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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무가내 텃밭, 잠시 쉬어갑니다

아기와 집, 그리고 삶을 돌보며 잠깐의 휴식을 선택하다

by 홍페페

올해는 결국 텃밭을 닫기로 했다.
아기를 돌보는 일에 에너지를 쏟고, 이유식을 만들고, 집을 치우는 데에도 힘이 많이 들어가다 보니 텃밭까지 갈 여력이 나지 않았다.

막무가내로 시작했던 나의 자연농 텃밭은 지금까지도 막무가내였고, 수확물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흙을 만지고, 잡초를 뽑으며, 자연의 변화를 지켜보는 그 시간들은 내 마음을 단순하게 만들어주었다. 복잡한 생각들이 조금씩 비워지고, 사는 게 조금 더 소박하고 단정해졌다.

내년 봄에 다시 텃밭을 시작하게 된다면, 그때 또 새로운 이야기로 이 연재를 이어가고 싶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 흙 위에서 배운 것들, 내 마음에 남아 있는 것들을 천천히 모아두려 한다.

잠시 쉬어가지만, 이 계절은 끝이 아니라 다음을 위한 준비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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