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그러지는 오후가 좋다.
청소를 마치고, 땀이 흥건한 채, 집에 오면, 조명을 은은하게 해 두고, 내 방에서 하루 종일 잔다,
이게 뭐라고, 하루 종일 자나 쉽겠지만, 저질 체력으로 일하고 오면 졸렵고, 피곤하다, 가끔씩은 글을 쓰기도 하고, 다이어리를 쓰기도 하며, 일러스트도 그리지만, 내 방에서 조명을 은은히 비추며, 시원한 아이스 현미차를 마시고, 또는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누그러지는 오후는 여간 나에겐 꿀맛이 아닐 수 없다.
자고 일어나면, 컨디션도 좋아서, 기분이 좋다.
내방의 나만 아는 온도 감이 좋다. 역시 나는 집순이 인가 보다. 강아지 흰둥이랑 내 방에서 꿀잠을 자는 시간들이 여간 좋지 않을 수 없다. 이러다 보니 더욱더 청소일에 조금 많이 욕심이 생긴다. 가뜩이나 아르바이트도 안 뽑히는데, 오히려 하루 종일 일하는 것보다, 집과 가까이에서 일하며, 아침에 한 시간 반만 일하고 오고, 집에 와서 하고 싶은 시간들을 즐기며, 낮잠도 실컷 자고, 누그러지는 오후가 있을 수 있는 나의 지금의 여유로운 풍경들이 더욱더 지혜롭고 좋은 것 같았다, 이렇게 생각하면 청소일도 싫지 않잖아 싶었다. 아니 오히려 더 짧은 시간만 아침에 일하고 하루 종일 하고 싶은 거 하는 시간들이 가득한 게 더욱더 지혜롭고 나랑 잘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이 일을 영원히 할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잠깐이라도 나에게 전혀 해로울 게 없는 이 아르바이트가 나는 점점 묘한 좋은 매력에 빠지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