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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미 Oct 20. 2023

물 만난 다합에서의 2주 차

물 만난 물고기 생활

다합에서의 2주 차

의사 선생님의 신신당부를 잘 따랐던 덕분인지, 항생제 주사의 효력 덕인지 1주 차가 마무리될 때쯤, 몸도 마음도 빠른 속도로 회복되었다. 병원 두 번째 방문 때, 마지막 진료가 끝나고 나서부터는 본격적으로 다합의 매력을 원 없이 즐겼다. 그동안 항상 해보고 싶었던 ‘프리다이빙(Free diving)’을 다합 바다에서 처음 접했다. 단순히 숨을 오래 잘 참고, 마지막에 들이마신 숨을 가지고 바닷속으로 깊이 잘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맞는 말이지만, 수심 깊이 들어갈수록 압력 평형을 하기 위한 이퀄라이징도 잘해야 했고, 무엇보다도 나의 숨에 집중해야 하는 고난도의 존재였다. 실제로 이퀄라이징을 잘하기 위해서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고 몇 사람들은 여름밤에도 에어컨을 안 켜고 잔다고 들었다. 이 정도로 프리다이빙은 굉장히 섬세한 친구였다.


뻥 뚫린 바다에서 첫 프리다이빙을 하면서 느낀 매력 중 하나는, ‘물속을 집중하며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다. 사람마다 ‘준비 호흡(*입수 직전 들숨인 최종호흡 전, 몸의 긴장을 푸는 단계)’을 하는 방법은 다르지만 난, 바닷속의 무언가에 집중하며 ‘덕다이빙’을 준비했다. 주로, 바닷속의 빛과 오징어나 물고기가 많이 보일 때는 움직이는 생명체에 눈을 떼지 않으며 몸의 긴장을 풀었다. 마치, 요가의 마지막 단계인 ‘사바아사나(Shavasana)’를 물 위에서 몸을 거꾸로 뒤집은 채로 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바다가 만들어 주는 소리를 ASMR로 삼고, 바닷속에 시선을 고정하며 몸의 긴장을 축 풀어내는 이 순간이 인상적이었다. 항상 수면과 가까이에서 팔을 열심히 휘젓고, 발차기하며 수영하던 방식과는 완전히 달랐기 때문에 색달랐다. 프다를 통해 새로운 매력을 알게 되어 좋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이퀄라이징 때문인지 연습 부족인지 몸 상태 때문인지 잘되지 않았다. 이퀄이 되지 않으면 더 깊이 내려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아도, 내려갈 수가 없다. 아쉽게도 딱 한 번 수심 5M를 찍고 온 것에 만족하며 프다와 인연을 잠시 끝맺어야 했다. 비록 이퀄라이징은 아직 터득하지 못했지만, 다시 한번 도전해서 나의 취미로 만들고 싶은 대상이다. 만약, 다합에 다시 갈 수 있다면 긴 시간을 두고 프리다이빙에만 집중하며 나의 것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 물론, 다합은 수영하며 바닷속을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곳이었지만, 프리다이빙을 잘할 수 있다면 맑고 예쁜 앞바다에서 자유롭게 덕다이브 하며 깊이 들어가 인어공주처럼 유영해 보고 싶은 곳이다. 우선 지금에 만족하며 잠깐 일 보 후퇴하기로 했다.


