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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앵그리휴먼 Oct 15. 2023

나는 결혼할 수 있는 사람일까

결혼할  있는 사람과 결혼할  없는 사람, 이렇게 두 가지 그룹으로 사람을 나눈다면 나는 어느 쪽으로 발을 내딛을  있을까.

소위 말하는 ‘결혼 적령기 나와 연인은 3주년을 지나가며 무서울 만큼 자연스럽게 결혼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이야기하게 되었다. ‘결혼이라는 제도 혹은 개념을 이전까지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거나  것으로 여겨 본 적이 없었기에 자연스럽게 이에 대해 대화를 나눈 날이면 나는 잠들기 전에 자신에게 묻지 않을  없었다. 나는 결혼할  있는 사람일까?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태연하지만, 나의 인간관계에서 가장 큰 취약점은 거절을 향한 두려움이었다. 언젠가 이 글을 내 지인이 보게 될 수 있다면, 내가 당신에게 먼저 연락하지 못한 이유는 그 두려움 때문이었다고 이를 빌어 고백하고 싶다.

이혼 가정에서 아이가 쉽게 하게 되는 오해이자 흔하게 받는 상처는 부모의 이혼이 자신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자신은 버림받게 될 수 있다는 두려움. 나 역시 그랬다. 산전수전 다 겪으며 부모의 고충을 이해하고도 남는 현재의 나, 그리고 어른에게는 오해 거리가 아닐 수 있지만, 부모에게 버림받은 것 같다는 그 시절의 생각은 그 흔적이 바래지는 데에만 20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다. 두 분의 이혼 직후에는 아빠와 그리고 친가 친척과의 생활을 했지만 일련의 일들을 계기로 외갓집에서 생활했고, 다시 엄마와 둘이서 생활했다. 그리고 이 모든 ‘가족’의 변화는 나의 10대 때 이뤄졌다.

그 많은 변화 속에서 버림받는 일이 그 형태와 강도를 달리하여 연속된다는 생각까지 이르렀고 그 상처는 가족들의 지지와 나의 성장 속에서 바래져 갔지만 근본을 모르는 무의식적인 습관처럼 남아 사람과 만나 관계를 맺을 때면 툭하고 튀어나왔다. 자신의 미래와 가치관, 그리고 정체성 자체가 폭발을 일으키는 시기였기에 나는 가족에 대해 그리고 그 가족을 만드는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해 마냥 긍정적인 생각만을 할 수는 없었다.


결혼은 당사자끼리 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가족을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노후 대비가 되지 않은 나의 어머니’라는 현실은 내게 결혼을 나의 밖으로 밀어내게 하는 하나의 이유이기도 했다. 이전 글에서 여러 번 언급된 것처럼, 나의 어머니는 가난하고 불안하지만 또 눈물 나게 멋진, 아주 복잡한 사람이자 주제이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개념 하에 나의 어머니는 노후 대비가 되지 않은 홀어머니.라는 단순한 한 문장으로 정의되어 버리는 듯했다. 그런 대접을 받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과 그런 현실에서 나의 결혼의 비현실성을 마주하며 한동안은 결혼할 수 없는 것에 가깝겠다고 결론 내리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그 질문을 떠올리는 순간, 내가 가장 고민하게 만든 건 나 자신이었다. 나의 강한 독립심과 자의식. 내가 이 세상에 살아있음을 가장 강하게 느끼는 순간은 고요함 속에 오롯이 혼자일 때였다. 보는 눈도 듣는 귀도 없는 고요한 상황에서 오롯이 혼자일 때만 느낄 수 있는 감각이 있다. 앞에 고요하게 존재하는 세상과 그 속에 자유롭게 자리한 스스로를 느낄 수 있다. 여기에 노을이나 숲, 바다와 같은 기폭제가 더해진 다면 금상첨화. 혼자이기에 가능한 감각임을 잘 알고 있고 또 그 가치를 너무 잘 아는 자신이기에 결혼 때문에 이 순간을 자유롭게 가질 수 없다면? 나는 그래도 행복할 수 있을까?


이런저런 현실과 의문, 고민 속에서 나는 결혼할 수 없는 사람에 가까운 게 아닐까 하는 답변이 나왔다. 하지만 결혼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닌 둘이 하는 것이고 당사자끼리 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가족이 되는 일이었다. 나는 그 점을 간과했다. 나의 연인은 그 모든 결혼할 수 없는 사람에 가깝게 하는 이유를 결혼할 수 있는 쪽으로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이었다. 변함없는 다정함으로 거절의 두려움이 바래지게 했고, 나의 가족이라는 현실을 자신의 가족으로 보완할 수 있도록 했으며 무엇보다 혼자일 때보다 둘일 때 더 즐거울 수 있다는 걸 알려주었다.

여전히 결혼할 수 있는 사람일까,라는 질문에 ‘그렇다’는 속 시원한 답변이 나오진 않지만, 나와 그를 같이 떠올리며 생각해 보면 그 질문에 답을 내릴 필요가 없다고 느껴진다. 내가 아닌 우리가 결혼을 하는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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