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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닥쓰담 Jul 27. 2020

직관형이 코너에 몰렸을 때
빠지게 되는 위험

#11 나는 어떤 성향인가? : 감각형/직관형


잘 알지 못하는 새로운 일에 대해 직관형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편이고, 감각형은 대체로 부정적인 예측을 한다. 불확실한 어떤 것을 시도하려고 할 때 감각형은 조목조목 따지면서 ‘이건 이래서 어렵고 저건 저래서 안 된다’고 한다. 그러면 직관형은 감각형에게 “왜 안 되는 쪽으로만 생각해?”라고 하고, 감각형은 “말이 쉽지. 막상 해보면 그게 그렇게 될 것 같아?”라고 한다. 직관형은 전체 그림을 봐서는 ‘될 만한 그림’이 나오니까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감각형은 그걸 실제로 꾸려나갈 때의 모든 세부사항들을 생각하면 엄두가 안 나는 것이다.     


직관형이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아하, 이렇게 이렇게 가면 되겠네’ 하고 쉽게 생각하는 것은 길이 딱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제 그 일을 하게 됐을 때 일일이 처리해야 할 구체적이고 자질구레한 일들을 결국 자기 손으로는 하지 않을 것이고(그래서 결국 감각형인 누군가가 하게 될 것이고), 해본 적도 없고, 그래서 잘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직관형이 무책임하기 때문에 일을 시작만 하고 뒷마무리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직관형이 감각형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아마도 “이게 눈에 안 보여?”라는 말일 것이다. ‘자잘한 일들’이 직관형 눈에는 정말로 안 보인다.

 


이 때문에 조직에서 직관형 리더는 어떤 계획을 세울 때 그 실행을 지나치게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띄엄띄엄 핵심만 짚어서 머릿속에서는 이미 완성 상태로 전체 그림을 가지고 있는 직관형 리더는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그래서 부하직원들에게 “아무것도 아닌 일을 가지고 왜 그렇게 오래 붙들고 있는지 모르겠네”라고 못마땅해한다. 


직관형 리더는 팀원들에게 ‘가야 할 방향’을 알려줬고 ‘무엇을 해야 할지’도 다 알려줬으니 이제 ‘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직관형 리더가 이 단계에서 ‘자 이제 다 된 거지?’라고 정말로(!) 생각한다는 걸 감각형 부하직원들은 상상도 못 한다(말만 그렇게 표현할 뿐이라고 받아들이겠지만, 아니다. 직관형 리더는 정말로 그렇게 믿는다). 감각형은 이제부터 시작인데 직관형은 다 된 거라고 생각한다.      


만약 실무자들까지 직관형 리더의 스타일대로 ‘띄엄띄엄 핵심만 툭툭 던지는’ 식으로 한다면 일이 제대로 진행조차 되기 어려울 것이고, 설령 된다 하더라도 애초에 직관형 리더가 그렸던 그림과는 거리가 한참 먼 결과물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직관형은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 중심이 되는 것과 부수적인 것의 구분이 빠르고 과감하다.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초반에 잘라내버리거나 아예 신경 쓰지 않고 내버려둔다. 이것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약점이기도 하다. 직관형은 어떤 일이 결과를 보기 위해서는 디테일과 마무리 역시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그것까지 자기가 해야 될 일이라고는 잘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직관형은 설계하고 뼈대를 세우고 벽을 쌓기만 하면 집을 다 지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본기와 마무리에 충실하고 사소한 차이를 소홀히 여기지 않는 디테일의 단계에 가야 비로소 그 일의 가치가 창출되는 일들이 많다. 직관형은 어렵사리 뼈대는 다 만들어놓고 마무리를 제대로 못 하고 있다가 남 좋은 일만 시키고 땅을 치는 일이 흔히 있다. 훌륭하게 만들어진 뼈대만 있으면 감각형들은 그걸 가져다가 공을 들이고 마무리를 해서 기가 막힌 명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같은 말, 다른 해석


삶에서 선택을 해야 할 때 직관형은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쪽이 아니라 이상을 실현하는 쪽으로 선택하고 싶어 한다. 이렇게 안정성보다는 가능성을, 현실보다는 이상을 추구하는 직관형은 감각형의 눈으로 볼 때는 불안정해 보이고, 현실에 발을 못 붙인 채 허공의 것을 잡으려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때문에 부모자식 간에, 부부 간에, 동업자 간에 충돌이 일어나기도 한다. 직관형이 하려는 일이 감각형이 보기에는 현실성이 없어 보일 수 있다. 


“나중에 가서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잖아”

라는 말은 직관형 입장에서는 ‘그러니까 해볼 만하다’는 뜻으로 한 말인데, 이 똑같은 말이 감각형이 듣기에는 ‘그러니까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된다. 


“그런 건 들어보지도 못했다”

라는 말은 감각형 입장에서는 ‘그러니까 하면 안 된다’는 뜻으로 한 말인데, 그 말은 직관형에게는 ‘그러니까 지금 시작해야 되는 일’이라고 생각할 근거가 된다. ‘남들이 다 된다고 생각하면 그땐 이미 늦은 것’이라고 생각해서 오히려 마음이 급해진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아무리 설득하려고 해봤자, 같은 말이 반대로 해석되기 때문에 그 어떤 말로도 서로를 설득하기가 어렵다. 특히 직관형은 자기가 갖게 된 직관적 인식을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우리가 달리기를 할 때, 다리의 어떤 근육을 먼저 써서 땅을 딛고, 얼마만큼의 힘을 사용해서 땅을 밀어내고, 그다음엔 어떤 근육을 어떻게 사용해야 넘어지지 않고 달릴 수 있는지를 모르고 달리는 것처럼, 직관으로 알게 된 것은 왜 그런지 자기도 모르고 그냥 알아진 것이다. 그러니 이걸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고 납득시킬 방법이 없다. 


그러면 감각형은 

“그거 봐, 너 자신도 설명이 안 되잖아” 

“그렇게 막연해가지고 무슨 일이 되겠니”

“뜬구름 잡는 소리 하지 마라”

라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 

이런 말들은 직관형에게 깊은 상처를 주는 말들이다.     



이렇게 ‘지금 당장 보이지 않는 가능성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답답함’과 ‘설명하려고 하면 할수록 비난과 핀잔만 듣게 되는 억울함’이 쌓이고 쌓이면, 직관형은 (게다가 직관기능이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다면) 두 가지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게 될 수 있다. 

하나는 ‘어떻게든 결과를 보여줘서 다들 찍 소리 못하게 해주겠어’라는 식으로 밀어붙이는 것이다. 이렇게 정해진 답을 놓고 서두르면 오히려 직관에 반하는 무리수를 두게 된다. 다른 하나는 계속되는 비난과 핀잔으로 인해 위축된 나머지 스스로도 자기 직관에 대한 믿음을 잃고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마치 도박과도 같은 무모한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다 매우 위험하다. 


그렇기 때문에 직관을 실제 현실에 적용해본 경험이 많지 않은 직관형 젊은이가 어떤 시도를 하려고 할 때 지나치게 비난하거나 무시하는 것은 대단히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게 될 수가 있다. 감각형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마음에서 더 강력하게 비난하는 것일 수 있지만, 직관형의 특성상, 경험 많은 사람들의 말을 듣고 자기 직관을 부정하는 일은 여간해서는 일어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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