 본업은 디자이너 프리랜서, 부업은 작가 지망생인 셈이었다. 취업 준비는 예의상 했다. 고 싶은 회사나 하고 싶은 직무가 뜨면 지원했고 그러다 면접장에 불리면 출석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예의상 하던 준비도 더는 하지 않게 되었다. 생각보다 나는 프리랜서 생활이 무척 맞는 사람이었다. 취업할 의지가 안 생길 만큼 만족을 해버렸다.


프리랜서의 장점으로는 뭐니 뭐니해도 자유로움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만 받아서 할 수 있었다. 구태여 사무실에 출근해 이리저리 여러 사람에게 치일 필요가 없었다. 공간의 제약과 시간의 제약에서 자유로워지니 작가 지망생이라는 다소 때늦은 꿈도 유지할 수 있었다. 빈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글을 썼다.


당연히 단점도 있었다. 뭐니 뭐니해도 가난했다. 경력을 쌓지 못한 사회초년생이 일을 꾸준하게 받을 데가 마땅치 않았다. 받는 액수 또한 지극히 미미했다. 어떤 건은 20만 원 짜리였고, 또 어떤 건은 5만 원 짜리였다. 그리고 대체로 5만 원 언저리의 일만 들어왔다.


그렇게 소소한 액수를 근근이 벌면서 지낼 때였다. C사에서 연락이 왔다. 프리랜서 제안이 또 들어온 것이다. 

그건 마치 악마의 유혹 같았다. 또는 천사의 부름같거나. 모순된 두 느낌을 함께 받은 건 내 마음도 오락가락하기 때문이었다. 받아? 말아? 하면서. 

어째 시간이 흐를수록 후자처럼만 느껴졌다. 그래서 끝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C사 프리랜서 일을 맡기로 한 것이다.


C사 퇴사 이후 고작 몇 개월 지났을 뿐인데 벌써 태도를 달리했다. 그간 나는 ‘내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나?’라는 생각으로 지냈지만 이번 기회에 톡톡히 알게 되었다. 나는 돈도 없고, 가오도 없고, 더 나아가 경력도 없다는 것을....


세상은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한번 C사의 제안을 튕겨봤다는 것만으로 나는 자부심을 안고 살아가기로 했다. (애달픈 자부심이란 걸 나도 인지하고 있다.)


이러한 내 선택에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당시 고민 상담해준 친구는 마냥 어이 없어했다. “난 왜 그때 네 고민을 들어준 거야?”라면서.


내 사정을 잘 모르는 다른 친구들은 “갑자기?”라며 놀라워했다. 반면, 내 선택을 적극 반기는 이도 있었다. 엄마였다. 딸이 (외주로 근근히 돈을 벌긴 했지만 사실상) 백수로 지내는 것보다는 훨씬 기뻤을 테다. 나도 좋았다. 자존심을 좀 굽히니 통장에 5만원 이상의 돈이 자주 들어왔다. 솔직히 말해 더 구겨질 자존심도 없었다.


내 성격이 C사와 안 맞는다고? 그럴 수 있지. 작업 속도 느리다고? 나도 알아. 나 정규직은 시키기 싫은데 프리랜서는 시키고 싶다고? 알았어. 그래도 고마워.


어느 순간 이런 마인드가 되어 버렸다. 회사에 다니지 않은, 지난 시간들은 사람 마음을 여유롭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얼마 전에 본 대학병원 진료에서 내 뇌하수체 종양이 줄어들고 있다는 희소식을 듣기도 하여 마음이 더욱 여유로워진 것도 있었다.


어쨌든 나는 C사에서도 일을 받고, 다른 회사에서도 일을 받고, 지인한테도 일을 받아가며 열심히 프리랜서 생활을 이어갔다. 더불어 웹소설 공모전도 준비하기 시작했다. 점점 일상이 바빠졌다. 엄마와 통화를 할 때마다 나는 요새 바빠 죽겠다고 엄살을 피웠다. 엄마의 목소리는 죽어가는 나와 다르게 밝기만 했다. “그래? 그것 참 다행이다!” 나의 바쁨이 곧 엄마의 기쁨이었다.


그러나 기쁨도 오래가지 못했다. 생각 외로 내가 프리랜서 일을 오래 하게 되자 엄마가 걱정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엄마는 내가 취업 전 아주 잠깐 외주 업무를 받는 거라고 착각했던 모양이다.


여름을 지나 가을이 되면서 엄마의 ‘다행이다’란 말은 급격히 줄어들고, 대신 이런 질문이 늘어났다.


 “더 이상 구직은 하지 않는 거야?”


 전과는 다르게 목소리에 걱정이 섞여 있았다. 그때마다 내 답변은 일관되게 같았다.


 “응, 아직 생각 없어.”


 너무 솔직한 게 문제였던 걸까. 겨울에 접어들 무렵, 엄마는 카톡으로 채용 공고 사이트 링크를 보내기 시작했다.

당시의 카톡들



-여기까지 미리보기입니다-
 혹시 나머지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책<과로사 할래? 퇴사 할래?>에서 감상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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