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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민 Jan 10. 2022

아이 탄생의 비밀

02 | 낯선 곳에서 적응하기

01. 아이 탄생의 비밀


  아이와 둘이 나란히 앉아 점심을 먹고 있었다. 햇살이 식탁 위로 내려앉고 있었다. 햇살을 따라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려던 차에 아이가 갑자기 정적을 깨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  엄마! 나는 초승달에서 왔어. 갑자기 소용돌이가 불어서 낯선 집에 오게 된 거야.

-  낯선 집이 엄마 아빠 집이야?

-  응! 처음에는 슬퍼서 엉엉 울었어.

-  왜 슬펐어?

-  달에서 왔다는 걸 잊어버릴까 봐. 그런데 정말 좋았어. 엄마 아빠를 만나서! 엄마 아빠 모두를 사랑해.


  밥을 먹다가 뜬금없이 듣게 된 아이의 이야기와 사랑 고백에 낮잠 자는 아이 곁에 앉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왠지 모르게 어깨가 무거워졌다. 엄마도 네가 우리 집에 와 줘서 정말 반갑고 기뻤어. 우리 지구별에서 함께 잘 지내보자. 



02. 에펠탑이 따라와


  우리 집은 에펠탑이 보이는 트로카데로 광장 근처에 있었다. 집을 나서면 항상 에펠탑이 보였다. 에펠탑은 워낙 크고 높아 파리 시내와 파리 근교 곳곳에서도 볼 수 있다. 아이는 여기저기서 보이는 에펠탑을 보며 처음에는 여러 개의 에펠탑이 있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아이에게 여러 개가 아니라 하나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다음날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창밖으로 에펠탑이 보였다.


- 엄마! 아무래도 에펠탑이 내가 좋은가 봐. 자꾸 나만 따라와.

- 응?

- 저기 봐봐. 나한테 인사하려고 달려오잖아!


  착각은 자유라지만… 그래도 이런 긍정적인 착각은 좋네. 아이의 엉뚱한 상상에 오늘도 웃었다. 



03. 뭐라고 그런 거야?


  아이와 둘이 산책을 나섰다. 오늘따라 길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아이를 보며 한 마디씩 이야기한다. 그러고 보니 아이와 지나갈 때마다 비슷한 말을 들었다. 프랑스에 오기 전 워낙 인종차별 이야기를 많이 들은 터라 긴장이 되었다. 그런데 뉘앙스는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저녁에 돌아온 신랑과 셋이 함께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지나가는 아주머니께서 또 한마디 하신다. 혹시 아이가 들으면 상처되는 말일까 싶어 신랑에게 슬며시 귓속말로 물어보았다.


-  방금 뭐라고 한 거야?

-  아! 귀엽데.


  생각지 못한 이야기에 토끼 눈을 하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이에게도 사람들이 이윤이가 귀엽다고 말하는 거라고 전하자 쑥스러운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날 이후 아이는 사람들이 한 마디씩 하고 지나가면 알면서도 꼭 물어보았다.


-  뭐라고 그런 거야?

-  윤이 예쁘데.


  다정하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덕분에 아이와 나 둘 다 낯선 이곳이 편안하고 좋아졌다.



04. 머리에 별이...!


  프랑스는 만 세 살이 되면 유치원에 가야 한다. 아이는 유치원에 가기 전 한 달 동안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었다. 처음에는 말이 통하지 않는 그곳에 가는 걸 무척이나 힘들어했다. 아이를 데리러 갈 때마다 선생님한테도 아이한테도 미안한 마음이 들곤 했는데 어쩐지 오늘은 아이 표정이 좋았다.


-  오늘도 재미나게 놀았어?

-  오늘 이시야가 나한테 뽀뽀했어.

-  진짜? 

-  응. 너무 깜짝 놀라서 머리가 빙글빙글 돌았어.


  아이의 이야기에 만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머리에 별이 빙글빙글 도는 모습이! 정말 별이 도는구나! 다음 날 또 그다음 날 이제는 아이와 웃으면서 헤어질 수 있었다. 그렇게 아이는 엄마 손을 떠나 친구와 선생님 손을 잡고 성큼 발을 내디뎠다.




#엄마나랑친구할래 #오늘의이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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