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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솔은정 Jun 02. 2024

항암끝!!  평범한 일상이 되길

2020.06.09


18회의 표적치료를 다 못하고 16회기로 표적치료가 끝났다.

2번이 더 남았지만 1년이 시간이 되어버려 보험 적용이 안된다고 주치의 선생님이 말씀하셔서

괜찮냐고 물었더니. 2번 남은 건 별 의미 없으니 마음 놓으라고 알려주신다.

처음에는 4번이라고 하시더니. 8번이라고 하고, 18번이라고 말씀하셔서 나를 끝까지

항암 마치도록 도와주신 주치의 선생님과 항암병동 간호사 선생님들이 정말 고마웠다.

코로나로 얼굴도 못 보고, 눈만 마주치고 인사드리고, 6개월 후에 검진받기로 하고 작별인사를 했다.

3주에 한 번씩 오가던 병원길이 이제 6개월 뒤에 오면 된다니 나도 좋다.

항암 졸업이다!

코로나로 인해 오가는 길이 참 험난했지만, 그래도 끝난 게 어디냐?

머리카락은 놀랍게도 다시 자라고,

눈썹도 잘 자라서 고마운 일이다.

항암으로 그 아픈 중에도 머리카락이 안 날까 고민하던 게 무안하게끔 잘 자라줬다.

작년 가을에 그이가 선물로  사준 비싼 가발을 딱 두 번 쓰고 팔았다.

재경 졸업식에 한 번, 그리고  결혼기념일에 밥 먹느라 한 번,

치렁치렁 가짜 가발은 내가 가지고 싶은 여성성이었고, 내게 어울리지도 않거니와

불편했다. 그냥 나다운 게 편하고, 나의 민머리도, 나의 짧은 머리도 사실은 별 상관이 없었다.

결국 자라날 머리인 것을 그 순간을 못 참고 비싼 가발 산 게 후회되었지만, 아마 안 샀어도, 머리카락이 자라날 동안에는 계속 가발에 눈이 가 있었을 것을 안다. 내 선택에 대한 책임보다는 후회가 더 많은 걸 또 느끼는 중이다

 이 짧은 머리를 위해 그이는 항암졸업기념으로 다이슨 드라이기를 선물로 사줬다

고마워, 여보. 머리 잘 길러볼게.


  


(항암 졸업이라고 아진이가 꽃을 선물해 줬다)



2020.06.29

윤서 소원 중 하나는 캠핑을 가는 것.

그이나 나는 캠핑을  좋아하지 않는다. 모기와 쾌적하지 않은 잠자리는 불편하고 싫어서다.

재경 3살 무렵 재경이 즐겁게 해 준답시고 시할아버님, 시부모님, 시동생, 그리고 우리 부부 이렇게 어른 여섯이 아이 하나와 텐트 두 개를 치고 여름휴가를 보냈다. 압력밥솥단지까지 들고 가 캠핑 한 기억은 고생길이었다. 지금에야 웃고 이야기하지만 다시 가라고 하면 언제나 노땡큐다.   

  윤서가 이야기하는 거라면 백 프로 다 들어주고 싶어 하는 그이는 지난번 내가 항암하고 있을 때  검색해서 찾다가 재경과 대둔산 쪽으로 결정, 완주군에 있는  대둔산 카라반으로 주말에 다녀왔다.

계곡 물도 시원하고, 경치도 좋고,

캠핑카 모양의 카라반도 생각보다 청결하고 온수도 잘 나와 지내기 편했다.

단지 아직 제 컨디션이 돌아오지 않은 나로선 쪼끔 힘들긴 했다.

식구들은 에어컨을 켜야 시원하고, 난 에어컨만 돌아가면 몸뚱이가  아파서 말이다.


물놀이하는 딸들 지켜보면서 웃고, 고기 구워 먹고, 좁은 카라반에서 카드놀이와 보드 게임하면서 배가 아프고 당길 정도로 웃었다. (항암 하던 중간에 호중구 수치 떨어졌을 때 많이 웃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면 호중구 수치가 올라가는 거 보고 웃음 효과 짱 느낌)


 집에 돌아와 물으니 다들 좋았다고 한다.

그이는 윤서 즐거워하는 모습 보니 또 가고 싶단다.

그래, 나는 이들이 즐거워하니 좋다.  


작년 이맘때는  앞도 안 보이던 미래인데 지금은 이렇게 웃을 수 있다니.,내가 꿈꾸던 일상으로 돌아가야지.


나의 항암도 잘 마쳤으니, 그이의 테모달 치료도 잘 마쳐지길..


대둔산 근처 카라반 앞 시내, 꿈꾸던 시간이 펼쳐지니 좋다. 함께 물놀이를 오다니.



2020.10.28

 요양병원에서 만났던  은진자매에게 톡을 보냈는데 오래 답이 없길래 사실은 마음이 좀 불안했다.
많이 아픈가?   한 달 지나서야 오늘 은진자매 동생이 답을 해 주었다.
8월 28일에 하늘나라의 부르심을 받고 갔다고.  
문자를 읽는 순간 목이 왈칵 메고 눈물이 나서 화면이 뿌옇다.  
 작년에 그이 수술 끝나자마자 나도 수술을 하게 되어 눈앞이 깜깜하고 바닥에 내동 이쳐지는 거 같았을 때, 그 마음을 은진자매가 읽어주고, 말씀으로 위로해 주고 얼마나 많은 기도 동역자들이 기도하고 있는지 내 마음을  어루만져주며 달래주어 힘을 얻었다.  자기도 항암 중인데 항암 중에 필요한 것들을 일일이 알려주고 병원에 찾아와 지압 슬리퍼도 사다 주고, 밝은 웃음으로 힘을 줬고, 기도의 힘이 얼마나 큰지에 대해 내게 알려 주었던 은진자매다.
 은진자매가 많은 곳에 씨앗을 뿌리고 갔으니 여기저기서 많은 싹들이 자랄 것이고, 꽃 피우고 열매를 맺을 것임을 안다.  
  지금 나와 그이가 일상을 누리고 조금씩 건강해져 감을 느낄 때, 언제나 감사한 마음을 넘어서 감동을 맛봐야겠구나. 그토록 누리고 싶었던 오늘이라는 시간을 지금 내가 누리고 있으니 말이다.  
 남은 가족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시고,
은진자매가 뿌려놓은 씨앗들이 숲을 이루고 열매가 가득해서 또 전해지길 기도한다.   
 건강해졌다고 활짝 웃던 그녀가 전화로
“언니. 꼭 전주에 놀러 갈게요.”하던 게 생생한데.  

 그 가족들의 마음이 어찌할지..

죽음은 언제나 삶 옆에  함께 있다.

단지 내가 그걸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을 뿐인 거지.

삶을 잘 누리는 방법 중 하나는 나의 삶이 유한함을 언제나 기억하는 것,

영원할 거 같지만, 영원하지 않다는 것.

고통의 쳇바퀴가 계속될 거 같지만, 언젠가는 멈춰진다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금, 이곳에서의 삶을 누리고, 감탄하고, 감동하고, 감사하는 것.

나의 오늘이 누군가 그토록 간절히 원하던 내일이었음을 아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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