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트란세오 Nov 01. 2020

남편도, 울고 싶을 때가 있다.

아내가 남편을 춤추게 하는 법.

남자가 여자에게 주었던 생명


민준은 자신과 결혼하고 어느새 아이까지 낳은 아내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자신을 한눈에 반하게 했던 밝고 예쁜 웃음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낯빛은 어둡고, 체중계의 숫자는 올라가 버렸습니다. 


바쁘게 생활한다고 흘러가는 줄 몰랐던 결혼 후 5년, 삶의 풍파와 올라버린 체중으로 아줌마가 된 아내가 앞에 있습니다. 둘은 서로를 생각하면 힘들다는 감정만 떠올랐고, 어느새 대화는 사라졌습니다.

민준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 결혼 전에는 정말 예뻤는데. 꼭 원석 같아서 나랑 생활하면서 갈고닦아주면 보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저렇게 됐지.”

원인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이를 낳으면서 고생이 많았구나. 그런데 그 아이는 우리의 아이인데.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내 잘못도 있다. 물이 고이면 썩는다고, 집에서 아이만 보고 자신을 돌보지 않았구나. 답은, 사회생활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가치와 자기 존중감을 올릴 수 있도록 도와줘야겠다.’



남편: “송이야, 나랑 잠깐 이야기하자. 이렇게 집에서만 있는 것도 힘들지? 생각을 해봤는데, 아무래도 밖으로 나가서 사회생활을 다시 하는 게 좋겠어. 그러니 지금이라도 새로운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 언제까지나 이렇게 아이의 엄마로 사는 게 아닌, 송이 너의 인생이 빛났으면 좋겠어. 그게 아이가 나중에 보더라도, ‘우리 엄마 멋있는 사람이야’라고 이야기할 거야. 너도 나중에 아이가 다 크고 나서 아이한테 집착하지 않고 건강한 삶을 살아 나가려면, 지금이라도 사회생활도 하고 너를 꾸미고 살았으면 좋겠어. 물론 예전에 하던 일은 돌아가서 하기엔 너무 어려울 수 있을 것 같아. 그래서, 다시 공부를 시작하고 준비했으면 좋겠어.”


송이는 한참 생각에 잠겼습니다. 나이도 서른 중반이고, 그동안 자신이 했던 일은 특수업종인데, 공백기간이 길어 돌아갈 수 없었거든요. 하지만 민준의 이야기도 논리가 맞았습니다. 이렇게 아이의 엄마의 인생을 살 수 없기도 했고, 지금 자신의 모습이 종종 처량하고 안타까워 우울하고 가끔 눈물이 나기도 했거든요. 이렇게 이야기해 준 남편이 한편으로는 고마웠습니다.


송이는 용기를 내서 새로운 분야를 공부했습니다. 편입을 하고 대학을 들어가기엔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어려웠습니다. 집 근처의 평생교육원을 알아보니 2년 과정의 수업을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육아를 한꺼번에 해야 했고, 남편도 자신의 일을 하느라 바빠 자신을 도와줄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틈나는 대로 아이를 돌봐주고, 집안일을 거들어주며 노력하는 남편의 모습이 고마웠습니다.


2년여의 정신없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5곳의 면접을 보았고, 3곳에서 합격의 결과를 받았습니다. 어렵게 들어간 곳에서 송이는 약간 움츠려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함께 일 하는 동료들 대부분이 자신보다 어렸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그들은 몇 년의 경력이 있었으나, 송이는 신입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다 보니 큰 걱정거리는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전에 하던 일의 경력과 학력, 그리고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젊은 선생님들보다 더욱 노련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결국 직장에서 그런 송이를 인정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전 08화 사랑을 지속하는 힘 - 생명을 주는 삶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