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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미 Oct 17. 2023

바다와 호수 수영의 차이

오흐리드호, 꾸며지지 않은 자연과 가장 가까이서 대화할 수 있는 곳

바다와 호수 수영의 차이
'선원들은 기본적으로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넓은 바다로 나가면 육지에서의 답답한 삶과는 이별이다. 바다에서는 신들과 허심탄회하게 말하고, 더 높은 것을 보며, 더 폭넓은 목표를 세운다. 어디 그뿐인가. 하늘도 별도 달도 육지에 있는 사람들보다 더 가깝게 만날 수 있다. 더 많은 바람을 보고 만나며 대화할 수 있다. 이로써 거대한 것이 무엇인지 실감한다. 그래서 넓은 바다에 나가면 가슴이 탁 트이고 아이디어도 무한대로 펼쳐지는 것이다.'(111p)  <모든 삶은 흐른다, 로랑스 드빌레르>    

몸이 아파지기 전, K 선생님께서 수영을 좋아한다는 나의 이야기를 들으시곤, 오흐리드의 숨겨진 장소를 추천해 주셨다. “혜미 씨, ‘Saint John 교회’를 지나서 쭉 올라가다 보면 그 아래로 보이는 작은 비치가 있어요. 현지인들이 찾아가서 즐기더라고요. 나중에 시간 되면 한 번 가보세요. “선생님의 추천을 듣자마자 구글 지도에 위치를 저장해 두었다가, 비가 흠뻑 내리고 날씨가 개자마자 해변으로 향했다. 확실히 짧게 여행 온 관광객들은 찾아가기 어려운 위치에 자리 잡고 있었다. 오흐리드의 중심지인 올드타운으로 들어가서, 정교회를 지나쳐 호수를 옆에 끼며 작은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이 길이 맞나?’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그럼에도 거대한 윤슬이 일렁이는 바다 같은 오흐리드호에 눈을 떼지 못하고 무언가에 이끌려 걸어본다. 대략 20분 정도 지났을까, 그쯤 되면 작은 오솔길의 산책로가 두 갈래로 나뉘는 지점을 만난다. 잠시 두 갈래 모두 가보고 싶은 욕심을 내려두고 아래로 뻗어있는 갈래를 선택해 내려간다. 일렁이는 호수에 가까워질수록 나무들이 만들어 주는 액자 사이로 보이는 오흐리드호의 아름다운 광경에 다시 한번 눈을 떼지 못한다. 그리하여 무언가에 홀린 듯 도착한 ‘Beach Labino’.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신 것처럼 현지인으로 추정되는 몇 사람들 혹은 나처럼 모험심이 넘쳐 보이는 여행자만이 구석구석 자리를 잡고 있었다. 풀과 나무들이 우거진 숲길을 지나쳐, 예상치 못한 곳을 발견해서인지 미지 탐험에 성공한 듯 마냥, 뿌듯함을 느끼며 짐을 풀었다. 조용히 사색을 즐기고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 잠시 멍하니 물을 바라보았다. 사실, 이전에 다녔던 해변의 모습과는 달랐기 때문에 적응이 살짝 필요했다. 가장 먼저 눈으로 보이는 차이는 해변의 모습이었다. 이곳은 모래 해변이 아닌 수많은 자갈과 나뭇가지들로 만들어진 울퉁불퉁한 땅이었다. 자연스레 주변 나무, 숲에 서식하는 각종 개미, 벌레 등이 눈에 보일 수밖에 없었다. 모래사장에서 만났던 거북한 존재라고 한다면 비둘기 정도였으나, 이곳에서는 수많은 작은 벌레들이 기어 다니고 날아다녔다. 애써 그들을 피해 본다고 했으나, 나무 곁에 수건을 깔아 두고 쉬었던 내게는 알 수 없는 벌레들이 이미 몸에 기어 다녔을 게 뻔하였다. 항상 모래 해변만 다니다가 호숫가에 온 건 처음이었기에, 모든 환경이 낯설 수밖에 없다고 여기며 당황스러움을 잠재우려고 노력했다. 잠시 후, 벌레에 대한 생각을 내려두고 물속으로 들어가려 할 찰나에 다시 지각했다. ‘맞다, 여긴 호수이지.’ 바다와 호수의 큰 차이점 중 하나는 아마 ‘물속’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바다마다 다양하지만 대체로 지금까지 경험한 바다는 물에 들어갈 때 조개껍질과 산호 정도만 조심해서 들어가면 곧바로 수심이 깊어졌다. 따라서 발이 무언가에 부딪히지 않은 채 입수가 가능했다. 하지만 오흐리드호에서는 수많은 바위와 돌, 그것도 지압이 정말 잘 되고 미끄러운 존재들이 물 밑에 자리 잡고 있었다. 깊숙이 들어가기까지 꽤 힘든 시간이 걸렸다. 이미 한 번 미끄러져서 발가락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어렵게 한 번 들어가면, 다시 나오는 게 막막했다. 덩치도 크셨던 아이 아버지께서도 네 발로 기어서 해변을 향해 나오셨다. 그리고 그 뒤를 쫓아 나도 네발로 기어 나와야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호수 수영을 할 때는 아쿠아 슈즈가 있어야 했다. 물에서 나온 뒤로, 해변에 있던 사람들이 몇 번 바뀌었는데 대부분 아쿠아 슈즈를 들고 있었다. 이들의 발을 보고 생각했다. ‘오늘 나도 가는 길에 아쿠아 슈즈 한 켤레 사야겠다.’     


