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텃밭에서 얻은 첫 수확
베란다에서 텃밭을 시작했지만, 그동안 제대로 된 수확은 없었다.
곰팡이가 잎채소를 덮쳐 잎마다 곰보가 생기자, 먹기조차 찝찝했다.
특히 임신 중이라 더 신경이 쓰였다.
결국 다른 작물들은 포기하고, 이태리 파슬리 하나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식물 생장등을 들이고, 병든 잎을 부지런히 떼어내고, 흙과 화분을 새로 갈아줬다.
그 결과 최근엔 건강한 새잎들이 연이어 돋아났다.
여담이지만, 병든 파슬리를 친구에게도 몇 포기 나눠주었다.
그 친구는 병을 고치려 애쓰지 않고, 새순이 나오면 감염되기 전에 바로 먹어치우는 전략을 택했다고 했다.
참 영리한 방법이라 웃음이 났다.
드디어 풍성해진 파슬리를 오랜만에 수확하기로 했다.
그냥 잘라두면 금세 시들어 버리니, 먼저 메뉴를 정했다.
오늘의 메뉴는 바지락 술찜.
소비뇽 블랑과 곁들이기 위해 버터와 올리브오일을 듬뿍 넣은 유럽식으로 만들었다.
완성된 술찜에 마지막으로 다진 파슬리를 한 줌 올렸다.
집에서 키운 파슬리는 부드럽고 연했지만 향은 말린 가루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한 숟가락 뜨자마자 입안에 신선한 초록의 아로마가 가득 퍼졌다.
반년 넘게 공들여 가꾼 결과물이 고작 파슬리 잎 몇 장일지라도,
그 순간은 소소한 행복으로 충분했다.
작고 사소하지만, 불면 날아갈 듯한 행복의 조각들이 삶을 채운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