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작가! 야, 나두 할 수 있어-
(2) 야, 이걸 내가 할 수 있어?
제자의 작가 데뷔 소식에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학창 시절엔 대인관계도 좋지 않았었는데, 이젠 다행히 작가로 활동하는 이들과 교류도 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표정이 밝았다. 어른스러웠달까? 아, 당신에게 제자의 작품을 소개해주고 싶지만, 본명으로 활동하는 게 아니라 아쉽게도 알려줄 수가 없다. (심지어 나에게도 말해주지 않았다!)
여하튼 이 사건 아닌 사건은 내게도 커다란 자극제가 되었다. 물론 당시 몇 권의 책을 출간한 상태이긴 했지만, 자취를 감추었던 내 궁극적 목표이자 꿈이 기다렸다는 듯 저 깊은 지하 창고의 문을 열고 뛰쳐나왔다. 나도 쓰고 싶다, 웹소설! 그런데, 웹소설은 어떻게 쓰지?
그냥 무턱대고 쓸 수는 없었다. 별수 있나? 웹소설을 찾아 읽어봐야지. 어라? 그런데 웹소설을 연재하는 사이트는 굉장히 많았다. 게다가 정말 많은 작가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활약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세계에선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내가 사는 지구가 아닌 느낌?― 또 다른 지구인들을 만난 느낌이었다.
정말 신기했던 건, 그전까진 웹소설이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라 생각했었는데 사실 그 안에 또 세부적인 장르들이 나뉘어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로맨스의 경우 일반 로맨스가 있고, 로맨스 판타지가 있고, 또 아이돌 스타들의 로맨스, 더불어 동성애까지 다양하게 구분되어 있었다. 굉장히, 섬세했다! 그 섬세함에 취해 인기가 많은 작품 위주로 하여 찬찬히 살펴보았는데 굉장히, 재밌었다!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뭐니 뭐니 해도 다음 화가 기다려지기 때문이지 않은가. 웹소설은 회차별로 구성되어 있어 각 회차 안의 기승전결이 매우 중요했다. 그 기승전결이 모여 큰 틀의 기승전결로 이어져야 하므로, 웹소설 작가들은 연재 주기에 따라 계속해서 고민을 거듭해야 했을 것이다. 굉장히, 존경스러웠다!
더불어 우리가 잘 아는 종이책 소설들은 인간 본성을 탐구하는 측면, 그러니까 주제적인 측면이 강했다면, 웹소설은 각 캐릭터가 지닌 고유의 색채가 두드러지는 측면이 강했다. 주제는 다소 단순할 수 있어도, 사건 구성과 캐릭터의 힘으로 전체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듯했다. (물론 내 주관적 판단이다.)
다소 아쉬웠던 점은 판타지로 연결된 장르에서 느낀 부분인데, 판타지는 그야말로 상상 속 세계이기 때문에 그 상상력이 참신하지 않으면 아무리 캐릭터의 색채가 강하더라도 이야기 몰입이 잘 안 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물론 이것도 내 주관적 판단이다.)
그래서 난 무엇을 써야 할까. 인프피의 상상력을 밀어 붙여볼까? 판타지? 허나 내 상상력은 내가 말한 아쉬웠던 점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컸다. 나만, 인프피인 건 아닐 테니까. 이미 다 존재하는 이야기였다…. 그렇다고 로맨스를 쓰기엔, YES 총각이라는 ‘사회적 지위’가 마음에 걸렸다. 내가 무슨, 로맨스를….
그래서, 뭐, 어쩌겠다는 거냐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내 이야기를 썼다. 이에 대한 답은 사실 내가 주었다. 다름 아닌 내가!
언젠가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나갔었는데, 분명 내가 이런 얘기를 했었다.
‘여러분, 글을 쓰고 싶으면 일단 여러분의 이야기를 써보세요. 그게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매력있는 글을 창조하는 방법입니다.’
내가 이런 말을 했었다는 사실이 놀라우면서도 참 반가웠다. 답을 알고 있으면서 뭘 그리 고민했을까. 진정한 글쟁이는 자기 얘길 잘 쓰는 사람이라 다짐했었고, 그래서 많은 경험이 필요할 거로 생각했던 글쟁이로서의 초심이 나의 웹소설 세계를 활짝 열어준 것이다. 덕분에 나는, 웹소설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