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작가가 발견한 해변 걷기의 진실

5. 해변을 걷자

by 조연섭
채지형 여행작가가 발견한 해변 걷기의 진실

묵호가 그냥 좋아 동해 묵호에 정착해 살고 있는 채지형 여행작가는 마을 걷기를 즐기다 최근 해변 맨발 걷기를 시작했다. 오늘은 어쩌다 맨발 걷기를 시작한 지 두 번째 걷기다. 장소는 백사장이 넓어 망상명사십리로 부르는 동해 망상해변이다. 해변 맨발 걷기 동해클럽 정기모임으로 여명과 일출을 보며 걷기 위해 의도된 불편은 서로 즐기며 주말 아침 6시 집결한다. 스포츠마스터 김나경박사의 몸풀기 체조와 함께 가벼운 스트레칭을 마치고 걷기를 시작했다. 코스는 망상해변 북측에서 남측까지 왕복하는 코스로 소요시간은 60분 정도다. 맨발 걷기에서 채작가 부부는 오늘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고 SNS 채널에 공개했다.

내용은 글로만 보았던 <겨울엔 바닷물이 따듯하다>는 사실이다. 몸소 현장에서 체험한 것이다.

채지형, 조성중 여행작가 부부

채작가는 글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맨발로 해변 걷기에 나섰고 급속도로 발바닥이 굳어갔다. 이러다 동상 걸리는 거 아닐까 싶었다. 에베레스트 바람 숭숭 뚫린 로지에서의 밤이 떠올랐다.

그때였다.

브루스(작가의 남편)가 “뭐 해! 바다로 와야지!”라고 소리친 건. 선택의 여지없이 바다 쪽으로 향했다. 놀랍게도 파도가 쓸고 간 모래사장은 포근했다. 얼기 직전의 발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르르 녹았고 거침없이 달려들던 파도가 발 밑에서 사그라들려면 온기를 배달했다. 놀라워라, 겨울 바다가 이렇게 따스하다니…

맨발 걷기 리더인 조국장님과 나경선생님, 교장선생님과 명희선생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손이 시려워 꽁>노래를 부르고 함성도 지르고 신나게 걸었다.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

겨울바다 때문에 꽁꽁꽁

망상에 울려 퍼진 우리 목소리.

어쩌면 다음 주 토요일 아침에도

망상바다를 서성일 지도 모르겠다.

오늘의 레슨, 추운 날 해변에서 맨발 걷기 할 때는 파도가 들어오는 경계선에서 걸을 것. (파도 하고 나 잡아봐라 놀이하면서. :)


친절한 전문가 수준의 맨발 걷기 팁까지 남기면서 두 번째 맨발 걷기를 마감한 채지형, 조성중 작가 부부는 방문한 손님맞이를 위해 작가부부가 운영하는 묵호의 로컬브랜드로 성장하는 여행책방 ‘잔잔하게 ‘로 향했다.

얼마 전 채지형작가를 통해 추천받은 『한동일의 라틴어 인생 문장』 에서 한동일 작가가 가장 어려운 시절에 붙잡은 한 줄의 희망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바로 “고난을 넘어 별을 향해”다

이 문장을 떠올릴 때마다 고난을 ‘넘어’ 별을 향해 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고난을 ‘통과해야만’ 별에 이르는 것이라는 해석을 덧붙이게 된다. 땅에 발붙이고 살아가는 인간이 하늘의 별에 이르기 위해서는 수 없는 고난과 희생이 동반된다. 닥쳐오는 고난들을 직면하고 견뎌내는 이들은 결국 자신의 별에 가닿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가 오늘 이른 새벽 여명과 마주하며 시린발을 호호 불며 해변을 걷는 이 고통은 훗날 <고난을 넘은 나의 별>이 될 것이다.

망상 해변 맨발 걷기, 사진_조연섭
• 채지형 여행작가

모든 답은 길 위에 있다고 믿는 여행작가. 여행 유전자를 물려받은 덕에 오늘도 여행가로 명랑하게 살고 있다. 뭐든 꼬물꼬물 손으로 만드는 아날로그 작업을 좋아하고, 시장 구경과 인형 모으기를 특별한 낙으로 삼고 있다. 신문사에서 기자로, IT기업에서 SNS 기획자로 18년 동안 일했다. 현재는 신문과 잡지에 여행과 삶에 대한 따스한 글을 싣는 여행작가로 활동하며, 경향신문 후마니타스연구소와 여행작가학교에서 여행과 글쓰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축제 컨설팅, 라디오 여행코너 진행, 여행 기념품 기획 등 ‘여행’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여행작가협회에서 기획이사로 지냈으며, ‘재미있게 살자’를 슬로건으로 내건 여행콘텐츠공방 ‘재미로’의 대표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세계일주 여행기 『지구별 워커홀릭』을 비롯해 『안녕, 여행』, 『제주맛집』, 『인생을 바꾸는 여행의 힘』, 『오늘부터 여행작가』, 『까칠한 그녀의 스타일리시 세계여행』, 『어느 멋진 하루 TRAVEL&PHOTO』, 『넌, 이번 휴가 어디로 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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