이뿐만 아니라, 물속에서 느끼는 ‘숨찬 정도’도 바다와 호수에서 차이가 있다. 내게는 단연코 이점이 가장 크게 다른 점이었다. 첫 호수 수영을 하러 물속으로 겨우겨우 들어가서 머리를 밖에 빼놓고, 평영을 하고 있었는데 유독 그날따라 힘들었다. 평소대로 수영하고 있음에도 가라앉는 것만 같았다. 처음에는 ‘왜 이러지?’ 오늘 상태가 안 좋나?’ 싶었다. 한참 동안 물속에서 고군분투하다가, 해변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차 싶었다. ‘설마, 바다가 아니라 민물이라서?’ 돌이켜보니, 바다는 소금 덕분에 부력이 세서 몸을 크게 움직이지 않아도 잘 뜰 수 있었고, 아무리 오래 수영해도 그다지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호수는 달랐다. 민물 탓인지, 평소와 같이 헤엄에도 금방 숨이 차서 해변으로 빨리 돌아와야만 했다. 이날, 처음으로 바닷물과 민물의 차이를 온몸으로 느껴보았다.     


솔직히 말하여, 개인적으로 호수보다는 바다 수영을 더 선호한다. 그럼에도 이곳, ‘Labino beach’를 다시 찾아가던 이유는 꾸며지지 않은 자연에서 느끼는 아늑함이 좋았기 때문이다.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초록색으로 덮인 무성한 잎들이 달린 나무들과 잔잔한 물이 만들어 주는 편안하고 조용한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천천히 밀려오고 나가는 물소리, 새가 지저귀는 소리, 항상 갈 때마다 자리 잡고 있던 독일 가족의 아기들 목소리, 가끔 지나치는 관광 보트와 패들보드가 내는 소리만이 귀에 들려왔다. 이곳에 있으면 자연에서 들려오는 소리도 가장 먼저 귀 기울여 들을 수 있었고, 그림 같은 윤슬과 핑크빛 노을, 구름, 물결 등의 자연도 가장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었다. 때문에, 이곳은 항상 글을 끄적일 노트와 노트북을 챙겨가던 해변이었다. 자연과 더 많이 대화를 나누고, 자연이 주는 영감을 기억하기 위해 끄적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늘 하루 끝은 어떻게든 이 해변에 와서 마무리했다. 아마, 매일 비슷한 시간대에 그곳으로 오던 독일 가족들도 나와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지 않았을까.


첫 호수 해변 In Ohrid
갈 때마다 만났던 독일 가족 분들 In Labino be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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