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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숭깊은 라쌤 Nov 07. 2023

대파가 그렇게 인기라며? - 대파 크림치즈 토스트

가장 보통의 레시피 - 소박한 식탁 위 발칙한 잡담들

 생각지도 못한 소식을 접하고야 말았다. 세상에나, 빵 하나를 사 먹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린다니……. 좀처럼 믿기 힘든 일이었다. 베이글을 종류별로 판매하는 ―런던을 닮은― 삼청동 빵집이나 망원동의 유명한 베이커리는 평일에도 2~3시간 웨이팅은 기본이라고 한다. 그런데 다들 한목소리로 ‘기다림이 아깝지 않다’라고 말하며 매우 높은 평가를 하고 있었다. 그, 그 정도라고? ‘빵지순례’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라고? 더 놀라웠던 건 빵을 좋아하는 소위 ‘빵 덕후들’ 사이에서 ―역시나― 생각지도 못한 재료, ‘대파’가 굉장히 ‘핫하다’라는 사실이었다. 대파 베이글, 대파 스콘, 대파 버거, 대파 꽈배기까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자, 그럼 이제 대파의 인기 비결을 함께 알아볼까요?    

 

 대파는 풍부한 영양소를 지니고 있어 건강 식단 마련을 위한 필수 아이템이다. 비타민 A, 비타민 C, 칼슘, 칼륨 등 여러 영양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는 점이 첫 번째 인기 비결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대파는 특유의 감칠맛 덕분에 다양한 조리법에 적용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지니고 있는데, 구워도 먹고 볶아도 먹고 채를 쳐서 튀기기도 하며 양념에 버무려 생으로 즐기기도 한다. 어떤 음식이든 어우러질 방법이 다양하다는 특유의 매력이 있다. 참, ‘파테크’가 유행처럼 번져나갔다는 사실을 당신도 아마 알 것이다. 지속 가능성이란 측면 역시 대파의 인기 비결 중 하나인데, 비교적 재배가 간단하고 생산량이 많아서 가정에서도 대파를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 포인트! 

 그 밖에도 상큼한 대파의 향과 낮은 칼로리, 빠르고 간편한 손질법 등도 대파의 장점으로 언급되는데, 그렇다면 또 어쩔 수 없지. 자, 그럼 이제 대파를 활용해 대파 크림치즈 토스트를 만들어볼까요?     


 참고로 대파는 미리 손질해서 치킨타올 아니 키친타월을 깔아놓은 밀폐용기에 보관해두면 그 신선함이 오래 유지된다고 한다. 할 땐 귀찮지만 정리해놓으면 나중에 꺼내 사용하기도 편하고 무엇보다 보기에 아주 흐뭇하다. 살림꾼이 된 기분! 

살림남이 되기 위한 끊임없는 도전

 그렇게 정리된 대파를 아주 잘게 썰어도 되고, 한입 크기로 적당하게 잘라 주어도 된다. 그런데 썰고 나니 문제가 생겼다. 대파도 있고, 크림치즈도 있고, 빵도 있는데, 대체 이걸 어떻게 조리해서 먹어야 할지 감이 오질 않았던 것. 그걸 알면 내가 빵집 차렸지, 뭐.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빵에 크림치즈를 바르고, 대파를 왕창 올리고, 오븐에 돌렸다. 적당히 파가 익고 치즈가 녹았다 싶었을 때 꺼내 먹었는데, 웬걸? 이, 이거 팔, 팔아도 되겠는데? 생각지도 못한 풍미가 입 안 가득 퍼졌고, 지구인들이 왜 곳곳으로 빵지순례를 떠나는지 확실히 깨달은 순간이었다.      


대파 크림치즈 토스트


 사실 만들기 전까지는 ‘이건 분명 실패할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대파와 빵이 어울릴 것 같지 않았고, 머릿속에 그려보면 괜히 인상이 찌푸려지는 조합이었으니까.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이 안정성을 포기하는 것으로 연결될지는 모르겠으나, 분명 세계의 선구자로 살아가기 위해선 기존의 관습을 버리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새 시대를 여는 것이 필요함을 대파 크림치즈 토스트 덕분에 깨달았다. 깨닫지 못했으면 언제까지나 누군가의 들러리로서만 살아가겠지? 그 들러리라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진한 발자국 한 번 남겨봐야 하지 않겠어?


 대학생 때 같은 단과대에서 수업하시는 유영만 교수님께서 ‘생각지도 못한 생각의 지도’라는 제목으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신 적이 있다. 강연의 부제목은 ‘속옷만 갈아입지 말고 생각도 갈아입어라’였는데, 교수님은 스스로를 소개하며 ‘학습 건강 전문의사’, ‘지식생태학자’, ‘지식산부인과의사’라는 표현을 사용하셨다. 분명, 현재 존재하지 않는 직업명이다. 처음 이 단어들을 접하고 정말이지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었다. 난 왜 이런 상상을 해 보지 못했던 거지? 

 어떤 상상을 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생각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내용의 강연을 들으며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방법은 어려운 게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생각의 지도를 펼쳐 계속 나아가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나는 늘 틀에 박힌 생각만 하며 틀에 박힌 삶을 살고 있었는데…….      


 우리가 모두 어린아이였을 때, 누가 대파와 빵의 결합을 생각했을까? 앙버터, 소금빵, 심지어 포켓몬빵까지 트렌드는 계속해서 변화하며, 새로운 것들이 탄생하는가 하면 사라졌던 것들이 다시 등장하기도 한다. 결국, 멈춰있는 법은 없다는 것. 그런데도 나는 왜, 늘 멈춰있었을까? 지구를 본뜬 세계 지도와는 달리 우리의 생각 지도엔 늘 새로운 길이 가득하다. 혹시나 당신에게 용기가 있다면, 누구보다 당차고 멋지게 발을 내밀도록 하자. 세상 모든 지구인들이 당신을 우러르며 큰 박수를 쳐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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