대신, 프리다이빙으로 이루지 못한 깊은 바닷속 유영은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이루었다. 평생 취미로 잘 이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취득해 두었던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이 2년이 흐른 뒤, 다합의 성지 ‘Blue hole’에서 빛을 발하며 드디어 부활했다. 블루홀 내, 싱크홀은 대략 수심이 100m 넘게 푹 파인 싱크홀이 있는 곳이다. 그 매력에 세계 곳곳에서 다합으로 찾아온다. 솔직히 말하여, 블루홀에 대한 모두의 감탄만 들었을 때는 이미 충분히 다합 앞바다도 예쁘고 좋은데, 굳이 멀리까지 가야 할까 싶은 마음도 있었다. 안 가도 그만, 가도 그만인 곳이 곳이었는데 블루홀에 도착하고 나니, 특히 물속에 한 번 들어갔다 나온 후에 생각이 확 바뀌었다. 동시에, 계속 같이 가보자고 열심히 꼬셔주었던 동행에게 정말 고마웠다. 수없이 펼쳐진 모래 도로를 지나 블루홀 입구에 도착했을 때,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어마어마했다. 일단 눈 안에 담기는 바다는 거대했다. 주차 후, 차 문을 닫고 딱 내렸을 때, 이른 아침부터 다이빙을 마치고 공기통을 등에 멘 채로 물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 수면 곳곳에 둥둥 떠다니고 있는 빨간 구명 튜브와 프다를 하는 사람,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즐기고 있는 스노클링의 모습까지, 또 보이진 않지만 이미 바닷속에서 바다와 소통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이 있는 모습을 만났다. ‘세상에는 물과 사랑에 빠진 사람이 많구나.’


신기하게도, 블루홀은 사람이 많은 거에 비해 북적이지 않았다. 그만큼, 끝없이 펼쳐져 있는 곳이다. 물속은 절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동안 봐 왔던 바닷속과 차원이 다른 세계를 간직하고 있었다. 바다에 들어가기 직전에는 맑은 물 표면으로 비치는 주변 갈색빛의 모래사막과 파란빛으로 물들여져 있다. 그리고 깊숙이 들어갈수록 진해지는 파란색과 곳곳에 보이는 알록달록한 물고기와 산호 생명체, 생애 처음 본 독특한 지형을 만날 수 있었다. 블루홀 내부의 싱크홀 수심이 100m 안팎이 되기 때문에, 입수를 한지 5분도 되지 않았음에도 곧바로 수심 20m, 30m, 40M까지 쭉쭉 하강하게 되었다. 체감으로는 그저 앞의 강사님의 뒤를 기껏해야 3m 정도 위아래로 오고 가며 따라가고 있다고 느껴졌다. 그러나 다이빙 컴퓨터를 보면, 갑자기 수심이 10m 단위로 오르락내리락했고, 얼떨떨했다. 그리고 정신 똑바로 차리면서 버디와 강사님을 잘 따라가야겠다는 경각심도 들었다. 예쁜 만큼, 그 아름다움에 혹하면 안 되는 거 같다. 비단 바다에만 해당하는 건 아닐 테이다. 이날 두 탱크, 즉 두 번 블루홀을 구경하러 들어갔다. 첫 탱크에서는 블루홀 내부를, 두 번째 탱크 때는 블루홀 외벽을 따라다니며 아름다운 산호와 물고기와 함께 숨을 쉬었다. ‘블루홀에 올까, 말까’ 고민했던 모습이 웃길 정도로, 바다 안에서도 밖에 나와서도 흥분을 쉽게 가라앉히지 못했다. 한 탱크를 마치고, 점심을 먹으면서 블루홀에서 느낀 황홀감에 푹 취해있었다. 그 이후로도, 꽤 진하게 여운이 남았다. ‘나의 첫 블루홀’


프다나 스쿠버 등 큰 일정이 없는 날에는 여유롭게 ‘German bakery’에 출석해서 빵과 커피를 마신 후, 요가원으로 출석했다. 또는 앞바다로 가서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했다. 프리다이빙도, 스쿠버다이빙도 각자의 다양한 매력이 있어 좋지만 그럼에도 내게는 바다 수영이 제일 편안한 나만의 시간이자, 행복이었다. 그래서 어딘가에 특별히 가지 않는 그런 평범한 날은 늘 앞바다에서 시간을 보내며, 이렇게 다합에서의 2주를 흘려보냈다.


꿔레요, N과 함께한 첫 프리다이빙 In Dahab
살면서 'Blue hole' 바다를 보게 될 줄이야.
인생에서 범접하기 여러운 블루홀의 세계를 맛보았다.
'나의 행복', 어딘가에 특별히 가지 않는 그런 평범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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