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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a Choi 최다은 May 31. 2024

잔소리 없는 날을 원해요!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 엄마이다. 이번주 딸아이 학교숙제 중 하나는 ’나의 잔소리 없는 날‘을 경험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잔소리 없는 날'이었나? 엄마인 나는 동의서에 사인을 하고 24시간 하루 동안 잔소리 하지 않겠다 선언한다.


<잔소리 없는 날>이 숙제라는 알림장을 보고 엄마인 나를 되돌아본다.


나는 얼마나 많은 잔소리를 하고 있나?


잔소리는 과연 쓸모 있는 잔소리일까?

 

집에서 마땅한 규칙이 있다면 오히려 잔소리가 줄어들지 않을까?






나의 경우는 식탁에서 잔소리를 유독 많이 하는 것이다. 반찬을 골고루 먹어라, 밥 먹을 때는 책을 덮어라, 밥을 남기지 않고 먹어라 등등 먹을 때는 강아지도 건드리지 말라는데 밥 먹을 때 잔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뭐지? 우리 집에서는 식탁에서 지켜야 할 규칙이 없는 것이다. 엄마인 내가 잔소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가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규칙 3-4가지 정도를 보드판에 적어놓는 것은 어떨까?


이것을 어길 경우에만 페널티가 있고 그 외의 모든 것은 엄마인 내가 눈을 찔끔 감는 것이다. 스스로 해보고 또 이렇게 하면 시간낭비였구나, 잘못 생각한 것이구나라고 스스로 깨우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


엄마가 사사건건 잔소리를 한다면 아이는 매번 잔소리를 듣고 엄마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느낄 것이다. 아이의 자율성이 자라는 기회를 완전히 잃어버리지 않을까? 엄마는 엄마대로 하나부터 열까지 잔소리해야 하는 에너지 소모로 하루 온종일 피곤하다. 아이를 부모인 자신이 모두 책임져야 한다는 과한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아이의 짐을 엄마가 대신 짊어질 수도 없는 것이니까,




엄마인 나는 워낙 어릴 때부터 매우 예민한 아가였단다. 병원 건물만 도착해도 주사 맞는 것을 알고 고래고래 울었다나. 친정어머니 말씀에 의하면 나 같이 예민한 아이는 없었다고. 관용의 대명사인 친정어머니가 느끼기에 지구상에서 키우기 제일 힘든 아가 유형이라며 너스레를 떠신다.


모전여전이라는 말이 무섭게 나의 딸아이도 어릴 때 ‘난이도 상‘을 자부하는 아이였다. 아침에 일어나면 목청도 큰 아가가 쩌렁쩌렁하게 울기 시작했고 어두움이 찾아오는 저녁 무렵부터 또다시 울음은 시작되었다. 아가들은 울음으로만 표현하니까, 환경의 변화를 많이 감지하고 그 불편한 감각을 자신이 드러낼 수 있는 한 최대한 많이 보여주려는 기질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크면서 보니 우리 아이는 자기만의 주관이 확고하고 자신의 생각이 분명한 아이라는 것이다. 어린 아가일 때는 매우 예민해서 다루기 어려웠는데 말이 잘 통하고 생각이 자라는 초등학생이 되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잘 챙기는 편이고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어린이로 자랄 수 있다는 것이다.



짧은 만 8년의 경력인 여전히 초보 엄마이지만 그 시간 동안 느끼고 배운 것은 아이는 기다리면 성장한다는 것이다. 옆 집 아이와 비교만 하지 않으면, 아이는 아이의 기질대로 아이의 모양대로 자신만의 고유한 색을 점점 발휘하면서 스스로 자란다. 엄마는 아이 옆에서 '다정한 관찰자'의 역할만 아주 잘하면 되는 것이다. 아이가 필요할 때, 아이가 부를 때 바로 달려와 줄 수 있도록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있어주는 것이 엄마의 역할이 아닐까?


잔소리 없는 날을 24시간 지켜야 는데 혹여 잔소리를 하면 하루 더 연장되는 무시무시한 규칙이 있었다. 엄마도 집에서 꼭 지켜야 할 규칙을 생각해 보고 반드시 지켜야 할 몇 가지를 보드판에 적어봐야겠다. 우리 집에서 부모인 내가 가장 중요시 여기는 규칙을 아이가 지킬 것은 지켜 행하되 그 외의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모두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말이다.


엄마의 조언이 힘이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 아이가 사춘기로 방황할 때, 아이가 진로의 문제로 고민할 때 엄마를 떠올릴 수 있게 말이다. 아이가 엄마를 신뢰하고 '엄마의 말은 내가 믿지', '엄마의 말은 그 어떤 것보다 필요한 말이야'라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아이에게 그런 엄마가 되고 싶다. 그러려면 가정 규칙을 만들고 잔소리를 확 줄어야겠지?


나는 욕심이 많은 엄마이니까!





Dana Choi, 최다은의 브런치북을 연재합니다.


월       [나도 궁금해 진짜 진짜 이야기]

화. 토  [일상 속 사유 그 반짝임]

수       [WEAR, 새로운 나를 입다]

목       [엄마도 노력할게!]

금       [읽고 쓰는 것은 나의 기쁨]

일       [사랑하는 나의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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