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이 꼭 천직은 아니다.

제 꿈은 돈 잘 버는 회사원입니다.

by 달하

많은 사람들이 회사 다니는 것이 평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회사를 다니는 것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별 다른 특출 난 역량이 없어도 가능한 일 아니냐고 생각한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특출 난 역량'을 지닌 사람들은 대체로 회사를 다니더라도 퇴사로 이어지기 때문에 나는 회사를 다니는 것이 그렇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본다.


회사생활은 인생을 살아가며 거의 모든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물리적으로 신체적으로 변화가 있는 것들 - 예를 들어 출산 같은 것 - 을 제외하고는 모든 이성과 감성의 변화는 회사에서 다 겪게 된다. 회사에서 사춘기도 겪기도 하고 일만 잘 풀리면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는 순간도 겪으며 동료의 퇴사로 인해 상실의 아픔을 겪기도 한다. 멍청하게 멈춰있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회사가 참 좋다.


그렇기에 회사생활을 오래 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어떤 어려움에 직면해도 상대적으로 차분하고 우직한 모습을 보인다. 온실 속 화초보다 사계절을 민낯으로 겪은 잔디들이 훨씬 더 강인하다. 회사생활의 비 온 뒤 단단해지는 경험을 했던 사람들이라면 문제를 대처하는 사고의 흐름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살면서 겪지 않아도 될 일도 제법 많이 겪기 때문에 많은 회사원들은 '퇴사가 꿈'이라는 말들을 한다. 나 또한 그 핑크빛 꿈을 꿨던 적이 있었더랬다. 그러나 나는 애초에 특별히 잘하는 게 없어서 그 핑크빛을 완성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꿈을 회사에서 찾기로 했다. 내 꿈은 '돈 잘 버는 회사원'이다.






그렇게 회사에서 나 하나 겨우 건사하며 나의 원대한 꿈!을 향해 달려가는데 어쩌다 팀장이 돼버렸다. 회사에서 계속 살아남아야 하는데 어쩌지. 팀장은 어떻게 하는 거지? 카리스마 있고 스마트한 팀장이 돼야 하는 걸까, 아니면 희생을 모토로 팀원들을 위한 삶을 살아야 할까. 여러 고민 끝에 내가 제일 잘하는 '팀원과 공감하기'를 내세워 팀을 이끌었다. 팀원들 대부분이 공감하는 요소를 위해 힘쓰는 것 즉, '대중성'을 중심으로 팀의 이끌기로 했다.


팀원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장치들을 최대한 갖추고 팀원들이 함께 공감하며 일할 수 있는 환경 구축에 힘을 썼다. 그리고 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팀장은 절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팀원들에게 항상 알려왔다. 나는 애초에 구멍이 많은 사람이라서 그대들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그러니 함께 팀을 만들어가는데 동참해달라고 했다. 표면적으로 외부든 내부든 '팀장'이 받게 되는 대우를 매우 경계해왔다. 팀을 하나로 잘 묶는 것. 내게는 그보다 중요한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의 진심에 손을 잡아주는 팀원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그 시간을 보내고 알게 된 것은 팀장이라는 존재가 꼭 스마트하고 완벽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곳에 놓아도 물을 크게 흐리지 않는 대중성이 오히려 내 리더십의 강력한 한방이었다. 그리고 이 저명한 사실을 꽤 빠르게 깨닫고 실행으로 옮겼다. 그렇게 이끌었던 팀은 순식간에 굉장한 성장을 이뤄냈다. 아, 이쯤 되면 팀장이 체질 아닌가?






3년이라는 시간 팀장까지 겪어보니 이제 회사생활 대부분의 역할들을 경험한 것 같다. 뇌도 마음도 순수했던 신입사원, 잘 팔린다는 대리, 최전방 파트장, 그리고 우두머리 팀장까지. 성격도 모두 다른 6개의 회사를 다니고 현 회사에 정착하기까지 많이도 흩날리고 무너지고 일어서고, 또다시 부서지고 살아나는 경험들을 해왔다. 누군가 내게 지금까지의 수많은 역할 중 무엇을 가장 잘했냐고 물으면 '지금'이라 답을 할 것 같다.


팀장, 하기 싫었던 만큼 더 많이 노력해야만 했다. 애초에 하고 싶었던 거라면 저절로 의지가 생겼겠지만 그저 흔들리는 회사의 다양한 환경에 맞춰 얼마 남지 않은 에너지까지 끌어모아 써야만 했다. 때로는 내 것이 존재하지 않았지만 내 것처럼 설명할 수 있어야 했다. 그렇게 팀장이라는 것을 해냈고 이제 그만 내려놓을 기회가 생겼다. 그렇게 기회가 생긴 중요한 시기, 나를 위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하고자 한다.


지금 이 순간,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 감사하고 있고 난 어떤 선택이든 그에 맞춰 최선을 다할 것이다. 팀장을 하게 되면서 '팀'이라는 것이 어떻게 완성되는지 완전하게 파악했고, 이는 나의 직책과 무관하게 회사생활을 하는데 엄청난 자양분이 될 것이라 믿고 있다. 어떻게 리더십이 발현되어야 하고 리더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팔로워십에 대해서도 많이 배운 고마운 경험이 되었다.


설령 진짜 팀장이 체질이었다고 해도 관리직이 천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만큼 팀장이라는 존재는 내게는 강한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고 이제 그만 나를 위해서 내려놓고 싶은 마음이 더 많이 든다. 어떤 일이든 성장에는 한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팀장으로서 더 큰 성장을 이뤄내는 것을 지금은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직 더 필드에서 열의를 다해 뛰고 싶고 이뤄보고 싶은 게 많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 나는 아직 젊다! 건강이 허락하는 데까지 아직 조금 더 불태워도 괜찮지 아니한가.






우리는 회사를 다니며 '왜 일하는가'에 대해 깊게 생각해봐야 한다. 그대는 일을 왜 하는가. 지난 시간, 개인적으로 많은 성장이 있었던 3년이었다. 지난 시간이 내게 일을 하는 이유에 대해 알려주었고 무엇보다 일개 회사원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깨닫게 해 준 고마운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회사에서 오랜 시간 동안 몸을 담고 있다면 누구든 팀장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아마 팀장이 처음이라 무엇부터 해야 할지 길을 찾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런 이들에게 팀장이 어떻게 일하는지, 그리고 나아가 자신은 팀장을 하며 어떤 의미 있는 시간들이 생길지 조금이나마 전달이 되기를 바란다.


이런 고민의 결과를 시간이 더 흐르고 난 뒤에 기록해보고 싶다. 먼 미래에도 과연 이런 고민들이 지금처럼 의미가 있을지도 궁금하고, 만약 그때도 햇병아리 팀장들이 나와 같은 고민들을 하고 있다면 좋은 선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나의 꿈인 '돈 잘 버는 회사원'이 되고 나서 해야 할 일이지만 말이다.

keyword
이전 12화할 만큼 했다.