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남편을 춤추게 하는 법.
# 남자가 여자에게 주었던 생명
민준은 자신과 결혼하고 어느새 아이까지 낳은 아내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자신을 한눈에 반하게 했던 밝고 예쁜 웃음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낯빛은 어둡고, 체중계의 숫자는 올라가 버렸습니다.
바쁘게 생활한다고 흘러가는 줄 몰랐던 결혼 후 5년, 삶의 풍파와 올라버린 체중으로 아줌마가 된 아내가 앞에 있습니다. 둘은 서로를 생각하면 힘들다는 감정만 떠올랐고, 어느새 대화는 사라졌습니다.
민준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 결혼 전에는 정말 예뻤는데. 꼭 원석 같아서 나랑 생활하면서 갈고닦아주면 보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저렇게 됐지.”
원인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이를 낳으면서 고생이 많았구나. 그런데 그 아이는 우리의 아이인데.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내 잘못도 있다. 물이 고이면 썩는다고, 집에서 아이만 보고 자신을 돌보지 않았구나. 답은, 사회생활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가치와 자기 존중감을 올릴 수 있도록 도와줘야겠다.’
남편: “송이야, 나랑 잠깐 이야기하자. 이렇게 집에서만 있는 것도 힘들지? 생각을 해봤는데, 아무래도 밖으로 나가서 사회생활을 다시 하는 게 좋겠어. 그러니 지금이라도 새로운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 언제까지나 이렇게 아이의 엄마로 사는 게 아닌, 송이 너의 인생이 빛났으면 좋겠어. 그게 아이가 나중에 보더라도, ‘우리 엄마 멋있는 사람이야’라고 이야기할 거야. 너도 나중에 아이가 다 크고 나서 아이한테 집착하지 않고 건강한 삶을 살아 나가려면, 지금이라도 사회생활도 하고 너를 꾸미고 살았으면 좋겠어. 물론 예전에 하던 일은 돌아가서 하기엔 너무 어려울 수 있을 것 같아. 그래서, 다시 공부를 시작하고 준비했으면 좋겠어.”
송이는 한참 생각에 잠겼습니다. 나이도 서른 중반이고, 그동안 자신이 했던 일은 특수업종인데, 공백기간이 길어 돌아갈 수 없었거든요. 하지만 민준의 이야기도 논리가 맞았습니다. 이렇게 아이의 엄마의 인생을 살 수 없기도 했고, 지금 자신의 모습이 종종 처량하고 안타까워 우울하고 가끔 눈물이 나기도 했거든요. 이렇게 이야기해 준 남편이 한편으로는 고마웠습니다.
송이는 용기를 내서 새로운 분야를 공부했습니다. 편입을 하고 대학을 들어가기엔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어려웠습니다. 집 근처의 평생교육원을 알아보니 2년 과정의 수업을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육아를 한꺼번에 해야 했고, 남편도 자신의 일을 하느라 바빠 자신을 도와줄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틈나는 대로 아이를 돌봐주고, 집안일을 거들어주며 노력하는 남편의 모습이 고마웠습니다.
2년여의 정신없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5곳의 면접을 보았고, 3곳에서 합격의 결과를 받았습니다. 어렵게 들어간 곳에서 송이는 약간 움츠려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함께 일 하는 동료들 대부분이 자신보다 어렸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그들은 몇 년의 경력이 있었으나, 송이는 신입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다 보니 큰 걱정거리는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전에 하던 일의 경력과 학력, 그리고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젊은 선생님들보다 더욱 노련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결국 직장에서 그런 송이를 인정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